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어른이나 애어른!

가끔 이런 소리를 듣는다. “애를 너무 어른 취급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한 소리를 듣고 나면 그제서야 정신이 든다. “그러게, 아직 만 세 돌도 안 된 아기인데……” 또래에 비해 늦었던 말문도 트였고, 말은 늦어도 말귀는 아주 귀신이다. 밥 숟가락질도 혼자 하려고 들고, 신발도 혼자 신고, 이도 스스로 닦겠단다. 정숙(?)을 요하는 곳에서는 조용해야 하는 줄 안다.(대신 끝나면 참았던 소리를 몇 배는 더 쏟아낸다. 부쩍 커가는 모습이 보이다 보니 애를 애로 생각 안 할 때가 많다. 지난 번 글에서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위로’의 맛을 본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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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위로

일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더블딥’에 빠졌다. 두통이 좀 있었다가 괜찮아 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주 총체적 난국이다. 성질 더러운 나랑 사는 남편이 본능적으로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집안에 워치콘 3단계에 준하는 긴장이 느껴졌다. 평소 고봉밥을 먹는데, 밥 그릇부터 푹 꺼졌다.(그래도 굶지는 않는다!) 밥을 제대로 안 먹으니, 기운이 없고, 몸이 허술하니 잡생각이 창궐한다. 몸의 효율이 떨어지니, 일의 효율도 급하강이다. 반나절이면 끝낼 일을 며칠째 달고 다니고 있고,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하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악순환이다. 발단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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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대마왕, 공짜집을 마다하다

공짜로 살 수 있는 집, 그것도 그림 같은 전원주택은 누구에게도 치명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 양평의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지인이 사정이 생겨 서울로 나오게 되면서 그 집이 비게 된 것이다. 당분간 이 집에서 살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 집은 그냥 평범한 전원주택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정원과 연못, 문전옥답이라고 부르는 텃밭, 그리고 잘 지은 2층집과 황토로 만든 사랑채까지 붙어 있는 우리에게는 저택에 가까운 집이다. 물론 조건이 없는 건 아니었다. 들어와 사는 동안 드넓은 정원과 텃밭을 관리해야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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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니 밥이냐?

나는 웬만해서는 밥맛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아파도 먹고 아프자는 주의다. 심지어 아기 낳기 1시간전 진통을 하면서도 밥은 먹겠다고 밥상을 받아놓았다. 결국 못 먹고 출산했지만…^^ 그런데 요사이 밖에서 벌어진 밥쇼 때문에 식욕이 감퇴했다. 미수로 끝나서 다행이지, 정말 밥맛 없을 뻔 했다. 나는 우리 아이가 ‘밥 잘 먹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먹성이 좋다. 젖 물을 때부터 아주 야무졌다. 밥을 먹이면서 어려움과 혼란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거나 잘 먹고, 많이 먹는다. 일단 먹성 유전자를 타고났다. 먹는 건 3대 간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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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라 외출, 사회도 나도 준비가 안됐...

“점점 사회부적응자가 되어가는 거 같아!” 가끔 내가 하는 걱정이다.  갑자기는 아니고, 원래 그런 기미가 좀 있었다. 그런데 애 낳고 더 심해졌고, 훨씬 더 강력해졌다. 일단 먹는 거! 밖에 나가서 먹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절대 집에서 절대 구현할 수 없는 밖의 음식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앞 떡볶이와 쫄면, 생맥주와 치킨, 커피와 와플 같은 밖의 음식들……. 그러나 대체로 밖에 음식은 간이 너무 강하고, 화학조미료 범벅에, 재료의 본질은 미궁 속으로 빠져 버린지 오래다. 사실 나는 경상도가 고향인 엄마의 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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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적당히, 태평육아법

좋아하던 직장 선배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하겠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인간적이고 자상하면서 섬세했던 선배와 허물 없이 지냈고, 이 선배 때문에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사표를 던지자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리고는 정말로 뒤도 안 돌아보고 진부령으로 산골로 들어가버렸다. 부인이 시골 보건소 소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생긴 일이었다.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선배였기에, 그가 어떤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됐다. 그런데 농사를 짓겠다고 내려간 양반이 영 엉뚱한(?) 짓(!!!)만 하고 있었다. 하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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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었을 때, 엄마 노릇 실컷!

천하의 역마살였던 내가 이렇게 진득하니 2년 씩이나 집에 눌러 앉아있을 누가 알았을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다 놀라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신기하고 대견하다. 처음 생각은 달랐다. 육아휴직 1년이 끝나는 날을 D-day로 정하고 한 달 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3.2.1. 제로를 외침과 동시에 용수철처럼 바깥으로 튀어나가려고 했다. 한창 일이 재미있어질 때 경력이 단절된 것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고, 늘 바닥이 보이는 가정 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이 끝났는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가고 싶었는데, 발이 아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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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여자, 남은 여자

작년 어느 가을 밤,  여느 때처럼 젖을 물려 애를 재우는 것으로 하루 마감씬을 끝냈다. 보통은 젖을 물림과 동시에 나도 곯아 떨어지지만, 가끔 홀로 깨어있는 시간을 갖으려 잠에 들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혼자만의 시간, 외로운 시간을 갖는 것은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종속적 존재가 아닌  자연인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종의 리추얼(ritual) 같은 거다. 그날은 일부러 노력한 것도 아닌데, 또렷이 깨어있었다. 마감을 겨우 끝냈는데, 웬지 한 테이크를 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TV를 틀었다.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배경으로 틀어 놓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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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주 vs. 친손주

나는 비혼 상태에서 아기를 가졌고 출산했다. 처녀가 임신한 케이스에 당시에는 결혼도 안 하겠다는 입장, 나중에 백배 양보하여 살아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찔끔찔끔 속을 썩여오던 내가 결정적 한 방을 날리자 집안도 발칵 뒤집혔다. 동네 사람들에게도 좋은(?) 가십거리를 던져준 셈이었다. 이렇게 나의 임신은 마냥 환영 받을 수 없었는데도 엄마와 아빠만은 달랐다. 결혼식조차 안 하겠다는 나의 말에 심히 낙담하면서도, 임신 자체에서는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며 기뻐해주셨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안아보는 첫 손주는 엄마 말대로 '축복'이고,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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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하기가 싫다…

빗소리에 눈을 떴다. ‘아… 또 비야?’ 이젠 징글징글하다. 8시가 넘었는데도 어두컴컴하다. 눈 떠지는 시간도 자꾸 늦어지고 몸도 찌뿌듯하다. ‘삼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옛말이 있는데, 석 달은커녕 한 달도 힘들다. 정말 지루하고 멜랑꼴리하다. 이불이 끈적이며 피부에 엉겨 붙고, 빨래에서 썩는 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집 밖에 나가지를 못하니 애나 나나 짜증 아주 지~대로다. 아는 분이 물었다. “이렇게 눅눅한 장마에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내가 ‘재미 지상주의자’라는 걸 알고 하는 말이다. 나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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