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두 개의 문 천안함

재미과학자 안수명·김광섭씨의 진실찾기 분투

화공학회선 강연취소, 미 해군은 정보제공 거부

미국 퍼듀대 화학공학 박사로 알루미늄 촉매·부식 및 폭약 전문가인 김광섭(72) 박사는 지난 425~27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총회 분과 학술강연에 초청받았다. 그러나 학회는 강연 직전 정치적 영향을 이유로 돌연 김 박사에게 강연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김 박사가 준비했던 논문 제목은 천안함 침몰사건-흡착물과 1번 글씨에 근거한 어뢰설을 검증하기 위한 버블의 온도 계산이었다.

 또 미 버클리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로 어뢰 등 유도무기와 대잠수함전 전문가인 안수명(69) 박사는 지난해 6월부터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미국 해군 쪽에 천안함 관련자료의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이달 초까지 전체 자료 가운데 우리 쪽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에 참여한 토머스 에클스 제독의 보고서와 다국적정보지원분과 보고서만 내줬다. 미 해군은 지난 12일 안 박사가 요구한 전체 천안함 관련자료와 관련해 존재 여부에 관한 확인도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왔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한 김광섭, 안수명 두 박사의 노력이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김광섭 박사는 <한겨레>와의 전화 및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당시 강연 발표문에서 천안함 합조단의 알루미늄 흡착물질 분석이 잘못됐다는 점과, 1번 어뢰의 인양 장소가 ‘1번 어뢰설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더니 발표가 취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화공학회 쪽으로부터 한국의 특수한 실정 때문에강연을 취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박사가 받은 화공학회 전자우편을 보면 화공학회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김 박사의) 논문은 금년에 두번 있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1962년 창립한 한국화학공학회는 회원 5700명이 활동하는 공학 분야 최대 학회로 꼽힌다.

 김 박사는 국방부 쪽에도 미리 논문을 보내 증명이 안 된 1번 어뢰설을 수정하라고 제안했는데, 그때 화공학회 강연 예정 사실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김 박사의 이 수정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화공학회는 김 박사의 강연을 취소했다.

 안수명 박사가 처음 미국 해군에 천안함 자료를 공식 요청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미국 정보공개법을 보면 민원인이 정부 문서 공개를 요청하면 해당 부처가 20일 이내에 가능 여부를 통보해주기로 돼 있지만, 안 박사는 1년이 지난 이달 초에야 자료 가운데 일부를 건네받았을 뿐이다. 안 박사는 미국 정부는 내가 요구하는 문서를 공개하지 않으려면 그에 따른 분명한 사유도 함께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재미 원로 과학자의 주장은 한·미 양국 군이 북한을 천안함 침몰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만큼, 이를 입증할 책임 또한 양국 군, 곧 합조단에 있다고 말한다. 또 합조단 조사 결과에는 주장만 있고 입증은 없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비판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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