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에 담긴 음양의 조화 김인곤의 먹기살기
2017.04.12 07:55 이길우 Edit
왼손잡이 밥상에는 국을 왼쪽에 놓아주자.
고래로 천통(天通) 지찰(地察) 인사(人事)라. 먼저 하늘에 통하고 땅을 살핀 연후에 사람의 일을 받들라. 본디 천지만물은 음양에너지의 조화인데, 하늘을 보니 음은 먼저 생겨나 아래로 내려와 뭉치고 나중 생겨난 양은 위로 솟구쳐 흩어지는 구나. 오호라 음선양후(陰先陽後)로구나. 땅을 살피니 왼쪽이 음이고 오른쪽이 양인 좌음우양(左陰右陽)원칙으로 이루어져 있구나. 그래서 항상 음이 먼저다. 한자말 부모(父母)의 우리말은 ‘어버이’다. 남녀는 '연놈'이다. 욕이 아니다. 살아서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여자가 왼쪽이다. 벼슬이름도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다. 상석인 왼쪽에는 손님이 앉고 주인은 오른 쪽이다, 왼쪽이 음이고 먼저니까. 수백 년이 지나도록 살아서 전해진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런 논리로 이루어졌다.
삼시세끼 밥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저’라 합쳐부르는 숟가락과 젓가락 역시 음성과 양성이 합쳐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음성인 국은 음성인 숟가락을 사용해 떠먹는다. 국을 뜰 때는 절대로 휘젓지 못하게 했다. 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이다. 대신 위쪽의 국물이 아니라 아래쪽의 국물을 건더기와 함께 한 번에 떠올리도록 했다. 아래를 향하는 음의 본질적 성질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젓가락은 헤집고 파고들어 뭉쳐있는 덩어리를 쪼갬으로써 독립적인 존재로 나누는 도구이다. 그럼에도 양성도구인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을 때는 속을 파헤치지 못하게 했다. 마음속으로 정하고 그저 맨 위에 놓인 것을 한 번에 집어먹도록 했다. ‘깨지락거려서는 안된다’는 밥상머리교육으로 지켜온 하늘과 땅의 형상이다.
헌데 국과 밥의 위치만큼은 예외다. '좌밥우국'이다. 왼쪽에 밥 오른 쪽에 국을 놓는다. 단체로 먹는 서양식 정찬도 '좌빵우물'이다.오른쪽에 놓인 물잔 와인잔이 제 것이다. 이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같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국과 물이 입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줄이기 위함이다. 실리적이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건 좌음우양원칙과 어긋난다. 여기에 우리 조상들의 지극히 오묘한 지혜가 감추어져 있다. 육체를 가지고 사는 동안에는 임시방편으로 국을 오른 쪽에 놓지만 몸을 떠난 다음에 받는 제사상에는 본래의 위치를 되찾도록 했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왼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가르쳤다. 일상생활에서도 음양에너지의 특성을 거스르지 않는 형식이 식사예절 그리고 전래법도라는 이름으로 교육되어 온 것이다.
이런 뻔한 얘기를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실에는 왼손잡이 인구가 엄청 많다.양손을 사용하도록 가르치면 전인교육에 도움이 된대나 어쩐대나.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아무튼 흔하다. 그래서 ‘왼손잡이에게는 좌국우밥을 허용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국물이 담긴 숟가락이 이동하는 거리를 고려한다는 본질에 충실하자는 거다.
해마다 봄이 되면 산은 본래의 색을 되찾는다. 그러나 나무들은 어제의 그 나무가 아니다. 더해진 나이테만큼 굳건해진다. 전통이란 이래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형식인가 본질인가. 머시 중헌가?
글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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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젓가락과 숟가락의 위치가 바뀌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