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받는 ‘천안함 기뢰 폭침설’ 천안함

“백령도에 기뢰 설치 이후 자연폭발 3~4회 있었다”

한겨레  2012.09.27 본지 10면  3판 3182자  강태호

“1979년 육상조종기뢰 부설 직후 /인근해역서 폭발 50m 물기둥 목격” /군 무기개발 참여 관계자 밝혀 /합조단 “기뢰 자연폭발 불가능”에 /“부식 방지 설계돼 폭발 가능” 반박 /주민들도 “바닷속 기뢰폭발 흔적” /당시 ‘사고수심 24m’에다 해류 강해 /‘기뢰 얽힌 그물이 스크루 감았다’는 /러시아 조사 보고서 내용 뒷받침


2010년 9월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없다며 천안함 침몰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한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김소구 박사(한국지진연구소장) 연구논문에 이어 관계자의 반박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천안함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마그네틱 센서를 이용한 뇌관 등 군의 무기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1979년 백령도에 미군의 폭뢰(MK-6)를 개조한 육상 조종기뢰를 부설할 당시와 그 이후 적어도 3~4차례 기뢰가 자연폭발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79년 9월쯤 기뢰 부설 직후 백령도 천안함 사건 인근 해역인 연화리 앞바다에서 기뢰가 폭발해 원인을 조사했으나 밝혀내지 못했다”며 “당시 인근 진촌리에서도 땅이 크게 흔들릴 정도였으며, 사건 현장의 군인들은 ‘50m 정도의 물기둥을 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이후에도 두세차례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기뢰 설치 작업에 참여했던 기술자가 현장을 방문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은 보고서에서 “기뢰가 부설된 지 30년이 지나 자연 기폭될 가능성이 없고, 전기뇌관을 기폭시킬 만한 전기도 발생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뢰의 폭발 가능성을 배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 육상조종기뢰는 방수통과 섬유강화복합재(FRP)로 바닷물에 의한 부식을 막도록 설계됐으며, 전기뇌관(미군의 M6)을 장착하기 전 시험테스트 과정에서 전류를 측정하려고 계측기를 작동하자 뇌관이 터질 정도로 예민했다”며 폭발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20년 이상 잠수조업을 해온 백령도의 한 주민도 “해삼을 채취하려다 기뢰폭발에 의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혀 그 사실을 확인했다. 이 주민은 “수중작업중 발견한 기뢰를 보니 위험한데다 부식된 전선들이 얽혀 있어 해삼 채취에 지장이 많아서 신고를 여러차례 했는데 현지 부대에서도 여건이 안 되니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직후에도 이곳에 100여발의 기뢰가 수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증언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기뢰가 폭발한 적이 있으며, 기뢰를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뢰가 백령도 천안함 사건 해역에 분명히 존재하며 폭발할 수 있다는 이런 증언은 합조단의 결론과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앞서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이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순수 응용 지구물리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중폭발의 지진파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한, 천안함 침몰이 기뢰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내용(<한겨레> 8월27일치 1면, 6면)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0년 6월 천안함 사건 현장 조사에 참여한 러시아 조사단도 천안함 스크루 동축에 걸려 있는 그물 등을 근거로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곳에 들어가 해저의 기뢰를 끌어올려 폭발했을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기뢰설을 제기하는 증언과 논문, 보고서를 보면 합조단이 얼마나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과학적 분석과 검증 그리고 새로운 증언들이 합조단 판단의 근거가 잘못됐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심의 문제다. 합조단은 천안함 폭파 수심인 47m에서 기뢰가 폭발하면 선체를 절단시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7월9일 사건 당일 당직 장교인 박연수 작전관(대위)은 천안함 사건 관련 공판에서 천안함의 측심기에 표시된 수심이 20m였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2010년 3월27일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사고지점은 수심 24m’라고 보고했고, 29일 국방부 일일브리핑에도 24m, 30일 해양경찰청 보고에는 25m로 돼 있었다. 


 해도를 보면 이 지역의 수심이 들쑥날쑥한 것은 상식인데 천안함의 항적도 공개를 거부하면서 합조단은 47m만을 고집하고 있다. 초계함의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부분)가 3m이고 운항중 부침을 고려하면 천안함이 흘러 다니던 기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또 합조단은 무게를 말한다. 해저에 삼각지지대로 고정돼 있고 이를 포함한 기뢰 전체의 무게가 200㎏이니 사건 발생 해역까지 이동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해양연구원 산하 해양시스템 안전연구소의 이판묵 박사는 이미 당시 “바닥기뢰의 경우 해류 등에 의해 흘러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해역은 물살이 가장 센 곳이다. 게다가 부력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 가벼워진다. 합조단은 기뢰와 연결된 전원공급용 도전선이 10m 기준으로 6㎏이기 때문에 스크루에 감길 수 없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기뢰 설치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나 현지 어민들은 그곳에는 도전선만 있는 게 아니라 로프와 그물 어구 등이 서로 얽혀 있다고 했다. 기뢰를 설치할 당시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부표를 설치했으며, 이 부표와 기뢰를 연결하는 로프가 해류의 영향 등으로 수심보다 훨씬 긴 60m 정도에 이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폭약량의 문제이다. 최종보고서는 “영국조사팀의 분석 결과 (선체 절단을 위해선) 육상조종기뢰보다 20배의 폭약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합조단 스스로 내놓은 폭약규모인 250㎏의 10배 이상이다. 논리적 모순이거나, 시뮬레이션 결과가 합조단 내에서도 엄청나게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이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수중폭발 전문가인 예핌 기터만 박사와 공동으로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오히려 기뢰에 의한 수중폭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에 따르면 관측된 버블주기는 0.990이며 수중폭발을 고려한 지진규모는 2.04다. 이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수심 8m에서 기뢰의 폭약규모 136kg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8월29일 반박문에서 이 논문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의 논문이 버블주기를 계산하면서 ‘윌리스의 공식’을 사용했으나 이는 얕은 바다가 아닌 심해에서 쓰는 것이기에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유적으로 말하면 ‘누워서 침 뱉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왜냐하면 정작 그 심해에서 쓰는 윌리스 공식을 이용해 1.1 버블주기에 해당하는 수심 9m 폭약규모는 250㎏의 수중폭발이라고 밝힌 것은 김 박사의 논문이 아니라 합조단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의 논문에서 윌리스 공식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김 박사는 “국방부의 반박문을 보면 내 논문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합조단의 ‘판단’은 기뢰가 바닷속에서 30년이 지났기에 자연 기폭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번 증언으로 설 땅을 잃게 된 셈이다. 기뢰부설에 관여한 관계자의 증언은 기뢰의 자연폭발이 존재했으며, 해수부식을 막을 수 있도록 돼 있어 50년 이상이 지나도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뇌관이 합조단이 주장하는 전압과 전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도 폭발했다는 것이다. 선박의 구조에도 정통한 김소구 박사는 또다른 가능성을 들고 있다. 그는 배에는 많은 전류가 있다면서 합조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 대표적인 게 선체 외판의 부식을 막기 위해 흘려보내는 강압전류(ICCP) 장치다. 이는 기뢰의 뇌관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백령도 인근 바다에는 아직도 기뢰가 많이 남아 있다. 현지 어민들은 위험하니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뢰를 제거하고 그 기뢰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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