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비만인, 코로나19 입원 위험 두배 생명건강

ob2-Respiratory_therapist.jpg » 비만과 코로나19 중증과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미국의 한 집중치료실.

감염 확률 46%, 사망 확률 48% 더 높아

똑같은 질병이라도 증상의 발현은 다른 경우가 많다. 사람의 신체나 영양 상태, 처한 환경에 따라 병원체와 인체 면역 시스템 간에 힘의 균형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비만은 체내 각종 대사 활동에 변화를 줘 질병과의 싸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와 바이러스와 인체가 벌이는 싸움에서는 비만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발표된 수십건의 연구 결과를 들여다본 결과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상당수가 비만인으로 나타났다. 고도비만이 아닌 단순 과체중인 경우에도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8월26일 국제학술지 `비만 리뷰'(Obesity Reviews)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 연구(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분석하는 것)는 코로나19 감염과 비만 사이의 깊은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국제 연구진이 아시아, 유럽, 북미, 중남미 지역 10여개국의 환자 39만9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논문 75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만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46% 높았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비만인은 정상체중인보다 병원에 입원치료받을 가능성이 113% 높았다. 집중치료(ICU)를 받을 확률은 74% 높았고, 사망 확률도 48%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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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저하, 만성 염증 유발에 혈액은 끈적

연구진은 비만과 관련한 생리적, 사회적 요인이 이런 높은 위험을 부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생리학적 측면에서 비만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혈액을 쉽게 응고시킨다. 이는 모두 코로나19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연구진은 비만인들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점도 비만인의 코로나19 증상 악화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이언스'는 앤 딕슨(Anne Dixon) 버몬트대 교수를 인용해 "이는 성인의 40%가 비만인 미국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비만인은 또 정상체중인보다 중증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위험 요인인 심장병, 폐 질환,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고혈압, 고혈당, 고콜레스테롤 등의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87명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툴레인대 연구에 따르면 대사증후군 자체가 집중치료 상황, 인공호흡 및 사망 위험을 크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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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입원환자 10명중 8명이 과체중이나 비만

연구진은 체질량지수 그 자체가 중증 코로나19를 야기하는 강력한 독립적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제넨텍 연구진이 7월에 사전출판 논문집 `메드알카이브'에 올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1만7000명의 77%가 과체중(29%)이거나 비만(48%)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체질량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kg/m2) 25~29.9는 과체중, 30인 이상은 비만으로 규정한다. 33만4천명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입원환자 비율을 조사해 지난 8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영국 연구진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체질량지수가 35 이상인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특히 과체중 단계에 진입하는 순간 입원환자 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비만은 어떤 병리 메카니즘을 통해 코로나19 중증을 야기할까? 먼저 복부에 지방이 많이 쌓이게 되면 지방세포들이 횡경막을 밀어올린다. 그러면 흉곽 아래쪽의 근육이 폐를 압박해 폐의 공기 흐름을 감소시킨다. 폐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결과 폐의 하부엽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산소 공급을 위해 상부엽보다 더 많은 피가 이곳에 몰려든다. 폐 질환과 비만의 관계를 연구하는 버몬트대 앤 딕슨 교수는 `사이언스'에 "이런 부조합이 이미 시작됐다면 증상이 더 빨리 악화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문제들이 추가된다. 우선 비만 환자의 혈액은 다른 사람보다 끈적하다. 쉽게 응고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혈전 생성을 막는 내피세포 손상돼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혈전 생성이 가속화한다. 비만은 면역력도 약화시킨다. 지방 세포가 비장, 골수, 흉선 등 면역 세포가 만들어지고 저장되는 기관에 침투해 들어가 면역세포가 있어야 할 자리를 꿰차기 때문이다.
ob7.jpg » 1990년대와 2010년의 비만인구 비율 변화. 오비시티 리뷰 제공

면역 세포 수 뿐 아니라 면역 기능까지 약화

`비만 리뷰' 논문 공동저자인 노스캐롤라이나대 멜린다 베크(Melinda Beck) 교수는 더 큰 문제는 면역세포 수 감소를 넘어 비만이 면역 기능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비만 생쥐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본 결과, 면역 T세포는 비만 상태에서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베크 교수는 "이는 사람들한테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걸 시사한다"며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비만인은 정상체중인보다 독감에 걸릴 위험이 두배 더 높다"고 말했다. 이는 비만인에게는 백신이 덜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비만인은 임상 징후가 거의 없는 만성 저등급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지방 세포가 사이토카인이라는 여러 염증을 유발하는 화학 물질을 분비하는 데 따른 결과다. 이는 중증 환자의 특징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비만인 사람들은 특히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일렘 메사우디(Ilhem Messaoudi) 캘리포니아대어바인 교수는 강조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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