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인간 격리의 효과...지구가 복원되고 있다 지구환경

earth1.jpg » 인도 뉴델리의 상징 조형물인 인디아게이트 앞 거리. 3월25일 전국 이동제한 조처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다. 시엔엔서 재인용(https://edition.cnn.com/2020/03/31/asia/coronavirus-lockdown-impact-pollution-india-intl-hnk/index.html

수십년만에 맑은 하늘 보는 뉴델리 시민들
200km 떨어져 있는 히말라야가 선명하게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대도시로 꼽히는 인도의 수도 뉴델리 시민들은 요즘 수십년만에 맑은 하늘을 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일 13억 전 인구를 대상으로 발동한 3주간 국가봉쇄령이 준 선물이다. 스위스의 대기질 분석기업 아이큐에어(IQAir)의 에어비주얼이 지난 2월 발표한 `2019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보면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 20곳 중 14곳이 인도에 있다. 그런데 4월7일 현재 이 가운데 2곳만 남고 나머지는 20위권밖으로 벗어났다. 인도중앙오염통제위원회의 감시 대상인 103개 도시 중 대기질지수 합격점을 받은 도시의 비율도 절반에서 3월말 현재 90%로 높아졌다. 파키스탄과의 경계에 있는 인도 펀잡주 북부의 도시 잘란다르 주민들은 수십년만에 해발 5천미터가 넘는 히말라야의 다울라다르산맥을 맨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다울라다르는 이곳에서 2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진기한 광경을 사진에 담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의 한 해변에선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사람 출입을 막은 직후 멸종위기종인 대모거북(hawksbill turtle)이 모래에 묻혀 있던 알에서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 약 100마리가 일제히 해변을 가로질러 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earth7.jpg » 200km 밖의 히말라야 다울라다르산맥. https://twitter.com/ParveenKaswan/status/1246025488264343554?ref_src=


전 세계 35억 인구가 자의적, 강제적 격리 상태

전세계를 감염병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가 그동안 인간문명 앞에 가려져 있던 자연의 본모습을 되찾게 해주고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는 멈추고 공장과 가게가 문을 닫고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지구환경 복원 실험이 강제로 진행되는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 뒤에 가려진 이면이다.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이동제한 조처들이 잇따르면서 현재 전 세계 35억 인구가 강제적, 자발적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사람 발길이 끊기자 물 속의 물고기와 땅 위의 동물, 하늘의 새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간 서구권과 중국, 인도 등에서 그 효과가 더욱 뚜렷하다.
earth2.jpg » 깨끗해진 중국 하늘. 나사 제공

중국, 깨끗해진 공기...코로나보다 20배 많은 생명 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깨끗해진 공기다. 물꼬는 중국에서 터졌다. 1월23일 코로나19 발원지 우한 봉쇄조처가 계기였다. 유럽의 환경감시위성 관측에 따르면 중국의 대기중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2월에 30% 감소했다. 이산화질소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쓰는 화석연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다. 3월 이탈리아에선 40~50% 하락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대기오염 수준(3월9~20일)은 2017~2019년 평균치에 비해 이산화질소 20%, 이산화탄소 29%, 미세먼지 16%, 일산화탄소 16%가 감소했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 개학연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한 3월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46% 줄었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제한 등 계절관리제가 본격 시행되고 강수량이 예년보다 많았지만 2월의 감소 폭이 26%였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영향도 큰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오염은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연간 700만명의 조기사망에 관여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10명 중 9명이 오염공기를 마신다고 말한다.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마셜 버크(Marshall Burke) 교수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미세입자 배출 감소가 중국에서 두달 동안 4천명의 어린이와 7만3천명의 노인 생명을 구했다는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를 내놨다. 숫자로만 따지면 같은 기간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보다 20배나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계산이다.
earth6.jpg » 멈춰선 미국인들.
출퇴근 교통혼잡 사라지고...크리스마스휴가철처럼 조용

거리는 한산해지고 하늘과 바다는 조용해졌다. 런던, 뉴욕, 파리, 우한 등 주요 도시에선 출퇴근 시간의 교통혼잡이 사라졌다. 미국 휴스턴의 ABC 계열사 KTRK가 한 고속도로의 특정 지점을 통과하는 차량 수 변화를 비교했다. 하루 24시간 통행량이 지난해 3월25일 10만8881대에서 올해 3월25일엔 3만9022대로 줄었다. 오후 퇴근시간대의 휴스턴 교통량도 거의 절반 감소했다. 캘리포니아의 교통량은 60% 감소했으며 자동차 사고는 절반으로 줄었다. 교통앱 시티매퍼(CityMapper) 데이터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시민들이 3월에 움직인 거리는 평소의 6%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소음이 줄어드니 지진계의 감도도 훨씬 좋아졌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설치된 지진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가 시행된 이후 지진파 잡음이 3분의1 감소했다. 벨기에 정부는 3월14일부터 학교와 식당, 공공장소를 전격 폐쇄한 데 이어 18일엔 이동제한 조처를 내렸다. 관측소의 토마스 레코크 박사는 "이 정도의 잡음 감소는 보통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에 짧게 나타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표면의 지진계가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내는 능력이 지하 100미터에 설치한 지진계 못잖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earth4.jpg » 전세계 정기항공편 운항 횟수 변화. OAG

하늘도 조용...새들도 비행기 충돌 걱정없이 자유 활공 

하늘도 조용해졌다. 영국의 항공정보제공업체 OAG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정기 항공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유럽에선 감소폭이 90%나 된다. 실시간 비행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의 하루 운항 편수는 2월 약 20만편에서 3월말 6만여편으로 감소했다. 국내선보다 국제선 감소폭이 훨씬 더 크다. 한국에서도 국제선 탑승자 수는 95%나 급감했다. 국적 항공사 여객기 10대 중 9대는 지상에 묶여 있다. 
항공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 예컨대 미국의 동서를 가르는 뉴욕~샌프란시스코 비행시간은 5시간30분이다. 두 도시를 항공기로 왕복하면 1인당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는 여름철 북극의 바다얼음을 3제곱미터 정도 녹일 만한 양이라고 한다. 항공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지난 20년 사이 배출량이 두배로 늘었다. 코로나19가 순식간에 이를 20년 전 수준으로 돌려놓은 셈이다. 하늘의 새들도 안전해졌다. 미국에서만 연간 1만3천마리의 새가 항공기와 충돌해 목숨을 잃는다고 하니 그만한 새들의 생명을 구한 셈이다.
크루즈선박 운항 중단은 바다의 소음을 줄여 해양 생물의 스트레스를 완화했을까? 이번 코로나19의 영향은 아직 실측된 바가 없다. 다만 2011년 9.11 테러 직후 북미해역의 선박 통행이 중단됐을 때 캐나다 동남쪽 펀디만 바다의 고래들을 조사한 결과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는 3월14일 성명을 내고 “앞으로 30일간 미국 내 항만에서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earth5.jpg » 세계 주요도시의 교통량 변화.

대기오염 주범이 누군지 확실하게 드러나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올 한 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변화로 기후변화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니다. 유엔환경프로그램(UNEP)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해마다 7.6%씩 줄여야 한다. 정책의 급전환이 뒤따르지 않는 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코로나19가 인류를 옥죄는 기간의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 탄소배출량 감소폭이 2월 4주간 25%(2억톤)에서 3월 들어 조금씩 회복돼 7주간 18%(2억5천만톤)로 감소폭이 줄었다. 
코로나19의 대기청정 효과에서 눈여겨 볼 것은 대기오염의 주범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강력한 이동제한 조처 중에도 수도인 베이징에선 올들어 두번째로 심한 스모그 현상이 일어났다. 제철소, 발전소 등은 쉼없이 가동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가 에너지집약 산업에 집중돼 있고, 그 에너지원이 화석연료라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온실가스 배출 완화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답을 준다. 그것은 바로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제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이전과 같은 방식의 경기부양책으로 돌아갈 경우엔 오염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파티흐 비롤(Faith Birol)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코로나는 경기 부양책의 중심에 청정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일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earth90.jpg » 스모그가 사라진 로스앤젤레스. https://twitter.com/THICCtorianChad/status/1248419551626158081
일상의 변화는 습관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일상의 변화는 기존의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는 데는 21일이 걸린다는 ‘21일의 법칙’이 있다. 1960년대 미국 의사 맥스웨 몰츠 박사가 정립한 `성공의 법칙'이다. 2018년 스위스 취리히응용과학대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키를 반납하고 2주간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전보다 자동차를 덜 몰고 다녔다. 참가자들은 건강 효과, 시간 절약과 함께 전통 자전거의 주요 걸림돌인 가파른 경사 오르기가 예상보다 덜 어려운 점 등 전기자전거의 참신한 점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2001년 교토대 연구에선 자동차도로가 폐쇄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한테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도로가 다시 개통됐음에도 이전보다 대중교통을 더 자주 이용했다. 
거노트 왜그너(Gernot Wagner) 뉴욕대 교수(기후경제학)는 최근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를 다루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한 정책으로 복귀하는 건 가능하다.  이번 팬데믹은 과학과 지식의 역할, 유능한 리더십의 중요성, 그리고 가장 취약한 곳의 운명이 다른 모든 지역 사람들의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도록 하게 해준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가 다시 정상을 회복한 이후에 기후에 진정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지면 기사(2020.4.13.)
인간이 격리되자...가려졌던 지구 모습이 복원됐다

출처
뉴델리의 대기질지수
브라질 해변에서 100마리에 달하는 멸종위기 바다거북이 탄생
유엔환경계획 보고서
새로운 습관의 효과
새와 비행기 충돌
대기 청정 효과
운송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23%/자동차가 72%, 항공기가 11%
스탠퍼드대 롭 잭슨 교수 전망은 2020년 탄소배출 5% 이상 감소 예상
중국 탄소배출량 2월 4주간 25% 감소(2억톤).
유럽연합은 2020년 올 배출량이 4억톤 감소(9%) 전망
거노트 왜그너 <타임> 기고문
중국의 배출 감소 추이
구글 131개국 사용자 휴대전화 위치정보 분석…매장·공원·직장 방문율 변화 발표
3월29일 한국, 식당·카페 등 방문율 19%↓·공원과 산책로 등 방문율 51%↑
3월9~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대기오염 수준은 2017~2019년 평균치에 비해 
이산화질소 20% 감소, 이산화탄소 29% 감소, 미세먼지 16% 감소, 일산화탄소 16% 감소
200km밖에서도 보이는 히말라야
대기오염 사망 700만
대기청정이 중국인 생명 구한 효과
물론 코로나 사태 기간에 한정된 현상. 이것으로 기후문제가해결되진 않아.
미세먼지 측정 사이트
미국 교통량 감소 현황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중국 대기 사진
바다가 조용해진다
<항공편>
항공편 감소
Flightradar24 데이터
한국 항공기 이용객 감소
여행업 타격
항공편 감소 현황
화물기는 큰 변화 없어
중국 이탈리아 대기오염 감소
중국 하늘 변화
중국 한국 영국 이태리 하늘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