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슈퍼컴퓨터의 세계 과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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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슈퍼컴퓨터 '케이 컴퓨터'.



‘현 시점을 기준으로 최고의 기술, 최신의 사양을 접목하여 가장 빠른 성능을 보여주는 컴퓨터를 지칭하는 말.’ 일면 추상적이지만 이 정의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간이  컴퓨터란 장치를 만든 이후 현재까지 개발한  모든 기술을 조합하여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성능의 컴퓨터. 인류 컴퓨터 기술의 정점을 구체화한 장치를 상징하는 단어가 곧 ‘슈퍼컴퓨터’인 것이다.




름부터 '슈퍼' 컴퓨터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수년 간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듯이, 세계 각국에는 세계 랭킹 1위의 ‘슈퍼’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해마다 열리는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ISC)에선,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슈퍼컴퓨터들의 성능을 평가해 1위부터 500위까지 순위를 발표한다(http://www.top500.org/).  그동안 슈퍼컴퓨터 최강자의 자리는 줄곧 미국이 차지했으나, 과학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한 중국이 2010년 6월 감격의 첫 1위를 차지하여 그 해 톱 뉴스에 올랐고,  곧 일본이 압도적 성능을 선보이며 6개월 만에 중국을 2위로 밀어내고 정상을 차지해 지진 여파로 우울해진 일본의 전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슈퍼컴퓨터 순위는 과연 몇 위일까?


국가 기술 경쟁력의 척도라 일컬어지는 슈퍼컴퓨터란 무엇이며, 무슨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우리가 보유한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정리해 보았다.



슈퍼컴퓨터의 정의



퍼컴퓨터의 정의를 단순히 컴퓨터 사양이나 속도로 표현할 수는 없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슈퍼컴퓨터의 사양은 신속히 업그레이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의 사양이 시대에 따라 급속히 변하기 때문에 '위키피디아'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최고의 기술, 최신의 사양을 접목하여 가장 빠른 성능을 보여주는 컴퓨터를 지칭하는 말.’ 일면 추상적이지만 이 정의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간이  컴퓨터란 장치를 만든 이후 현재까지 개발한  모든 기술을 조합하여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성능의 컴퓨터. 인류 컴퓨터 기술의 정점을 구체화한 장치를 상징하는 단어가 곧 ‘슈퍼컴퓨터’인 것이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 속도를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 세계 70억 인구를 일렬로 세워놓고 계산기를 하나씩 준다.  이들 모두에게 수학 문제집을 주고 1초에 한문제씩 풀게 한다. 이렇게 해서 17일간 밤낮으로 계산을 시켰을때 얻을 수 있는 총 계산량, 이것이 바로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가 단 '1초'에 계산할 수 있는 양이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1초에 몇 번의 연산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플롭스(Flops)'라는 단위로 표현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된 키스티(KIST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가 2 기가플롭스, 즉  1초에  20억 번의 연산을  행할 수 있었다.  최근 세계 슈퍼컴퓨터 랭킹 500 순위를 보면 500위로 턱걸이를 한 미국의 휼릿패커드 프롤라이언트(HP ProLiant)가 50.9 테라 플롭스, 즉 1초에 50조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1위를 차지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케이 컴퓨터(K computer, 京) 는 10.51 페타플롭스의 속도인데 이는  1초에1경회(1경은 1조의 1만배)의 연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00tianhe1중국 국방과기대학이 지난 2009년 10월 공개한 슈퍼 컴퓨터 톈허1. 중국국방과기대학 자료 사진



슈퍼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질문은 슈퍼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던질 만한 질문이지만, 대답하기가 상당히 애매모호한 질문이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에 16비트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라대던 중학생 시절의 필자에게 컴퓨터를 사주면 뭘 할수 있냐고 물어보시던 부모님의 질문과 통하는 바가 있다. 당시 중2짜리가 최선을 다해 답변한 대답은  ‘그냥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요’였다.  안타깝게도 부모님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 실패한 답변이었지만, 지금 물어보아도 나는 그보다 나은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터넷 서핑, 게임에서부터 캐드(CAD), 프로그래밍에 이르기까지 일반 컴퓨터하나만 가져도 그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듯이, 슈퍼컴퓨터도 역시 다양한 곳에서 여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만일 슈퍼컴퓨터 소유자가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엄청나게 비싼 장비를 이용하는 게임 유저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슈퍼컴퓨터로 영화관 예약을 원한다면 빛처럼 빠른 스피드로 예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볼 때 슈퍼컴퓨터의 유지 및 관리에는 엄청난 비용과 공간이 필요하므로 대부분 여러 인원이 함께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용된다.


현재 슈퍼컴퓨터가 사용되는 곳을 정리해 보면, 일기 예보, 기상 연구,  단백질 입체 구조 예측, 양자 역학, 생물학적 화합물의 성질 계산, 항공기의 비행 및 충돌 시뮬레이션, 핵 무기의 폭발 시뮬레이션, 핵융합의 연구, 우주 탐사, 경기 예측 등이 있다. 이밖에도 일반 컴퓨터로는 수행하기어려운 각종 프로젝트나 무한한 계산 자원이 필요한 각종 시뮬레이션에 반드시 슈퍼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



슈퍼컴퓨터, 가격은 얼마 정도 하나?



물론 슈퍼컴퓨터를 아들한테 생일 선물로 사줄 수는 없다. 실은 대기업 몇 군데가 모여도 단 한 대를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낄 만큼 고가의 장비가 바로 슈퍼컴퓨터이다.  일본 문부과학성 발표자료를 보면,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케이 컴퓨터를 구축하는 데 든 비용이 1120억 엔이었다. 우리돈으로 무려 1조 7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컴퓨터 한 대를 만든 것이다.  2010년 6월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의 톈허-1(Tianhe-1, 天河一号)의 경우에는 1070억 원, 2009년 11월까지 1위였던 미국의 로드러너(Roadrunner)의 경우에는 1770억 원가량의 제작 비용이 들어갔다.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지비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케이 컴퓨터를 유지하는 데에 연간 1200억 원의 경비가 들어가며 톈허-1에는 연간 약 200억 원의 경비가 들어간다. 이토록 비싼 제작비와 유지비는 아무리 슈퍼컴퓨터를 원해도 함부로 슈퍼컴퓨터를 제작하거나 도입할 수 없게 하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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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와 국가의 기술력



퍼컴퓨터 한대 정도 있다고 국가의 기술력이 당장에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접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필자는 슈퍼컴퓨터가 한 대 완성될 때마다, 그 즉시 국가 기술력이 한단계씩 업그레이드 된다는 쪽에 동의하고 싶다.  슈퍼컴퓨터의 무시하지 못할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다수의 이용자가 원격지에서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공공사업을 위해 아무리 값비싼  실험이나 관측 장비가 도입된다 해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은 대체로 한정되어져 있지만,  슈퍼컴퓨터는 멀리 떨어진 그룹도 원하는 과제를 마음껏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2011년 11월 기준으로 세계 슈퍼컴퓨터 랭킹  5위인  츠바메(TSUBAME)가 설치되어 있는 도쿄공업대학이 최근 발표한 바를 보면,  약  3년 동안 61개에 이르는 외부 과제가 이 컴퓨터를 이용해 수행되었다.  분야를 보면, 제약 기술, 유전자 해석 기술, 나노 재료 가공 디바이스의 개발, 사회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시물레이션 등이며, 정부 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슈퍼컴퓨터를 개방해 국가 기술력 전반에 걸쳐 약 5년에서 10년가량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와 관련없는 미츠비시화학 과학기술 연구센터가 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최소 5년가량 앞당겨 차세대 기술을 확립했다고 발표한 사례는 이러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정보를 남보다 빨리 얻어낼 수 있다. 정보의 획득 속도가 곧 경쟁력이며 이것이 때로는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슈퍼컴퓨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과학 기술의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국가가 수천억 원의 자본을 들여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슈퍼컴퓨터의 순위는 현재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 및 국가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렇다면 한국의 슈퍼컴퓨터 경쟁력은 어떠한가. 최근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해온)가  31위를 차지했다.  2009년까지만 해도 500위권에 들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랭킹 2위, 4위)과, 동북아 대지진의 여파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전력 투구 중인 일본(랭킹 1위, 5위)이 전통적 슈퍼컴퓨터의 강국인 미국(3위)을 제치고 최근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슈퍼컴퓨터 31위'인 대한민국이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BY 조태호   l  (한겨레 사이언스온 기고 칼럼, 2012.01.13)

원문: http://scienceon.hani.co.kr/3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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