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에서는

몇 해 전, 1,200여 편의 동시를 영원한 선물로 남겨주시고 세상을 떠나신 분이 계십니다.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님이십니다. 남기신 동시의 숫자도 상상을 훌쩍 뛰어넘지만 동시 중 동요의 노랫말이 된 것 또한 무려 800여 편이나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동요가 선생님의 동시에 곡을 붙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지 않아 「퐁당 퐁당」, 「옹달샘」,「고추 먹고 맴맴」, 「낮에 나온 반달」, 「기찻길 옆」, 「날아라 새들아」, 「나리 나리 개나리」, 「산바람 강바람」, 「우산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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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세계

2001년 어느 봄날, 생태학을 전공한 동료가 새로운 제안을 하나 하였습니다. 생태계조사가 있는데 버섯에 대한 조사를 할 마땅한 사람이 없으니 이 기회에 버섯의 세계에 한 번 들어서 보는 것이 어떠하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전체 8분야 중 이미 7분야에 대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팀이 구성되었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남은 한 분야에 대해서 국내에 몇 분 되지 않는 버섯 전문가를 모실 수 있는 형편은 되지 못하며, 버섯 분야는 중점조사 대상이 아니니 성실하게만 조사를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선 자연 상태의 버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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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방석에 앉은 참개구리

온 몸이 온통 가시로 뒤덮여 있는 동그란 모양의 가시연꽃을 볼 때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은 가시방석입니다. 앉아있기가 불편한 자리의 가시도 돋지 않은 가시방석이 아니라 위에 제대로 앉으면 정말 죽겠다 싶은 진짜 가시방석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아무리 큰 잘못을 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차마 가시연꽃에 앉히는 벌을 내릴 수 없겠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가시연꽃의 가시는 매섭다는 느낌도 지나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가시연꽃은 늦은 여름 피어나는 보랏빛의 작은 꽃잎을 빼놓고는 몸의 구석구석에 가시가 사납게 솟아 있어 도무지 손을 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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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습격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땅에서 야생의 포유류를 만나고 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낮에는 어딘 가에 꼭꼭 숨어있다 주로 어두움을 틈타 움직이는데다 워낙 조심성이 많은 것도 그렇거니와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감각마저 사람보다 뛰어나서 마주치지 않고 미리 피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칠 때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거리, 빛의 방향, 구도를 선택하는 것은 고사하고 피사체에게 카메라를 향한 다음 초점과 노출을 맞출 시간조차 주지 않고 사라져 버려 결국 우연은 우연으로 끝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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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먹은 너구리

오늘은 꽤나 달아 보이는 감을 먹은 너구리를 만났습니다. 산에 누가 힘들여 올라 와 일부러 심었을 것 같지 않은 감나무들이 더러 있는데 그건 밤을 틈타 마을에 다녀온 너구리들이 이런 식으로 심은 것이었나 봅니다. 오늘은 우연히 내 산행의 간식도 단감이었습니다. 반쪽은 내가 먹고 나머지 반쪽은 산에 두고 왔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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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의 생명여행

잠자리의 날개가 윤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고단한 날개를 접고 군데군데 깊게 찢겨나간 갈대 끄트머리에 앉아 한참을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가을이어도 먼 산을 가까이 데려와줄 만큼의 깨끗한 하늘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지난 밤 비바람이 하늘에 뿌옇게 낀 것들을 말끔히 쓸어냈습니다. 햇살도 곱고 알맞게 선선합니다. 노란띠좀잠자리 조금 걷고 싶은 마음이 샘솟아 보던 책은 그대로 펼쳐두고 연구실 문을 열고나섭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방향을 바꿔 숲길로 들어섭니다. 숲길을 거닐 복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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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의 두 둥지

하천의 가장자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갈대숲입니다. 갈대숲은 먹이사슬 관계에서 주로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여리고 약한 피식자(被食者) 생명체들이 제 몸도 숨겨가며 새끼를 돌볼 둥지를 틀기에 참으로 좋은 곳입니다. 우선 갈대는 서로 몸을 맞대고 빼곡히 들어서서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생겼거나 미리 만들어 놓은 이동로가 아니라면 몸이 큰 포식자(捕食者)들이 드나들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포식자들이 먹잇감의 위치를 감지하고 접근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접근하는 소리와 갈대의 흔들림마저 감추기는 어려운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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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의 문턱에 서있는 가시연꽃

보고 싶은 대상이 있어 항상 곁에 있거나, 곁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멀리 있더라도 나의 수고로 움직여 가면 항상 그 곳에 있기에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행복입니다. 그러니 곁이나 가까이나 멀리라도 틀림없이 있었던 그 대상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없다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 어떤 자료에 의하면 지구촌에서는 매일 136종의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당연히 예외일 수는 없어서 매일 1종의 생명체가 우리를 영영 떠나는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고 또 알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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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휴식

물총새는 물가의 갈대나 나뭇가지 또는 바위에 앉아 있다가 물속으로 총알 같이 뛰어 들어 물고기를 잡는 습성이 있습니다. 일단 뛰어 들면 실패하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물고기를 잡는 데에는 진짜 최고의 선수입니다. 먹이는 모두 물고기이지만 아직 먹이사냥이 서툰 어린 새는 더러 곤충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나뭇가지 하나에 먼저 잠자리가 앉아 있었는데 어린 물총새가 오는 바람에 잠자리가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다른 쉴만한 곳을 찾아보기를 바랐는데 잠자리는 지그시 물총새의 머리를 누르며 자리를 잡고 쉬려 합니다. 안타깝게도 잠자리는 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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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바위 점박이물범

백령도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꽤 많은 섬입니다. 얼핏 떠오르는 것만 하더라도 서해 최북단의 섬,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 기암괴석이 장관인 서해의 해금강, 고대소설 심청전의 무대, 점박이물범 국내 최대의 서식지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천안함의 아픔까지 포함될 것입니다. 백령도에서 몽금포타령으로 널리 알려진 장산곶은 불과 10킬로미터 밖에 떨어져있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아주 가까이 보일 정도의 거리입니다. 조금 과장된 것 같기는 하지만 백령도 서북쪽에 자리 잡은 두무진에서는 장산곶의 닭이 회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는 이야기도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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