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언니처럼, 동생의 집착 - 생생육아



d9420abf8e6fd32ecd69304694e82cfc. » 똑같은 치마를 입고서 기분이 좋아진 두 딸.



두 딸을 키우고 있는 내게는, 역시나 두살 어린 여동생이 있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난 지금은 둘도 없는 각별한 사이지만, 어릴적에는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을 정도로... 참 많이 싸웠더랬다.



오죽하면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너희 둘 때문에 내가 못 살아. 어쩜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니??”였다. 먹을 것을 앞에 두고서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겠다고... 엄마가 큰맘 먹고 옷이나 머리핀, 신발 등을 사주셨을 때는 “왜 언니 것만, 혹은 동생 것만 사주냐?”고 샘을 내면서 울고 따지다가 결국 서로 다퉜고... 혹여 둘이 똑같은 종류(치마든, 운동화든, 구두든...)의 물건을 구입하게 될 때도 서로 같은 디자인을 찜해놓고 “이것을 사겠다”고 우기거나, 구입하고 난 뒤에도 결국 “내 것이, 네 것이 더 예쁘다!”며 다투곤 했었다. 아무래도 남의 떡이 더 크고 먹음직해 보이는지라...  



나와 여동생 어릴적과 두 딸 현재 모습 너무 흡사



수시로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급화해 모드로 반전



요즘 두 딸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어쩜 그리도 내 어릴 적 나와 동생의 모습과 똑같은지...’라는 생각에 깜짝 놀라곤 한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일 때, 서로 다시는 안볼 사람들처럼 소리지르며 다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손잡고 사이좋게 걸어다닐 때, 언니와 동생이 무조건 똑같은 물건에 관심 또는 욕심을 부리거나, 둘이 쌍둥이처럼 똑같이 꾸미려고 할 때 등이다.  



여자아이들이라 그런지 나의 두 딸들은 모두 벌써부터 ‘겉치장’에 관심이 많다. 두 아이 가운데 한 아이한테 옷이나 신발, 가방, 장신구 등을 사주게 될 때 유독 그렇다.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언니인 수아 것’ 위주로 구입을 해왔다. 어차피 동생 아란이는 자연스럽게 언니가 쓰건 것을 되물려 입게 될 터이니(안됐지만... 말이다...), 굳이 사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란이 역시 오래전부터 멋내기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지만 새옷과 헌옷, 새것과 헌것, ‘언니 것’과 ‘내 것’이라는 개념이 희박했고,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두 딸의 트렁크 가방. 작은 아이가 시샘을 해서, 결국 큰 아이 것을 새로 구입해야 했다.그런데 아란이가 두돌 즈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아의 개념이 생기고, 자신의 호불호를 분명하게 표시하기 시작하면서 부쩍 ‘내것’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아울러 언니와 무조건 ‘똑같이’ 하려고만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언니가 어린이집에 갈 때, 트렌치코트를 입으면 자기도 트렌치코트를 입어야 한다. 언니가 구두를 신으면 자기도 구두를 신어야 하고, 언니가 머리띠를 하면 자기도 머리띠를 해야 하는 식이다. 


며칠 전 비오는 날은 어땠나...  언니가 우의를 입고, 장화를 신으니 자기 우의랑 장화를 달라고 울고불고 한바탕 난리를 쳤다. 하지만 아란이를 달랠 방법은 없었다. 아란이에게는 우의도, 장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주말 할머니댁에 갈 때 언니가 작은 트렁크에다 자신의 소지품을 넣고 끌고 나오니, 자기도 트렁크가방을 달라며 또 한차례 자지러졌다. 늘 이런 식이다... 이런~



특히 둘째의 ‘언니 따라하기’가 심상치 않다. 무엇이든 언니를 똑같이 따라하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언니 것에 너무 많은 집착을 하게 되니, 언니랑 더 많이 다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커서 신이 헐떡헐떡 벗겨지는데도, 언니 신발을 신고 어린이집에 가야 하고 옷이 커서 끌려도 언니 것을 입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제 것을 빼앗긴 언니는 속상해 하고...



덕분에 매번 난감한 건 나나 애들 아빠다. 언니 것과 동생 것을 똑같이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가 언니 물건에 손을 댈 때는 특히 당장 똑같은 것을 구해올 수도 없기에 둘째놈 달래는 일이 쉽지 않다. 간신히 달래는 방법이 “조금만 기다려. 네 것도 구해줄께”다. 자매나 형제 아이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가방을 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덕분에 아란이 것을 추가로 마련하느라 요즘 돈이 쏠쏠하게 깨지고 있다.



두 아이 개성을 살리고 싶으나, 무조건 똑같아야 시샘 안해



당분간 쌍둥이 자매로 키워야 자매 사이의 우애 깊어질듯



사실 아란이 것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큰 아이 것을 새로 사주고 큰 아이가 쓰던 것(작아졌기 때문에...)을 작은 아이한테 물려주는 것이지만. 지난주에만 큰아이를 위한 트렁크 가방과 우의를 주문해야 했다. 마침 큰 아이가 입던 우의랑 트렁크가 큰아이 체격에 맞지 않았고, 나는 그것으로 거금(?)을 지출한 것에 대한 위안(?)을 삼아야 했다.





3903451828511c5b621dfd80a4aea705. » 작은 아이가 시샘을 해서, 큰 아이가 입을 우의를 새로 구입했다.



며칠 전 택배가 도착했다. 새로 구입한 큰 아이의 우의와 트렁크. 큰아이는 물론, 작은 아이까지 덩달아 신이 났다. 언니가 입던 우의와 트렁크가 비로소 제 차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밤에도 아란이는 낑낑~ 대면서도 트렁크를 끌고 온 방을 휘졌고 다녔다. “아란이 것, 아란이 것, 아란이 것...”이라고 좋아했다... ^^



개인적으로 두 딸을 쌍둥이처럼 개성없이, 똑같이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외모나 성격이 다른 만큼 두 아이의 개성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래서 큰 아이는 앞머리를 내리지 않았고, 작은 아이만 앞머리를 내려줬다. 헤어스타일을 다르게 하기 위해서... 옷 스타일도 마찬가지여서 가급적 비슷한 류의 옷이나 신발은 사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가을 두 아이의 (인조)가죽자켓을 사면서 큰아이는 금색(큰 아이가 직접 골랐다...)을, 작은 아이는 분홍색을 샀더랬다. 그런데 지금은 큰 아이는 그 가죽자켓을 입지 않는다. 동생 것이 더 이쁘다는 게 그 이유다. 같은 옷이라도 색깔이 달라도 안된다. 무조건 같은 디자인인, 같은 색깔이어야 서로 시샘을 하지 않고, 질투를 하지 않는다. 아울러 너무나 만족해한다. (난 걱정이다. 큰아이가 잆던 똑같은 옷을 다시 둘째한테 물려줘야 하는 건가?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아무래도 당분간은 두 딸내미를 쌍둥이처럼 키워야 할 것 같다. 똑같은 옷, 똑같은 신발. 반드시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스타일이나 색깔로 골라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의 눈에도 남의 떡이 더 커보고, 맛있어 보이는가 보다... 이런.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TAG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