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맞추기 잔혹사

퍼즐이 언제부터 우리집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첫째는 퍼즐 맞추기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아빠는 퍼즐조각을 하나라도 잃어버릴까 챙기는 것을 제외하곤 우 리 둘 사이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생 각해보면 퍼즐 맞추기만큼 어릴 적 큰 추억이 없는듯하다. 나에겐 30년도 넘게 된 소중한 추억이 있다. 고향집 앞에는 동네 보건소가 있는데 30년 전 처녀 보건소 소장님이 계셨는데 나는 학교를 마치면 항상 보건소를 찾았다. 엄마가 바빠서 나를 저녁에 보건소에 맡겨 놓은 듯한데 나는 바퀴 약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퍼즐을 매일 밤 맞추느라 시간 가는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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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슈퍼맨이 아니다

손목을 심하게 삐었다. 마늘 만kg를 들어도 끄떡없던 손목인데, 한라봉 20kg 콘테이너를 수도 없이 들어도 끄덕없던 손목인데 왜 삐었는지 원인도 모르게 시큰시큰 아파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둘째를 안아서 번쩍 들어 천장까지 올리고 어깨위에 올려놓고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양팔로 그네도 태워주곤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첫째가 “아빠, 나도 해줘”라고 한다. 지난해만 해도 어렵지 않게 안을 수 있었던 첫째. 둘째와 똑같이 해주려는데 몸무게의 ‘급’이 다름을 느끼고는 ‘이상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첫째가 너무 커버린건가 아니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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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의 친구사이, 졸업은 언제?

첫째와 내가 언제부터 친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집과 집앞 놀이터, 무릉리만 오가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4살이니 아빠와 친구가 된 것도 아마 그쯤일 듯하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시작하였다. 아이와 놀기도 하고 책도 읽어주려다 보니 혀 짧은 소리를 내게 되었고 아이의 수준(?)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런 연고가 없이 제주에 내려오다보니 엄마아빠의 사회적 관계가 좁은 편인지라 아이가 만나는 관계들도 좁아지는 것이 신경 쓰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농촌마을에서 나이든 어른들과 만나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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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vs 기혼, 잠자리의 어려움

“미혼의 지갑은 돈으로 채워 두둑하다. 기혼의 지갑은 가족사진으로 채워 두둑하다.” 가끔 미혼과 기혼의 차이에 대한 유머가 인터넷에 떠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아이가 생겨 가족을 이루다보니 엄마/아빠 정체성이 더 강해져 생기게 되는 일들이다. 미혼일 때와 기혼일 때의 차이가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겠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잠자리에 대한 부분이다. 이미 결혼을 한지 8년차가 되는지 한 이불 덮을 때의 어색함(?)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 아내와 둘이 한 이불을 덮어본 지도 까마득한 옛 이야기가 되었다. 매일 혼자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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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시, 아빠의 마음

제주이주와 함께 내 세가지 소원 중 하나는 시집내기였다. 소원이 어느 정도였냐면 시를 쓰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매일 밤 가족을 초대한 시집 출판기념회를 생생히 그려보았다. 내가 시를 읽고 어머니와 누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이 생생한 꿈을 꾼지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꿈이 시인인 청년이라. 친구들은 ‘시인’나셨다며 비꼬기도 하고 어떻게 살까하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는 딱 시쓰기가 멈추었으니 내 시는 외로워서 쓴 일기에 다름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나의 첫 번째 소원을 이루고 지난해엔 생각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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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교본, 아들이 말하는 아버지이야기

내게는 전형적인 경상도 스타일의 아버지가 있었다. 성격이 불같아서 그러한지 일찍 돌아가셨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평소에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흡사 싸우는 듯했고 술을 한잔 하고 집에 들어오는 날에는 누나 세 명과 나는 모두 외할머니 집으로 피신을 해야 했다. 엄마는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이 동네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제발 그냥 잠을 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닮을까 두려웠는지 엄마는 어려서부터 ‘홍가(친가)’집안 사람을 닮지 말고 ‘신가(외가)’집안 사람을 닮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아버지를 닮지 말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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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아빠, 둘째의 걸음마에서 인생을 배우다

뽀뇨하나네 가족은 1000km가 넘는 설명절 대이동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늘 그렇듯 제주에서 창원, 전주를 경유하여 다시 제주로 향했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영호남간 고속도로는 정치세계와는 다르게 소통이 원활하여 고향가는 길, 별 어려움 없었습니다. “머리가 예술가 스타일이다”는 잔소리를 나이 마흔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듣게 된 명절이었지만 올해 시심(詩心)을 발동하기로 한 저이기에 만족했습니다. 귀농하여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선 친구를 처가인 전주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새해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뜬금없이 왠 목표냐는 이야기를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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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7년만의 임대아파트 집들이

결혼 7년만에 집들이를 하였다. 집을 사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집들이냐며 아내가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집들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아파트이지만 꼭 해야 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마을 이장님과 술김에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장님은 그 전에 나에게 몇 번이나 집들이를 한번 하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1년 내내 그 이야기를 듣다가 들컥 수락한 이유는 이장님이 내 손을 꼭 잡으면서 하신 말씀이 내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뽀뇨아빠도 집들이 한번 하라게. 무릉리 사람 다 되었는데 동네 사람이 한명도 집에 안찾아오면 아내가 어떻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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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빠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난해 ‘불황10년’을 출간한 우석훈 박사의 강연을 인터넷으로 보게 되었다. 부동산, 재무구조, 고용문제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육아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경제와 육아가 과연 무슨 관련이 있을까하고 끝까지 보게 되었는데 OECD국가 중 한국이 가사분담율 16%로 최하위라는 사실과 아빠가 채워야 할 육아의 대부분을 돌봄역할의 사교육시장이 대신한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사교육 지출이 가계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육아와 교육이 개별 가정의 문제뿐 아니라 나라의 경제적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그럼 아빠들이 돈을 조금 덜 번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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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과속패달을 멈추다는 것

부모는 왜 아이에게 화를 낼까? 어린 아이는 부모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다만 떼를 쓰거나 울음을 거치지 않을 뿐. 2년 전에 첫째에게 처음으로 매를 든 적이 있다. 최근에 다시 매를 든 적이 있었으나 때리지는 않았다. 변명을 할 생각이 아니라 왜 내가 매를 들게 되었고 매를 들었을 때의 심정은 어떠하였으며 왜 매를 들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차분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한동안 내가 재웠다. 둘째가 어려서 둘을 함께 재우는 것이 버거웠는데 나는 일을 하고 들어와 아이와 놀아주고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으나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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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전업주부가 꿈이었다 현실이 된 행운남,엄마들의 육아에 도전장을 낸 차제남,제주 이주 3년차…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프렌디. pponyop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