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이다. 여명의 포근함이 대지를 감싼다. 어두운 실내. 두 남녀는 나란히 섰다. 마치 엄숙한 종교의식을 진행하는 듯, 숨소리마저 사라졌다. 남녀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정확하다. 단순한 동작에서 점차 복잡한 동작으로. 인간의 육체는 저리도 뒤틀릴 수 있구나. 피부엔 땀방울이 솟아난다. 고통스러워 육체가 우는 것일까? 남녀의 표정은 지극히 평화롭다.

 두 다리가 목 뒤로 넘어가고, 허리가 뒤로 휜 채 넘어간 두 팔이 발목을 잡는다. 서커스에서나 본 듯한, 어려운 자세다. 각자 동작을 하다가 때로는 하나가 된다. 상대방이 무릎에 걸터앉으면, 두 팔을 등 뒤로 돌려 가부좌한 발가락을 잡은 채 허리를 뒤로 젖힌다. 뒤통수가 바닥에 닿는다. 다시 분리된다. 물구나무를 선다. 머리를 땅에 댄 채 두 다리가 하늘을 향해 쭉 뻗는다.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연결동작(시퀀스)은 물 흐르듯 이어진다. 요가 가운데 어려운 동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슈탕가 요가이다. 어느새 실내를 가득 채운 제자들도 각자 매트 위에서 준비 동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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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준이 다르면 동작도 각각 달라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은 남자는 앞에서 합장을 한 채 만트라(기도)를 시작한다. 수십명의 제자들도 합장을 하고 따라한다. “옴~~~ 반데 구르남 차라나라빈데 산다르쉬타 스와트마수카바보테 니세레야세 장갈리카야마네 삼살라 할라할라 모하샨티에이 아바후 푸르샤카람 산카차크라시  다리남 사하스라 시라삼 스웨탐 프라나마미 파탄잘리 옴~~~(내 영혼의 행복을 일깨워주시고, 궁극의 안식처인 정글의 치유자처럼 망상에서 비롯되는 삼사라의 독을 정화시키는, 구루의 연꽃 발아래 경배드립니다. 어깨부터는 인간의 형상을 가지고, 고동(근원의 소리를 울리는), 바퀴(영원을 상징하는), 그리고 검 (구별을 가능케하는)을 든 천 개의 빛나는 하얀 머리를 가진 파탄잘리께 경배드립니다.)”

 

 기도를 마친 제자들은 각자 조용히 시퀀스에 따라 수련을 한다. 수준이 다르면 동작도 다르다. 남자와 여자는 수련생 사이를 바지런히 오가며 동작을 수정해준다.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요가수련원에서 진행되는 아슈탕가 요가 지도자는 캐나다 출신의 그레고리 스튜어트(42)이다. 요가 하는 젊은이들로부터 흔히 ‘그렉샘’으로 불리는 그는 2001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10년 뒤에는 아예 한국에 정착했다. 그의 요가 동작은 정확하고 힘이 있기로 유명하다.

 캐나다국립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친구 소개로 대학 시절부터 요가를 배웠다. 대학 졸업 뒤 인도 남부 마이소르에서 아슈탕가를 수련했다. 아슈탕가 요가는 역동적이고 땀을 많이 발산한다. 하타 요가보다 격렬하다. 아슈탕가는 ‘여덟개의 단계’를 의미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아슈타’는 여덟이라는 뜻이고, ‘앙가’는 단계라는 뜻. 야마(도덕률), 니야마(자기 정화와 공부), 아사나(자세), 프라나야마(호흡 제어), 프라티아하라(감각 제어), 다라나(집중), 디아나(명상), 사마디(삼매)의 8단계를 거치며 수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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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마다 숙달돼야 다음 단계로

 

 호흡 조절은 아슈탕가 요가의 핵심이다. 아무리 숙련된 자세라 하더라도, 호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순한 기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사나를 수련하는 동안 호흡을 알아차리고, 주의 깊게 호흡을 조절한다. 길고 느리고 일정한 호흡은 마음과 몸을 편안히 이완하게 해 건강과 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아슈탕가 요가의 특징은 현재 연습하는 자세가 숙달되지 않으면 다음 자세로 넘어가지 않는다. 모든 자세는 이전의 자세를 기반으로 행해지며, 점점 난도가 높아진다. 아슈탕가 요가를 파워 요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한 자세에서 다음 자세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움직임 때문이다.

 그의 옆에서 수련한 이는 한국인 부인 최유정(35)씨이다. 고교 시절 날씬해지려고 요가를 시작했다. 지도자의 길을 가려고 인도 마이소르에서 요가를 수련하다가 남편을 만났다. 부부는 전세계에서 아슈탕가를 배우려 오는 마이소르의 요가원에서 정식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그 방식 그대로 한국에서 요가를 지도한다. 아침 일찍 요가 지도를 하는 것도 인도 요가의 전통이다.

 “왜 그리 어려운 동작을 해야 하나?” 스튜어트는 명쾌하게 답변한다. “요가 수련의 고통을 이를 악물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요가를 미용체조 정도로 여기는 잘못된 것이다. 고통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고통으로 들어가 초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요가 수련은 깨어 있음을 느끼는 것이고, 깨어 있음은 즐거움과 고통 둘 다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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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의 자유에서 마음의 자유 와

 

 하지만 수련의 고통을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혹시 남다른 요령이 있지 않을까? 그는 말한다. “정확한 자세에서는 고통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정확한 자세를 익힐 때까지는 고통과 마주해야 한다. 두려워해선 안 된다. 두려움이 몰려오더라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용기를 품어야 한다.”

 “육체를 뻗었다 수축시키고, 이완시키는 동작을 계속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라고 다시 물었다. “항상 몸을 뻗고 확장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뻗음과 확장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자유를 부른다. 육체의 자유로부터 마음의 자유가 온다. 그다음 궁극의 절대적 자유가 가능하다. 이완은 몸 안에서 불필요한 근육의 긴장을 푸는 것이다. 이완에 의해 내부의 몸이 견고해지고 마음은 평온하게 된다.”

 일주일 뒤 다시 그 요가원을 찾았다. 역시 새벽. 이번엔 한달에 한번 하는 ‘레드’ 시간이다. 구령에 맞춰 모두 같은 동작을 한다. 그는 부드러우나 단호한 목소리로 제자들의 요가를 ‘지휘’한다. 제자들이 함께 ‘연주’하는 요가는 1시간20분짜리 60가지 연속동작이다. 어려운 동작을 할 때마다 깊은 호흡이 가능하도록 수를 세며 시간을 준다. 수련생들은 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몸을 뒤틀고, 뻗고, 이완하기를 계속한다. 마무리는 수건을 접어 눈을 가린 뒤 편히 누운 채로 한동안을 보낸다.

 채식주의자인 스튜어트는 지구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주와 일체됨을 느끼라고 당부한다. “요가는 결국 개별적 자아와 우주적 자아의 결합입니다.” 그 소리가 결코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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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