"무력 통한 北비핵화는 위험... 北도 '선군' 버려야"

결국 북한은 2월 12일 오전,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북한 문제는 다시금 모두의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북한 문제만큼 진영 논리에 갇히기 쉬운 주제도 없다. 외국의 전문가는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을까? 기자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nternational Crisis Group)에서 동북아부부장을 맡고 있는 다니엘 핑스턴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는 2월 5일,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국제위기감시기구의 서울 사무소에서 진행되었다.

_BUJ0632.jpg
다니엘 핑스턴 Daniel Pinkston
-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부부장 (현)
- 제임스 마틴 센터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 (2005~2007)
- 미 해군대학원 부교수 (2005~2006)
- 고려대학교 방문 교수 (2004)
- 몬트레이 국제대학원 부교수 (2003~7)
-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고 국제정치학 박사 (1999)


먼저 소개 차원에서 신상에 관한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당신의 이력을 살펴보니, 흥미롭게도 미 공군에서 한국어 어학병으로 복무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더라.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나는 미국 시민권자이고, 1980년에 미국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당시 어학자원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했었다. 사실 처음에는 다른 언어를 배우려고 했었다. 국방어학원에서 러시아어, 독일어, 한국어 순으로 지원을 했는데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때부터 계속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4년 정도를 복무하고 나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제대했다.

한국에 배치된 적은 없었나?

아, 오산 기지에 1년 정도 근무했었다. 4년 복무하고 제대했고 예비역으로 4~5년 정도를 더 복무했다. 그리고는 한국에 와서 서울대학교에 있는 어학원을 다녔다. 그리고 연세대에서 한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립대(UCSD)로 진학했다.

사실 국제위기감시기구(International Crisis Group)은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위기감시기구는 매우 높이 평가받는 싱크탱크 중 하나이다. 최근에 발표된 2012년 싱크탱크 평가 보고서를 보니 국제안보 관련 싱크탱크 순위에서는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헤리티지재단은 11위). 국제위기감시기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국제위기감시기구는 벨기에의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적인 NGO이다. 또한 미국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런던, 워싱턴, 뉴욕, 서울, 베이징, 자카르타, 카불 등 세계 곳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국제적인 살상 위기를 예방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전쟁부터 소형화기 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안보 문제들을 연구 및 분석한다.

모든이들의 이목이 북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이 언제 핵실험을 할 것이라 보는가?

모든 징후들이 핵실험이 임박해 있으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는 임신 축하 파티(baby shower)와 같은 것이다.

임신 축하 파티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한 여성이 내게 해준 말이다. 서구에서는 출산을 앞둔 여성의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파티를 해준다. 파티에서 축하의 대상인 임산부는 아이가 태어날 날짜와 시간, 그리고 아기의 몸무게와 키를 맞춰본다. 북한 핵실험의 날짜를 예측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김정일 생일 전후로는 핵실험 어려워

몇몇 사람들은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점치고 있으나 나는 그리 생각지 않는다. 실험을 진행할 과학자나 엔지니어, 인민군 관계자들에게 김정일의 생일이 갖는 상징성이나 관련 행사 참석 등을 고려해 보면 그때 실험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2월 15, 16, 17일에는 실험을 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몇몇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 때를 점치고 있고(실제로 북한은 오바마의 연두교서 연설 직전인 2월 12일 핵실험을 감행했다 --편집자주),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일리가 있다. 평양의 지도층이 특히나 싫어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마지막 모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실험은] 평양과 서울 사이에 힘의 비대칭을 만들어 협상권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 원칙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작년 12월, 북한은 은하 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켰다. 나로호의 발사 실패 2년 후에 벌어진 일이라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북한의 발사 성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작은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에는 성공했다. 핵탄두를 장착한, 믿을 만한 성능을 갖춘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런 무기를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러한 무기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이전에 이란과 북한이 공동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언급을 트위터(@dpinkston)에 남긴 것을 보았다. 이에 대해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바란다.

이란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은 이란에게 스커드 미사일을 지원했다. 그때부터 두 나라는 공동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각기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아마도 서로 분업을 하면서 정보 등을 교류할 것이다.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들은 존재하지만 꾸준히 협력할 경우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성공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파키스탄이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복제하여 만든 가우리 미사일의 경우, 지금껏 발사 실험에서 목표물에 명중한 적이 없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전히 북한의 탄도탄 기술에는 정확도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

아마도 정확도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의 무기체계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북한이 핵탄두를 갖고자 한다고 의심해 볼 수도 있다. 만일 1~2km 정도의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le)를 가진 미사일이라면 일반적인 탄두를 사용할 경우 군사무기로서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핵탄두를 장착하면 상대적으로 부정확한 유도 체계를 가지고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_BUJ0602.jpg


최근에 이집트가 중국과 북한의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자국의 스커드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그 외에 북한이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있는 사례가 더 있는가?

과거에 이라크에 미사일 기술을 판매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이 북한을 신뢰하지 않았다. 예멘에도 판매하려 한 적이 있었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에게도 팔려고 한 적이 있었다. 현재로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인해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종류의 미사일이든지 구매하는 일은 불법이 된다. 이는 잠재적 구매자들의 의욕을 꺾는 일로 북한의 무기 시장에서의 입지는 그만큼 위축된 상태이다.

북한 정권은 매우 안정적, 그러나 지속가능하진 않아

최근 전직 통일부 차관이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 정권은 불안정한가?

시간을 정해서 말하지는 않았지 않은가... (웃음) 나는 현재로서는 북한 정권이 매우 안정적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독재 체제는 불안정하다. 독재 체제는 보통 특정한 한 사람에게 의존한다. 단 한 명이 많은 개개인들을 챙기고 그에게 어떠한 일이 생기면 체제가 붕괴하곤 한다. 그러나 북한은 가족 세습을 통해서 이러한 불안정의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이것이 잘 작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체제는 영구히 지속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에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붕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붕괴의 시점을 정확히 짚기란 어렵다. 매우 안정적으로 보이던 체제도 하나의 쇼크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튀니지나 구소련이 그랬다.

북한 변화의 세 가지 단초:
중산층 형성, 정보 유입, 소득 불균형

북한 체제의 변화 또는 붕괴의 조짐(halfway)이라면 하나는 시장경제화(marketization)가 될 것이다. 이미 북한 경제는 상당 부분 시장경제화가 되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 많은 중산 계층(white bread)이 생겨나면 북한 국가의 본질을 변화시키거나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보의 유입이다. 정보의 유입은 인민들이 현 체계의 모순을 발견 또는 폭로하게끔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또다른 가능성은 매우 최근의 경우이긴 하지만 소득 불균형(income inequality)의 문제이다. 작년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시골 지역 등을 방문해 볼 수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평양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 평양은 물질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나았다. 이런 것이 사회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자극하고, 체제 불안을 야기하거나 또는 체제에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씨 일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도전자가 보이지 않는다. 김씨 일가를 축출하게 되면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부(junta) 또는 해당 세력의 지도자가 김씨 일가에 대한 숭배(cult)에 기반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들은 자신들의 집권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며 그 방법은 분명 경제발전과 자유화가 될 것이다.

한국의 많은 보수 인사들은 북한 정권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북한의 탄력성(resiliency)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 북한은 지금까지 매우 놀라운 탄력성을 보여 왔다. 북한에 체제 불안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보는 한쪽 극단에서, 올해 안으로 또는 바로 다음 달에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 보는 다른쪽 극단까지, 사람들의 시각이 크게 요동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를 예측하기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정책입안자들은 그러한 환경에서 어떠한 반응이 필요할지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할 책임이 있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격렬한 무력 충돌 우려

어떤 인사들은 북한이 붕괴하게 되면 한반도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특히 요즘 같은 정세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가? 과연 통일된 한국을 볼 수 있을까?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종종 최근의 사건들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나는 1989년에서 1991년까지의 기간에 있었던 급진적인 변화를 떠올린다. 베를린 장벽과 소련의 붕괴, 그리고 그 사건들이 야기한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겪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만한 규모의 변화가 평화롭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그때껏 그만한 규모의 정치적 변화는 대규모의 폭력을 수반하곤 했다. 몇몇 사람들은 당시 소련과 동구권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변화가 북한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폭력과 함께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어쩌면 그 대가와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생각해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지금 시리아에서 보고 있는 사례가 북한에 더 잘 적용될 것이다.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어떠한 이유로 현재의 지도층이 더는 체제를 이끌 수 없게 되거나 권좌에서 축출될 경우, 동독의 경우처럼 평화로운 과정이 되기보다는 아마도 수많은 무력충돌이 발생할 것이다. 그것도 매우 격렬한 전투가 될 것이라 심히 우려된다.

작전계획 5029에 대한 이야기도 할 필요가 있다. 본래 개념계획 수준으로만 머물러 있다가 작전계획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는 이 계획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를 가정하고 이에 대해 군사적 개입을 제안한다. 군사적 개입이 국제법적으로 합당한 것인가? 중국의 반응은 어떠할까? 과연 중국이 미국과 한국이 개입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나는 국제법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문은 존재한다. 이는 발생할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한국의 대통령이 유사시에 북한에 군사 개입을 하려고 할 경우를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한국 헌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이북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다. 현재의 [분단] 상황은 비정상적이고 임시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 측에서]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북한 내부에서 전쟁 또는 쿠데타가 발생할 수도 있고,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중국에 개입을 요청할 수도 있다. 북한 내에서 친중파(pro-Beijing)와 친한파(pro-Seoul)의 두 파벌이 생겨 경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도 많은 경우 개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_BUJ0487.jpg

일부 매체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북한의 실질적인 지도자일 리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최근에는 장성택이 김정은 연설 중에 다른 행동을 하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진들을 두고 장성택이 북한의 실권자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에 김정은이 주재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사진을 보면 장성택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는 확립되어 있는 상태이고 김정은이 그 책임자라고 생각한다. 장성택은 분명 내부의 고문(advisor)일 것이다. 김씨 일가에 혼맥을 갖고 있기는 하나, 장성택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김정은을 필요로 한다. 장성택은 김씨 일가와 혈연은 아니지 않는가. 나도 언론에서 말하는 사진과 영상을 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확대해석(reading too much)을 하는 것 같다. 장성택의 자세 등이 느슨해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아마 그의 지위가 매우 높기 때문이며 자신의 조카 김정은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친척 관계이며 따라서 그의 충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굳이 자신의 조카 앞에서 기강 잡힌 모습(discipline)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장성택이 자신의 조카를 앞세워서 뒤에서 보스처럼 명령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나는 믿지 않는다.

‘선군’이란 무엇인가

북한의 외교안보 정책은 ‘선군’이라는 단어로 잘 요약될 수 있다. 선군의 목적은 무엇이며, 선군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대외정책에서, 선군은 변형된 레닌주의의 관점에서 여러 이론들을 빌려와 짜기운(patch) 이데올로기이다. 근래에 북한에서는 선군사상, 선군정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레닌주의란 자본주의 제국주의(capitalist imperialism)에 대한 레닌의 이론과 사상을 뜻한다. 선군은 잉여가치와 자본주의의 착취적 본성에 대한 마르크스의 사상도 빌려왔다. 그런데 마르크스주의의 분석 단위(여기서는 ‘계급’이 된다 --편집자주)를 사용하는 대신, 북한은 세계를 민족국가 단위로 본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본성이 제국주의적이고 약탈적이기 때문에 국제 체제 또한 약탈적으로 본다. 북한은 20세기의 일본을 그런 약탈적인 자본국가의 예로 많이 사용했으며 이제는 미국을 그러한 약탈적 자본국가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권력(power), 그리고 체계 내에서의 권력 분배에 초점을 두는 국제정치학(IR: International Relations)의 현실주의 이론을 빌려온다. 그래서 북한은 권력에 집착한다. 미국과 같은 자본국가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막기 위해서 한민족이 이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보다 강한 힘(power)을 갖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매우 현실주의적이다. 북한은 힘에 매우 집착한 나머지 힘이 국가안보를 위한 목적에 적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을 얻게 되면 국가로 하여금 다른 목표까지도 이룰 수 있게 한다고 본다. 군사적으로 강력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적 목표 또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 체제의 문제점, 이를테면 경제 안보라든지 에너지 안보에서의 약점에 직면할 때에도 통치(governance)나 경제 정책, 또는 북한 체제의 폐쇄적인 특성 때문이 아니라 강성대국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군 이데올로기의 모순

북한은 미국과 그 지지자를 비롯한 외부세계가 북한에 적대적(hostile)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선군 이데올로기가 적대적인 것이다. 선군 이데올로기는 적대적 국가를 가정한다. 다른 국가라든지 조직, 사람, 기업들은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을 경우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선군사상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스스로의 무력(power capability)에 의존해야 한다. 다른이들과의 협력 등을 모색하는 것은 나약함의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어떠한 형태의 다자간 기구(multilateral institution)도 의심스럽고 비생산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북한의 국내 정치가 돌아가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권력에 기반하고 있다. 독재 체제는 지지자들의 규합을 필요로 하지만 반대 의견은 용납하지 않는다. 북한은 전체주의적 체제이며 궁극적인 통제와 권력이 정점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의 비대칭(power asymmetry)에 기반하고 있다. 다원주의적 체제나 연합(coalition)을 이루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과거 정부들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한국 국민들은 각 정부의 대북 정책들의 공통점 보다는 차이점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과거의 대통령들을 두고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나 대북 정책 실패를 두고 비판을 한다. 한 가지 문제점은 평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한국의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음을 간과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많은 경우에서 북한은 어찌되었든 의도한대로 했으리라는 것이다.

북한을 비핵화하고 그 호전적인 태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에 대한 합의 또는 타협, 양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안보 차원이다. 북한의 불안정 문제를 종식 또는 경감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평화 협정일 수도 있고 소극적 안전 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일 수도 있고, 군사 훈련을 취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둘째는 북한의 자존심이나 위신의 차원에서 북한의 불안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외교적인 인정(recognition)이 한 예가 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사관을 연다든지,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셋째는 에너지 지원이나 경제적 제재 완화, 식량 지원 등으로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명민한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조합을 시도해보았다. 양자간 대화, 4자회담, 6자회담 등등... 그러나 언제나 북한은 어느 정도 협력을 해오다가 결과적으로 거부했다. 선군주의적 접근방식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큰 틀에서의 합의(grand settlement, 핑스턴 박사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과 이것을 분명히 구분했다 --편집자주)‘를 수용한다면 북한은 자신의 안보를 집단 안보 협정(collective security arrangement)의 기구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선군사상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

북한이 먼저 선군사상을 버려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에게 적대적인 정책을 버릴 것을 말하지만 실상 선군사상이야말로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선군사상이 자본주의 중심국가는 제국주의적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소극적 안전 보장을 신뢰할 수가 없다. 선군사상에 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존재하지 않게 되거나 미국이 선군사상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미사일 테스트를 계속할 경우 특히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포용(engagement)에 대해서 갖고 있던 생각들을 실행에 옮기기는 데 제약이 심각할 것이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이 되었다 하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동안 냉각기가 계속될 것이다. 난 상당히 비관적이다. 내 생각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북한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떠한 화해나 해결책을 보기가 매우 힘들 것 같다.

_BUJ0327.jpg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단 말인가?

물론 있기는 하다. 오늘 아침(이날 아침 연합뉴스와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가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이 있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참가했다. --편집자주)에 윌리엄 페리와 대화를 했다. 페리가 오늘 반복해서 강조했던 것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상대해야지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몇몇 공약들을 어겼으며, 선군 전략을 계속해서 따르고 있다.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핵은 단지 동북아시아의 평화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인 데다가 이란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어 이란의 핵보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의 일부 인사들은 틀림없이 국제 핵시장에 자신들의 기술과 핵물질을 판매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 국가 외의 행위 주체, 특히 여기서는 테러리스트 등을 의미 --편집자주)들에게도 판매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는 국제안보에 심대한(grave) 위험이자 도전이다.

이제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의 실상이 언론 보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북·중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분명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은 대북 지원을 얼마간 중단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영원히 등을 돌릴 것인가?

단기적인 마찰 때문에 중국은 별로 [핵실험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주요한 국가이익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행위를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핵실험을 한다 해도] 중국이 북한에 심각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얼마 정도 그런 제재를 가하기는 하겠지만 [북한의] 불안정을 야기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선군 사상의 오류를 드러내야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최상의 방법은 더이상 북한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국제사회에 저항한 대가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비용을 감당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나는 북한이 선군 노선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을 비핵화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무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국 전면전이 될 것이다. 무력으로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들며 정치적으로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생각을 바꾸어 선군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 후자가 더 바람직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는 할 것이다.

나는 선군 사상의 오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선군 사상은 우선 군사력을 획득하면 다른 국가 목표 또한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이 가능할 것임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자 할 것이다. 북한이 군사력을 획득하더라도 다른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국제사회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선군 노선을 추구한다면 경제적 번영과 안보, 그리고 평화롭게 통일되는 한반도는 성취될 수 없다. 이러한 모순을 드러내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국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먼저 선군 정책을 폐기하는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