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딱따구리(2) 청딱따구리 숲 곁에서

청딱따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30 센티미터 정도의 중형 딱따구리로 까막딱따구리 다음으로 큰 딱따구리라 할 수 있습니다. 등은 녹색이고, 배와 머리 부분은 회색이며 수컷은 머리 위쪽으로 붉은 털이 돋아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몸에서 푸른색은 보이지 않는데 청딱따구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녹색을 더러 푸르다고도 하는 데서 비롯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도 ‘blue woodpecker’와 'green woodpecker'라는 표현이 혼용되고 있는 것이 흥미로운 점입니다. 현재 청딱따구리의 영어명은 머리가 회색인 딱따구리라는 뜻의 ‘gray-headed woodpeck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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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딱따구리 수컷은 머리에 붉은 털이 돋아있고, 암컷은 붉은 털이 없습니다.

 

청딱따구리는 까막딱따구리와 크기도 차이가 나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번식습성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어린 새를 키울 때 부모 새들이 먹이를 낱개로 잡아오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고 와서 토해준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습성의 이유는 먹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 모두 어린 새들을 키우는 주요 먹이가 개미의 알과 개미 애벌레입니다. 우선 먹이가 너무 작아 낱개로 나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아주 멀리 이동하여 간신히 개미의 집을 발견했는데, 고작 부리에만 채워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에 해당할 것입니다. 한 번에 가장 많이 나를 수 있는 방법으로 뱃속에 가득 채워오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이는 또 다른 이점과도 맞물려있습니다. 뱃속에 담겨진 먹이가 소화효소와 적절히 버무려질 터이니 어린 새의 영양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몸집이 큰 이들이 둥지에 자주 드나들지 않아도 되므로 천적에게 둥지를 덜 노출시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딱따구리보다 크기가 작은 큰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는 하루에 50번 정도 낱개로 먹이를 나릅니다. 10분에 한번 꼴로 분주하게 둥지에 드나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까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는 하루에 10번 내외로 먹이를 나를 뿐입니다.

그런데 먹이를 토해서 어린 새에게 줄 때 작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어린 새가 많이 커서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할 때부터 생기는 문제입니다. 부모 새들이 먹이를 토해내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어린 새들이 부모 새들의 몸을 마구 쪼아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둥지 앞에서 먹이를 토해내다 어린 새에게 쪼여 몸이 튕겨져 나갈 때도 있고, 바닥으로 뚝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지만 부모 새들이 이조차 감내해내기에 작은 문제입니다.

한 번 토해내는 양은 한 입에 넣어주기 딱 알맞은 양입니다. 청딱따구리의 경우 한 번 배에 담아온 먹이를 15번까지 토해내서 전해주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새의 공격까지 피해가며 그 힘겨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육아의 기본인 셈입니다. 까막딱따구리는 청딱따구리에 비하여 토해내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지만 그렇더라도 고통의 순간들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까막딱따구리처럼 청딱따구리 역시 어린 새는 부모 새와 모습이 같습니다. 어린 새 수컷은 아빠 새를 닮아 머리에 붉은 색 털이 돋아있고, 어린 새 암컷은 엄마 새처럼 붉은 색 털이 없이 그냥 회색입니다. 큰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는 어린 새의 모습이 부모 새와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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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따구리는 어린 새의 먹이를 뱃속에 담아와 둥지 입구에서 토해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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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새가 둥구 입구에서 먹이를 토해 어린 새 수컷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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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새가 둥구 입구에서 먹이를 토해 어린 새 암컷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둥지에 있는 어린 새가 먹이를 빨리 달라고 아빠 새를 쪼면 아빠 새는 뒤로 나뒹굴며 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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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새가 먹이를 토해내자 어린 새 수컷과 암컷과 동시에 고개를 내밀어 먹이를 받아먹으려 합니다.  어린 새들의 공격을 피해 조금 아래쪽에서 먹이를 주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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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까막딱따구리 암컷이 먹이를 보채며 아빠 새를 쪼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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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딱따구리 아빠 새가 둥지에 접근해  먹이를 주려다 어린 새에게 쪼여 뒤로 튕겨져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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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빠져나온 청딱따구리 어린 새 수컷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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