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개발의 미래…미국땅 2배가 파괴된다 지구환경

Bolivia-Deforestation-EO.JPG » 개발 계획에 따라 벌채 작업이 진행중인 볼리비아 동부의 삼림지대. 위성에서 찍은 사진이다. 위키피디아.

 
2050년 세계 인구 90억을 먹여 살리려면

 

유엔 인구 전망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명을 훌쩍 웃돌게 된다. 지금보다 20억명 남짓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100억에 육박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할까? 미국 최대 환경단체인 국제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TNC)가 주도하는 합동연구팀이 최근 온라인 공개 과학저널 <플러스원>(PLOS ONE)에 게재한 연구 논문을 보면, 우선 식량원인 곡물은 지금보다 생산량이 2배 늘어나야 한다. 세계자원학회(WRI)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90억 인류를 먹여 살리려면 지금보다 60%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소, 돼지 등 가축의 사료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곡물 생산량이 지금보다 103% 늘어나야 한다는 것. 식량과 바이오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2050년까지 10억헥타르의 농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동시에 개도국들의 경제 성장은 2040년 세계 에너지소비량을 지금보다 56%나 끌어올릴 전망이다. 도시화 속도도 갈수록 빨라져 전세계 인구 4명중 3명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도시 생활을 뒷받침할 전기, 수도 등 생활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2030년까지 17억명에게 필요한 전기시설이 추가로 공급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문제는 더 많은 자원을 만들어 내려면 더 많은 땅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발되는 땅이 늘어나면 깨끗한 물과 공기, 그리고 생물다양성은 그만큼 훼손되는 걸 감수해야 한다.

d1.jpg » 지역별 자연 개발 리스크. 빨간색이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아프리카와 미주대륙의 땅들이 가장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 plos one.

 

 

미개발지의 20%가 인류에게 접수된다

 

90억 인구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인류는 얼마나 많은 자연에 손을 대야 할까? 연구진은 세계 각지의 데이터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향후 진행될 도시화와 식량,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파괴될 땅의 규모는 세계 삼림과 초원 등 아직 미개발지로 남아 있는 땅의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고 경고했다. 무려 20억헥타르(1968만㎢)에 이르는 규모다. 광활한 미국 땅(982만㎢)의 2배나 된다.  우리 땅을 기준으로 하면, 대한민국의 200배에 육박한다. 협회의 저스틴 애덤스 이사는 “세계 각 나라들이 지금 당장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구는 깨끗한 물과 기후조절 능력을 잃어버리고, 땅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인류 공동체의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ameri.jpg » 지금 방식대로 인구 90억을 먹여살리려면 미국 땅덩어리의 2배에 이르는 자연에 손을 대야 한다.

 

 

합동연구팀이 자연 파괴와 관련해 계산에 넣은 개발 요인들은 모두 9가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도시 확장, 농토 확장, 화석연료(전통 석유와 가스, 비전통 석유와 가스, 석탄) 개발, 재생 에너지(태양, 풍력, 바이오연료) 개발, 그리고 광산 개발이다.

 

1280px-Riau_deforestation_2006.jpg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팜오일 플랜테이션 농장. 위키피디아

 

남미와 아프리카, 개발 폭탄 맞은 '그라운드 제로'로

 

지금까지 개발이 가장 많이 된 지역은 중미와 유럽, 남아시아이다. 반면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은 개발의 손길이 가장 미치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눈을 미래로 돌리면 이들 지역이야말로 향후 개발 리스크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연구진은 현재의 개발 추세로 볼 때, 남미와 아프리카는 마치 거대한 폭탄을 맞고 난 뒤의 ‘그라운드 제로’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구진은 농지, 주거지, 공장, 사무실 등으로 전환되는 땅의 규모가 아프리카의 경우 800만㎢, 남미의 경우 400만㎢에 각각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개발지역의 총 규모는 2050년까지 남미가 2배, 아프리카가 3배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연구진은 향후 개발되는 땅의 66%는 현재 열대 및 아열대지역의 초원과 관목지, 사막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엄격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땅은 5%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d12.jpg » 회색지역은 개발 위험에 처한 지역, 노란색 지역은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지역. plos one.


2015년은 '지속가능' 개발로 전환한 첫해가 될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각각의 개발 요인들이 자연에 미칠 영향을 지도로 작성해 공개했다. 이들이 이런 수고를 한 것은 개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세계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연구진은 현재의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전세계가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얼마전 지구촌 지도자들이 유엔에 모여 2030년까지 15년동안 추진해야 할 ‘지속가능개발 어젠다’ 17가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000년의 유엔 밀레니엄개발 어젠다가 ‘개발’에 중점을 둔 반면, 이번 어젠다는 ‘지속가능’에 방점을 찍고 있다. 또 12월에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선진국 뿐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 협약을 맺기로 하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는 데서도 희망의 단초를 본다. 자연보호협회의 애덤스 이사는 “2015년은 앞으로만 나아가던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벗어나 좀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는 전환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훗날 역사가들이 2015년을 ‘지속가능 개발로 전환한 첫해’로 기록할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해본다.
 
 

d3.jpg » 도시화로 인해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들. 중국 동부지역이 가장 활발하다. plos one.

 

d4.jpg » 농지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들. plos one.

 

d7.jpg » 석탄광 개발 예상 지역들. plos one.

d10.jpg » 바이오연료 생산지 개발 예상지역들. plos one.

 

출처 및 참고자료
 http://www.citylab.com/politics/2015/10/the-future-of-global-development-mapped/409654/?utm_source=nl__link4_101415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38334#pone-0138334-g004 (논문 원문)
 http://www.livescience.com/52412-earth-population-boom-brings-risks-to-plane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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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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