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공주, TV 이별연습 - 생생육아











c2219b8ddf8ca605a9e87202d15d7a4d. » 거실에 있는 볼풀 안에서 책을 보는 수아와 아란. photo by 김미영



나, 그리고 첫째 딸 수아, 둘째딸 아란이. 즉 우리 집 세 공주는 모두 ‘텔레비전 광’이다. 텔레비전에 살고, 텔레비전에 죽는다. 셋이서 만날 리모컨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한바탕 난리가 벌어질 때도 있다. 이 원인 제공은 전적으로 나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 보는 일을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집에 들어오면 습관적으로 텔레비전 전원부터 켰고, 설령 보지 않더라고 반드시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어야 직성이 풀렸다. 내게 텔레비전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든든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셈이다. 덕분에 TV편성표를 모조리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머릿속 편성표에 따라 지상파, 케이블을 오가며 채널을 돌렸고, 결국 텔레비전을 새벽 1~2시까지 보다가 내방이 아닌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로 잠들기가 일쑤였다.





이런 습관은 결혼 뒤에도 고쳐지지 않아 나는 늘 텔레비전을 끼고 살았다. 아이를 낳았어도 마찬가지였고, 아이의 교육에 텔레비전이 해가 될 수 있다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큰딸과 함께 텔레비전이 있는 거실에서, 남편은 텔레비전이 없는 침실에서 잘 때가 많았다. 남편도 이런 내가 늘 불만이었다. “텔레비전을 없애든지 해야지!” 하면 나는 “절대 안 돼!”라고 맞섰다.





덕분에 나 못지않게 큰딸도 텔레비전에 푹 빠졌다. 서너 살 무렵부터 큰딸 역시 집에 돌아오자마자 리모컨으로 텔레비전부터 켰다. 또한 소녀시대가 나오면 윤아를 보고 ‘새벽이~’라고 외쳐댔고,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는 <선덕여왕>이었다.





내가 텔레비전의 폐해를 느끼기 시작한 건, 텔레비전만 보려하는 큰딸 못지않게 2008년 12월에 태어난 둘째딸까지 텔레비전에 재미를 붙이려하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선이 늘 텔레비전 쪽으로 향했다. 반면 ‘베이비트리’의 필자인 하정훈 원장은 “24개월 전까지 절대 텔레비전에 아이를 노출시키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하셨다.





정서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텔레비전을 없앨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사실 나 하나만 ‘잘못된 습관’을 고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다. ‘그래, 까짓것 나를 위해서라도 텔레비전 대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자.’



★방법1 : 텔레비전 안방으로 옮기기



하지만 ‘절대’ 텔레비전을 없애는 건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남편은 “이참에 텔레비전 없이 살아보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안 된다”고 버텼다. 절충점은 텔레비전을 안방으로 옮기는 것. 우리 가족의 생활공간 대부분이 거실 겸 주방인데 반해 안방은 잠자리에 들 때만 들어갈 때가 많다.

안방으로 텔레비전을 옮기니, 텔레비전과의 전쟁 가운데 50%는 해소된 것 같았다. 일단 거실에서 밥 먹고, 대화하고, 놀고……. 등등 주로 생활하는 공간에 텔레비전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을 보지 않게 됐다.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일부러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안방에 가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방법2 : 케이블방송 끊기



텔레비전을 안방으로 옮겼어도, 늦은 밤 리모컨을 돌려대는 내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정규방송이 끝난 시간 이후에도 케이블 방송은 계속된다.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영화,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뿐 아니라 케이블방송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까지. 나를 유혹하는 프로그램은 넘치고 넘쳤다.





2단계로 선택한 것이, 케이블방송을 끊는 것이었다. 인터넷+텔레비전+집전화 등이 결합된 아이피티브이 상품이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을 것 같았다. 값은 기존 인터넷 가격 수준인 반면 채널은 정규방송 말고 거의 서비스되지 않는 상품을 택했다. 정규방송이 끝나면 텔레비전을 켜도 볼만한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남편이 투덜댔다. ‘스포츠채널이 안 나온다.’

아이피티브의 장점도 있다. 지난 영화나 정규방송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볼 수 있을 때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가끔 철지난 드라마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었는데, 식구들 잘 때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밤새 연이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에는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을 봤다. 다시 봐도, 역시나 멋진 드라마! 현빈과 혜교 커플, 정말 잘 어울린다!



★ 방법3 : 동요 음악을 들려주며, 함께 율동하기



거실에서 텔레비전이 사라지지,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척 허전해했다. 특히 즐겨보던 교육방송 프로그램조차 볼 수 없으니, 나한테 더 많이 놀아달라고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병원놀이, 이불 뒤집어쓰고 놀기, 그림그리기 등을 하면서 나름 버텼는데, 나중에는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퇴근 뒤 아이들 밥 먹이고, 씻기고, 함께 놀고, 재우는 것까지 하려니 지칠 수밖에.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조건 동요 시디를 트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귀를 열어줄 목적으로 ‘영어 동요’ 시디 위주로 틀었는데,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동요 시디를 틀어주니, 큰아이는 따라 부르며 율동을 했고, 작은아이는 언니의 율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큰 아이는 어릴 적부터 동요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해서, 웬만한 동요는 거의 다 꿰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율동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엄마의 품과 손길을 찾지 않았다. 나에게도 약간의 자유가 생겼다.

요즘에는 영어책 시디도 간간히 틀어놓는다. 귀를 트이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큰데, 영어 노래에 맞춰 춤을 출 때도 있다.



방법4 : 함께 책 읽기



그 다음으로 선택한 것이 함께 책읽기다. 처음에는 동화책에 딸려 있는 시디를 틀기 시작했다. 점차 내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늘었다. 책을 통 읽으려 하지 않는 큰딸도 요즘은 스스로 책을 꺼내 읽는다. 책을 좋아하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책을 접한 둘째딸이다. 매일 저녁 책을 읽어달라고 보채는데, 매일 5권 이상은 읽어주는 것 같다. 작은 아이 책을 읽어주느라, 밤마다 목이 따끔거릴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집에 있는 책을 모두 거실로 옮겼다. 한때 ‘거실을 서재로’ 열풍이 불기도 했는데, 어느덧 우리 집 역시 거실이 서재가 되어 버렸다. 싱크대 쪽에 있던 식탁도 베란다 쪽으로 옮겨, 이곳에 앉아 주로 책을 읽는다. 나도 덕분에 책과 함께 할 시간이 생기고 있다.

반면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은 하루 30분도 채 안 된다. 잠들기 전 마감뉴스를 보는 게 전부다.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에 대한 집착도 사라졌다.





지금, 텔레비전을 없애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텔레비전을 침실로 옮기고, 케이블방송을 끊기를 바란다. 그 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라. 교육적으로도,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도 효과 만점이다. ‘거실을 서재로!’ 바꾸면 가족과 함께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을 몸에 들이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행동을 배운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된다.





어린 아이한테 책 만큼 좋은 교재, 교구는 없다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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