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뉴 스페이스' 시대...달 착륙 50년만에 우주여행 `노크' 우주항공

New_Shepard_Launch_June_19_2016.jpg » 우주선 캡슐을 싣고 날아오르는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 블루 오리진 제공

 

`블루 오리진' 건물 외벽이 파란색인 이유

 

"발사, 착륙, 반복."(Launch, Land, Repeat)
미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이라 할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 시애틀 남쪽에 자리한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 무슨 깜짝쇼를 준비하고 있기나 한 듯, 건물 외벽엔 아무런 장식도 간판도 없다. 외벽을 장식한 파란색 페인트만이 뭔가 알아낼라면 알아내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가 2000년에 설립한 블루 오리진 본사이자 공장의 첫 인상은 그랬다. 실제로 세상에 이 회사의 존재가 알려진 건 설립 3년이 지나서다. 회사 안에 들어서니 대형 로켓 걸개사진이 방문객을 맞는다. 위의 세 마디는 그 사진 안에 적혀 있는 문구다. 취재진을 맞은 홍보담당 케이틀린 디트리치는 안내에 앞서 정보보안부터 강조한다. 촬영 금지, 녹음 금지, 메모 금지란다. 안내데스크 옆엔 어린 시절 베조스가 심취했던 SF 시리즈물 <스타 트렉>(Star Trek)의 우주선 U.S.S. 엔터프라이즈, 쥘 베른의 <달세계 여행>에서 묘사된 로켓의 모형이 나란히 방문객을 맞고 있다. "블루 오리진이란 회사 이름의 블루는 지구를, 오리진은 지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걸 뜻합니다." 건물 외벽을 파란색으로 치장한 이유를 이제야 알 만하다. 무얼 시작한다는 얘기일까?

 

ns20.jpg » 지구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외벽을 치장한 블루 오리진 본사.

 

8차례 준궤도 시험 왕복비행 성공


2층 사무실을 통과해 계단을 타고 내려 들어간 곳은 블루 오리진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로켓 공장이었다. 블루 오리진의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우주여행용 뉴셰퍼드 로켓 엔진 BE-3가 현재라면, 좀 더 먼 우주 탐사용으로 쓰일 지름 7미터의 거대한 뉴글렌 로켓 엔진 BE-4는 미래다. 그 한쪽엔 우주여행에 사용할 유인 우주선 모형이 있다. 돔 모양의 우주선엔 누운 자세로 탑승할 수 있는 좌석 6개가 창문을 따라 일렬로 배치돼 있다. 좌석에 누워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주선 캡슐 중심부엔 지름 1미터가 안돼 보이는 원통형 장치가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탈출 장치라고 한다.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뉴셰퍼드 로켓은 2015년 이후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고도 100km의 준궤도 왕복 시험비행을 마쳤다. 제작중인 뉴 글렌 로켓은 2020년 첫 시험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 글렌 로켓은 고도 3만5800km의 정지궤도까지 13톤 화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현재 개발중인 한국형 발사체가 고도 700km 저궤도에 1.5톤의 인공위성을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힘이다. "뉴글렌은 높이 95미터로 팰컨헤비보다 훨씬 큽니다." 홍보 담당자는 경쟁업체 스페이스엑스를 의식한 듯 덧붙였다.

 

Lynx_spaceplane_mockup.jpg » 실패로 끝난 엑스코어 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선 `링스' 모형. 위키미더 코먼스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기업들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처럼 요즘 미국에서 우주개발의 원동력은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우주사업은 꿈이 원대한 반면 성공 가능성은 아주 낮은 분야다.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력과 함께 천문학적인 자금, 고객의 신뢰와 투자가의 호응,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을 견뎌내는 인내력,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불굴의 정신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예컨대 1999년 로켓 엔진 기술자들이 세운 캘리포니아의 엑스코어 에어로스페이스(XCOR Aerospace)는 이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은 자체개발한 로켓과 우주선으로 1억원짜리 우주여행상품을 내놓겠다며 2012년 175명으로부터 예약까지 받았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더뎌지면서 투자금이 바닥났다. 이 회사는 결국 온전한 시험비행도 해보지 못한 채 지난해 파산 신청을 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우주개발 사업가들은 속속 이어지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정부 주도 아래 추진했던 과거의 우주개발(올드 스페이스) 방식과 대비해, 최근의 이런 움직임을 `뉴 스페이스'라고 부른다.

 

ns2.jpg »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 로켓 발사장면. 스페이스엑스는 케네디우주센터 39번 발사대를 임대해 쓰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스페이스엑스의 놀라운 성과들

 

미국에서 `뉴 스페이스'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X)다. 머스크는 베조스보다 2년 늦게 우주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약관 서른살의 풋내기 기업가였던 그가 우주로켓 사업을 벌이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지난 16년 사이에 이 회사의 `팰컨9' 로켓이 거둔 성과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2010년 처음 발사에 성공한 팰컨9은 이후 파죽지세로 내달렸다. 지난 8년간 무려 57차례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올 들어선 상반기에만 벌써 12차례 우주 임무를 수행했다. 보름에 한 번꼴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경쟁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압도적 실적이다. 그동안 미 항공우주국이 우주정거장에 보낼 보급품을 보내준 것도 15차례나 된다. 그만큼 신뢰도 높아졌다. `팰컨9'의 팰컨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선 밀레니엄 팰컨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이다. 9는 1단계 발사체의 엔진 숫자를 뜻한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업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로켓 회수-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엑스는 그동안 쏘아올린 것의 절반에 육박하는 25개를 육상기지와 해상 바지선을 통해 회수했다. 이 가운데 11개는 정비, 수리 작업을 거쳐 다시 쏘아올렸다. 정비수리 기간도 2달반으로 단축시켰다. 올들어선 최대 100번을 사용할 수 있는 팰컨9 최종판까지 선보였다. 로켓도 일반 상품처럼 거듭 사용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미국에서 발사하는 로켓의 60% 이상은 스페이스엑스 것이 됐다. 스페이스엑스 덕분에 미국은 세계 로켓 발사 시장 점유율을 다시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6월 다시 한번 `뉴 스페이스' 대표로서의 자존심을 한껏 세웠다. 미 공군의 1억3천만달러짜리 군사위성 발사 입찰에서 `올드 스페이스'의 대표격인 보잉-록히드마틴 합작사 유엘에이(ULA)를 따돌리고 계약을 따냈다.

 

ns24.jpg » 왼쪽부터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아폴로 키즈 출신의 베조스, 아시모프의 팬이었던 머스크

 

머스크, 베조스 등이 우주 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꿈' 때문이다. 1964년생인 베조스는 다섯살 때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을 보고 자란 `아폴로 키즈' 출신이다. 이후 베조스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모험담을 다룬 ‘스타트렉’ 게임과 드라마에 빠져들며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2016년엔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에 카메오로 잠깐 출연했을 정도로 열렬한 팬이었다. 고등방위연구계획국(다르파)에서 일했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로켓 이야기도 우주 불쏘시개 중 하나였다. 쥘 베른,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그의 우주 상상력을 더욱 부추겼다. 고교시절 전과목 A로 수석졸업자가 된 그는 1982년 마이애미 팔메토고교 졸업생 대표로 지명된 뒤 지역신문 <마이애미 헤럴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주에 2백만~3백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 공원, 거주지를 만들고 싶다.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목표는 인류를 구하는 것이다. 지구는 공원이 될 것이다." 그는 대학시절 우주탐사개발학생연맹(SEDS)의 프린스턴대 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머스크의 우주사업에도 젊은 시절 꿈이 담겨 있다. 그는 지식강연회 <테드>에 출연해 “대학 시절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그가 자신의 역량을 집중할 분야로 선택한 것이 인터넷, 청정 에너지, 그리고 우주였다. 그 밑바탕엔 은하제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SF대작 <파운데이션> 시리즈(the Isaac Asimov 's Foundation series)를 탐독하며 지냈던 어린 시절의 꿈이 있었다.
괴짜 억만장자로 불리는 영국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 우주개발업체 버진갤럭틱을 세운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피터 팬>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한다. 2017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이 책에서 수많은 영감을 얻었다...난 진짜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늘 날고 싶었다."

 

ns12-Bigelow_Aerospace_facilities.jpg »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의 팽창형 우주호텔 모듈.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애국심, 책임감에서 꿈과 상상력으로


호텔형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는 호텔재벌 로버트 비글로(Robert Bigelow)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여행을 목표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가로 나선 사례다. 그는 호텔 등 부동산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1999년 라스베이거스에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Bigelow Aerospace)를 세웠다. 비글로는 2022년까지 팽창형 우주호텔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팽창형 우주호텔 모듈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뉴 스페이스'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과감하고 상업적이고, 개인의 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도면밀한 로드맵 아래 정부가 주도해온 우주개발 프로젝트, 즉 `올드 스페이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잉, 록히드 마틴, 노드롭 그루먼 등이 `올드 스페이스' 아래서 커 온 기업들이다. 국가적 목표, 애국심, 책임감 등이 `올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토대라면, `뉴 스페이스'의 정신적 원천은 무한한 꿈과 상상력, 모험심이다. 책임감은 어떤 걸림돌을 헤쳐나갈지를, 꿈과 상상력은 어떤 기회가 올 수 있을지를 먼저 떠올린다.

 

ns22.jpg »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 있는 발사체 조립동.

 

국가적 프로젝트가 어려운 시대의 틈을 메꾸다

 

뉴스페이스의 등장은  정부의 위상과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 냉전시대의 정부는 국민통합과 국가적 목표를 위해 국력의 대부분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미국 정부는 1960년대 아폴로 프로그램에 정부 예산의 5%, 많을 때는 10%까지도 쏟아부었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전이 무너지고 전 세계가 글로벌화, 사회 다원화, 부의 양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국가 총동원형 투자는 명분도 실리도 찾기 어렵게 됐다. 지금 나사의 예산 비중이 아폴로 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이런 시대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 벌어진 틈을 메꾸고 있는 주인공이 뉴스페이스 기업가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전 하원의장이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은 변화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우주 프로그램은 우주 상업화에 관심이 있는 억만장자들의 열정과 돈을 이용해야 한다...열쇠는 우주를 정부 독점이라는 족쇄에서 풀어주고 라이트 형제, 에디슨, 포드와 같은 사람들의 창의적 기업가 정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워싱턴포스트> 2017년 2월16일)

 

ns5.jpg » 스페이스엑스의 유인우주선 드래곤2가 화성에 착륙하는 상상도. 스페이스엑스 제공

 

"내가 번 돈을 여기다 몽땅 쏟아붓겠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은 "머스크나 베조스는 어릴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존 로켓업체들과 다르다. 이들은 자신이 번 돈을 몽땅 여기다 쏟아붓는다는 자세로 우주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돈을 버는 목적은 인류를 다행성족으로 만드는 것, 즉 다른 행성에 인류가 거주할 도시를 만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로켓 재사용으로 비용을 크게 절감했음에도 발사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도 여기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주사업을 택한 이유를 물은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당신이 로마제국의 절정기에 살고 있다고 치자. 제국의 쇠락을 막기 위해 당신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자신의 우주사업은 지구제국의 쇠락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캘리포니아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엑스 로켓 공장 복도 양옆에는 두 개의 화성 사진이 있다고 한다. 한쪽엔 붉은색  실제 화성 사진이, 다른 한쪽엔 녹색 화성이 있다.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포브스> 기준 순자산 1396억달러(약 157조원)로 세계 최고 부자 베조스는 지난해 깜짝선언을 했다. 앞으로 아마존 주식을 팔아 해마다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씩 우주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블루 오리진의 준궤도여행 시뮬레이션 동영상

  

블루 오리진, 고도 100km 준궤도여행 내년 티켓 판매

 

`뉴 스페이스'의 최대 격전장은 우주여행이다. 베조스가 추진하는 우주여행은 준궤도여행이다. 로켓을 타고 우주의 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km의 `카르만 라인'을 살짝 넘어섰다 지구로 돌아오는 여행이다. 로켓 최대 속도는 마하 3.7. 우주체류 시간은 4분, 총 여행시간은 11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별로 가득한 우주와 푸른 지구를 구경하면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한다. 우주선 캡슐은 최고 130km 고도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간 뒤 하강을 시작해  역추진 로켓과 낙하산으로 속도를 늦춰가며 착륙한다. 착륙시의 충격에 대해, 블루 오리진은 착륙시 속도는 시속 2km가 채 안된다고 설명한다. 우주선에서 분리된 로켓은 1만5000m지점에서 역추진로켓을 이용해 시속 6.7마일(10.7km)의 속도로 착륙한다. 탑승자들이 우주여행중에 받는 압력은 3.5G 정도다. 이는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 느끼는 압박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주여행을 담당할 뉴셰퍼드 로켓은 지난 4월말 8번째 시험 발사-착륙에 성공했다. 그 중 최근 두 번은 우주선에 마네킨을 태우고 진행했다. 다음 발사는 올 여름이 지나기 전에 있을 예정이다. 어느 정도 예행연습을 마쳤다고 판단한 블루 오리진은 내년부터 우주여행 티켓을 판매하기로 했다. 가격과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스페이스엑스의 로켓 지구여행 시뮬레이션 동영상

   

스페이스엑스, 달 궤도에서 화성 여행까지

 

머스크는 다양한 형태의 우주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도하려는 건 달 궤도 여행이다. 유인 우주선 드래곤에 우주여행객 2명을 싣고 달 궤도를 다녀오는 방식이다. 1968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인류 사상 처음으로 달 궤도를 다녀온 아폴로 8호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올 2월 여기에 쓰일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를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팰컨9 로켓 3개를 합쳐 만든 로켓이다. 달 착륙에 썼던 나사의 새턴5 로켓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 여행이다. 현재 시제품 제작중인 높이 106미터의 로켓 일체형 콤보우주선 ‘BFR’(Big Falcon Rocket)으로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구상이다. 이 콤보우주선은 팰컨9, 팰컨 헤비, 우주선 드래곤을 하나로 합친 형태다. 1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우주선을 1천번 이상 쏘아 올려 100년 안에 100만명이 거주하는 화성 도시를 건설한다는 게 머스크의 다행성종족 만들기 원형이다. 또다른 하나는 BFR의 도착지를 우주가 아닌 지상으로 돌려 지구여행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지구 어디든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승객들은 여행 도중에 준궤도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들이 우주여행의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로켓 재활용 기술이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여행 상품가격이 크게 낮아져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엑스와 블루 오리진 둘 다 재활용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버진 갤럭틱의 시험비행 동영상

 

버진 갤럭틱, 700명 준궤도 여행 예약

 

영국의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도 준궤도여행을 준비중이다. 승무원 2명을 포함해 8명이 탑승하는 우주비행기 VSS유니티로 5분간 준궤도를 체험하고 돌아온다. 방식은 블루 오리진과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로켓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일단은 1만5천미터 상공까지 화이트나이트투(WhiteKnightTwo)라는 모선 비행기에  실려 올라간다. 그 지점에서 로켓엔진을 점화시켜 카르만라인까지 올라가는 2단계 방식이다. 돌아올 땐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를 이용해 착륙한다. 날개를 깃털처럼 들어 올렸다 펴는 활강 방식을 이용한다. 따라서 공중 체류시간이 블루 오리진 방식보다 더 길다. 총 여행시간은 30분 정도로 예상한다. 버진 갤럭틱은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두 차례 시험비행을 통해 최고 35km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우주로 가본 적은 없다. 비행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미 할리웃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등 700명이 25만달러짜리 티켓을 예약해 놓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위성업체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이 개발하고 있는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도 우주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드림체이서는 로켓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올 땐 날개를 펴고 활주로에 착륙하는 방식이다. 이 히사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계약을 나사와 체결한 상태다.

 

 ns11-액시엄 숙박시설 내부.jpg » 액시엄 스페이스의 우주 숙박시설 내부. 액시엄 스페이스 제공

 

우주여행, 어느 업체가 첫 테이프를 끊을까

 

가진 것 별로 없이 미래를 보고 우주여행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나사 존슨우주센터의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 관리자 출신 마이클 서프레디니(Michael T. Suffredini)가 설립한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도 그 중 하나다. 출범 3년째인 이 회사는 민간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우주실험과 함께 우주여행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에 앞서 우선은 국제우주정거장과 연계된 우주호텔에서 10일간 머물 수 있는 우주여행 상품을 이르면 2020년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비용은 1인당 5500만달러(약 600억원)로 책정해 놨다. 또다른 스타트업 오리온 스팬(orion span)은 3개월 훈련 뒤 고도 200마일(333km) 상공의 우주호텔 오로라 스테이션(Aurora Station)에 12일 묵는 950만달러(100억원)짜리 우주여행 상품을 2022년부터 운용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어느 업체가 첫 테이프를 끊을까? 스페이스엑스는 카르만라인을 넘어 더 먼 우주까지 갈 수 있는 강력한 로켓 기술력을 갖고 있다. 로켓 회수-재활용 기술도 안정권에 들었다. 하지만 아직 여행코스 전과정을 시험해본 적은 없다. 버진 갤럭틱은 목표 고도까지 올라가보지 못했다. 스타트업들은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블루 오리진은 목표로 하고 있는 준궤도 우주여행 코스를 여러번 예행연습했다. 최근엔 마네킨까지 태워 다녀왔다. 현재로선 블루 오리진이 목표에 가장 근접해 있다. 

 

 ns21.jpg » 6월26일 시애틀 남쪽 캔트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컨퍼런스.

 

조만장자가 나올 산업으로 성장할까

 

지난달 26~28일 시애틀 남쪽 랜턴시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2018' 컨퍼런스의 첫번째 토론 주제는 `1조달러 시장'이었다. 이 자리엔 2040년 우주산업 규모가 1조~2.7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다양한 전망치들이 소개됐다. 현재 미 연방항공국(FAA)이 추정한 2017년 기준 전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3240억달러에 이른다. 지금보다 3~8배는 성장한다는 장밋빛 예상들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우주산업이 조 단위로 성장하는 도약대로 우주여행 사업을 주목했다.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보고서에서 "이른바 우주경제가 향후 20년 안에 수조달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가 스티브 저빗슨(Steve Jurvetson)은 향후 최대의 스타트업 분야로, 엑스프라이즈재단 회장 피터 디아만디스는 미국에서 첫 조만장자가 탄생할 분야로 우주산업을 꼽는다. 컨퍼런스가 열린 워싱턴호숫가의 하이야트호텔 바로 옆엔 공교롭게도 `올드 스페이스'의 맏형격인 보잉 여객기 조립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객 인수 대기중인 보잉 737기를 옆에 두고 여는 컨퍼런스의 모습이 마치 `올드 스페이스'에 대한 `뉴 스페이스'의 시위처럼 여겨졌다.
미 플로리다주 동쪽 끝 메리트섬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는 우주개발 동력이 정부에서 민간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과거 아폴로 우주선, 우주왕복선 등을 쏘아올린 발사대가 있는 나사의 핵심 시설이다. 나사가 독점했던 이곳에도 뉴 스페이스 기업들이 또아리를 틀었다. 스페이스엑스는 아폴로 우주선을 쏘아올렸던 역사적 무대인 39-A 발사대를 20년간 독점 임대해 사용중이다. 블루 오리진은 시제품 제작중인 뉴글렌 로켓 발사용으로 36번 발사대를 빌렸다. 나사는 2014년 우주비행사들이 타고 갈 유인 우주선 개발 임무를 보잉과 스페이스엑스에 각각 맡겼다. 올드 스페이스와 뉴 스페이스의 대표주자를 나란히 경쟁무대에 올린 것이다.
 

ns1.jpg » 지난 2월 팰컨헤비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전기차와 마네킨. 스페이스엑스 제공

2019년은 달 착륙 50주년...민간 유인 우주선 원년 될까


그러나 우주산업은 전체적으로 보면 프리젠테이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아직 사람이 탈 수 있는 우주선은 만들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2019년은 `뉴 스페이스'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 수 있는 해다. 스페이스엑스와 블루 오리진은 각각 내년중 사람을 태우고 달 궤도와 `카르만 라인' 시험비행을 시도할 예정이다. 민간 유인 우주선의 등장은 본격적인 우주의 상업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도로 훈련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건강한 일반인도 우주여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내년은 달 착륙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50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뉴 스페이스에 자극받은 중국도 로켓 발사-활강 착륙을 결합한 형태의 준궤도여행 10년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2028년에 블루 오리진과 비슷한 방식과 요금 수준의 우주여행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사람들은 `뉴 스페이스'의 도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인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긍정적'이다. 우주여행에 관심을 표명한 사람의 비율이 전체적으론 40%로 절반을 밑돌지만, 밀레니엄세대에서는 60%로 훨씬 많다. 또 10명 가운데 7~8명은 민간 우주기업들이 벌이는 우주산업의 수익성과 안전성에 신뢰를 표시했다. 다만 우주쓰레기 문제에서는 우려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은 우주활동이 온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조직, 개인의 영유권도 금지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의 환호 뒤에는 이렇게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우주여행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우주공간을 사용하는 엄정한 규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질 것이다. 우주는 누구의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7월16일치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53401.html?_fr=sr1

 

참고자료

 https://phys.org/news/2018-07-space-tourist-flights.html

준궤도 여행이란

아폴로 프로그램 비용
-200억달러(현재 가치론 1200억달러)
스페이스엑스
스타업들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
뉴스페이스 컨퍼런스
깅리치의 뉴스페이스 관련 편지

모건스탠리, 우주산업이 자율주행차 투자 패턴을 닮아가고 있다
블루 오리진의 우주여행
36번 발사대
36번 발사대 사진
블루오리진 익스플로레이션 파크 사진
39번 발사대
기타
블루오리진 엔진에 대해
블루 오리진 방문기
머스크와 베조스/토끼와 거북이
나사의 행성보안관
-우주개발 규정을 손봐야할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의 우주사업 신뢰도 설문조사

 

참고문헌

아마존, 세상으 모든 것을 팝니다(브래드 스톤 지음, 21세기북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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