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비안베이의 로망과 실망 - 생생육아
2010.08.31 11:18 Edit
» 캐리비안베이에서 이모와 물놀이 중인 아란. photo by 김미영
여름철, 캐리비안베이에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 서른여섯 해 동안 이 곳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개장 초기에는 ‘늘씬한 미녀들이 비키니 입고 몸매 자랑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기에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 이후에는 주머니 사정과 바쁜 업무 등의 이유로 갈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주 토요일, 우연한 기회에 캐리비안베이에 갈 기회가 생겼다. 교사들에게 저렴하게 캐리비안베이 티켓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에 수아 고모가 “올 여름 수영장 한번 못가본 아이들에게 캐리비안베이 구경을 시켜주라”며 그 표를 내게 선물로 줬다. 기간이 8월 말까지였기에, 부랴부랴 8월29일 온 가족이 캐리비안베이로 향했다.
내 로망이었던, 캐리비안베이. 극성수기가 지났는데도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궂은 날씨임에도 아침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9시쯤 에버랜드 주차장에 차를 세웠으나 정작 캐리비안베이 입장시간은 10시30분. 표를 구입하고, 입장하는데 1시간 3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그런데도 입장객들의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나마 우리는 다행이네. 입장하려고 늘어선 저 긴 줄들 좀 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캐리비안베이는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파도 풀은 압권이었다. 아이들 때문에 미끄럼틀은 타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물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신나고 즐거웠다.
그것도 잠시. 하나둘씩 내게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은 너무 차가웠다. 시설물 중간 중간 노후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입장객이 너무 많다보니 물속뿐 아니라 물 밖에서 이동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단 몇 미터를 가려 해도, 사람들과 여러 차례 부딪쳐야 가능했다. 뭐, 그건 성수기 주말임을 감안해서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나의 불만과 실망은 다른 곳에서 폭발했다. 바로 수면실과 유모차 대여.
영화관들이 영화 관람객이 아닌 영과 관람객이 산 ‘팝콘’을 판매해 돈을 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고, 캐리비안베이나 에버랜드 역시 사람들의 입장료가 아니라 먹을거리나 기념품 등을 팔아 짭짤한 수입을 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상술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됐다.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이 봉인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필수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유아휴게실 내 수면실 사용과 유모차 대여에 사용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수면실 사용의 문제다. 캐리비안베이에는 유아휴게실이 있다. 수유도 하고, 물놀이 하다 지친 어린 아이들에게 쉴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배려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유아휴게실 내 ‘수면실’ 이용하는데 사용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24개월 미만의 어린이들은 반드시 낮잠을 잘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물놀이를 하다보면, 평소보다 더 지칠 수밖에 없기에 낮잠을 자는 아이는 수두룩하다. 캐리비안베이에서는 30분당 3천원(1시간 5천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었다. 아이들이 지치면 잠들 수도 있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수면실을 이용해야 한다.
둘째, 유모차 대여료의 문제다. 캐리비언베이에서 나온 뒤 에버랜드에 갔다. 공짜로 에버랜드까지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에버랜드에서는 24개월 미만의 어린이들을 위한 유모차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용료 3천원을 내야만 유모차를 빌릴 수 있었다. 보증금까지 4천원을 내고 빌리면, 보증금 1천원은 유모차를 반납할 때 환불해준다. 그러나 3천원의 이용료는 환불이 되지 않는다. 넓디넓은 에버랜드에서 아이들이 유모차 없이 걷기만 한다는 것은 무리다.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제대로 잘 놀려면 유모차는 필수적이다.
이날 내가 21개월 된 둘째딸을 위해 쓴 돈을 보면, 모두 1만3천원이었다. 이 돈은 순수하게 수면실 이용과 유모차를 빌리는데 쓴 돈이다. 물놀이에 지친 둘째딸이 잠이 들었는데, 캐리비안베이 안에서는 도저히 눕힐 공간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비치의자는 만석이었다. 유아휴게실로 갔더니, 바닥에 장판만 깔려 있었는데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도저히 아이가 잘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 안에 있는 수면실을 찾았더니, 요금을 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했다. 아이는 평소처럼 2시간 낮잠을 잤고, 결국 나는 1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했다.
에버랜드에서는 유모차 대여료로 3천원을 썼다. 지금껏 6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돈을 내고 유모차를 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주가 수익에 급급하고,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의 상술은 지나쳐 보인다. 얼마의 금액을 지불했냐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마치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을 ‘봉’으로만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장차 잠재적 관람객이 될 수 있기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즘엔 일부러 서비스 차원에서 유아휴게실(수면실)을 이용하고, 유모차도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곳이 적지 않다.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 할인마트, 코엑스몰, 작은 공원이나 놀이시설 같은 데서도 무료로 유모차를 빌려준다. 유아휴게실 역시 엄마와 아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백화점에서는 기저귀, 물티슈, 비누, 세면대, 전자레인지, 젖병소독제 등을 구비해서 엄마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다 방문한 모든 이들, 즉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골고루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에버랜드나 캐리비안베이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할망정 돈을 추가로 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에버랜드나 케리비안베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 제 값을 내고 정당하게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업주가 편의시설과 편의용품 즉, 유아수면실과 유모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고객서비스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는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그 책임과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로망이었던 캐리비안베이, 이상한 상술 때문에 그 ‘로망’이 하루아침에 깨져 버렸다.
에버랜드나 캐리비안베이 쪽에서는 유아수면실이나 유모차 대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익구조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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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서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유모차나 놀이방을 무료로 개방하는 비용이 물건값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시설을 이용함에도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들의 비용은 누가 지불하게 되는 셈인가요? 결국 재화/서비스를 직접 이용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들이 물건을 사서 분산 지불하는 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캐리비안베이에서 빌리지나 비치체어를 이용할 요량으로 갔는데, 빌리지와 비치체어가 이미 모두 대여된 상태여서 빌릴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럴 때는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까요? 글에서도 밝혔듯, 제 경우 그랬거든요. -
그나마 가격을 받더라도 수면실이라도 있으면 고맙죠.. 얼마전 부천에 있는 웅진 워터파크에 다녀왔는데요..
모든 비치의자,침대,방갈로 모든 곳 사용료를 받고 여유분도 없어서(억만금이 있어도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판매가 다 되어서 구매도 않됨) 나중에 들어온 엄마들은 애기 눕힐곳이 없어서 바닥에 수건깔고(젖어서 축축한 곳에..ㅠㅠ)애기 눕히고 나이드신 어른들은 앉을 의자도 없어서 바닥에 쪼그려서 앉아계시고 어떤 엄마는 바닥에 눕히기 뭐하니까 다른 식구들 노는동안 물에 발한번 못 담그고 애기 안고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식사하는 의자도 모자라서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서 먹고..
완전히 그지들 같았어요..
금액도 59000원이나 받으면서 어쩌면 그 모양인지~~!!
돈받고 거지 취급하는데 정말로 속에서 열불이 나서 죽는줄 알았어요..
또 물은 얼마나 더러운지 웅진하면 정수기 회사이여서 당연히 물은 깨끗할거라고 생갈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물 색에 속이 뒤집어 지는줄 알았다닌까요...
저처럼 당한 사람도 있으니까 위안 삼으세요..ㅠㅠ -
네.. 결국 문제는 비싼 입장료를 내고 워터파트나 놀이시설을 이용하는데, 그 서비스는 그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겠네요. 캐리비안베이나 에버랜드의 입장료도 꽤나 높잖아요. 왜 적지 않은 입장료 안에 유모차나 수면실 유지 및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이해가 좀 안되네요. 전. 그래서 아이를 데려온 이용자들이 추가로 돈을 내는 게 당연한 것이고, 아니 그것보다 이용자들이 그 비용을 내고 사용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워요. 그동안 제가 서비스와 소비자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살고 있었나...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고속도로는 다른 대안이 있죠 국도라는
돈내기 싫으면 국도로 가시면 돼요....
글쓰신분 요점은 고속도로만 만들어 놓고 목적지에 가려면 돈내라는 것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해요 오긴 왔는데 다른 대안은 없고 가긴 해야하는데 그럼
어쩔수 없이 돈내고 가야죠.... 사전에 그런거 공지해 주는것도 없고
냇가 놀러가는 것도 아닌 대기업 놀이공원 놀러 가는데
애기들 재우는거 걸어다니는거 까지 생각해야되고 비싼돈내며 그런데
놀러 가야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