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젤게이트, 전기차시대 앞당긴다 자동차교통

ev5.jpg » 9월29일 공개된 SUV 전기차 '테슬라X'. 테슬라모터스 제공

 

절묘한 시점에 나온 테슬라 '모델X'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 그는 미국에서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오늘날 세계적인 혁신기업가로 자리잡은 데는 사업가로서의 아이디어와 수완도 있었지만, 운도 따라줬다. 고비 때마다 정부나 투자자들의 지원이 그를 살려냈다.
그에게 다시 한번 운이 따라붙는 듯하다.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장치 파문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이 디젤차에서 등을 돌리려는 순간에, 보란 듯이 새로운 고성능 전기차 모델을 들고 나온 것.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지난달 29일 공개된 ‘모델X’는 테슬라의 세 번째 전기차 모델이자, 세계 최초의 SUV 전기차다. 그동안 여러 차례 출시 일정을 미뤄온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내연기관 차를 압도하는 성능

 

머스크는 모델X 공개에 앞서 “폴크스바겐 사태는 가솔린과 디젤 기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신차 설명회에서 기존 SUV나 미니밴은 받지 못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충돌시험 전 부문 별5개 등급을 획득할 것이라거나, 기존 자동차보다 10배나 큰 에어필터로 병원 수준의 실내 청정도를 유지해준다는 등 친환경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뒀다.
공개된 ‘모델X’의 성능은 그의 너스레가 허풍이 아님을 보여줬다. ‘루디크로스 모드’ 장비를 장착한 파운더 모델의 경우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시간(제로백)이 3.2초에 불과하다. 세단이나 스포츠카가 아닌 7인승 SUV인 점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가속력이다. 그동안 전기차의 약점이었던 주행거리도 1회 충전시 400킬로미터로 경쟁력을 갖췄다. 최고 속도 역시 시속 250킬로미터로 빠지지 않는다. 충전소 등의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차 성능면에선 시장 경쟁에서 전혀 뒤질 것이 없는 수준이다.

ev6.jpg » 확 트인 시야로 드라이브 몰입감을 더해주는 파노라마형 앞유리. 테슬라모터스 제공

 

 세련된 사양도 볼 만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차의 뒷문 개폐 방식이 위로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다. 매가 날개를 펴는 형상을 본땄다고 해서 ‘팰콘 도어’라는 이름도 붙였다. 초음파센서로 장애물을 감지한 뒤, 주어진 장소에 맞게 문이 접히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승하차가 가능하다. 운전석 문은 운전자가 다가오면 저절로 열리고, 운전석에 앉으면 저절로 닫힌다. 윈드실드(앞유리)는 운전자 머리 위까지 확장돼 있어 운전자에게 파노라마 시야를 제공해 드라이브 몰입감을 높여준다.

 

ev7.jpg » 좌석은 3열로 돼 있다. 테슬라모터스 제공

 

친환경 선두주자에서 퇴출 대상으로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세계 자동차시장을 새로운 변곡점으로 몰아가고 있다. 친환경성과 높은 연비가 강점으로 꼽혔던 디젤차가 하루아침에 유해물질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일부에선 아예 퇴출 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다. 디젤차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그동안 유럽 당국과 소비자들부터 큰 환대를 받아왔다. 덕분에 현재 유럽에선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이 디젤차이다. 당국이 탄소배출 저감만을 강조한 정책을 펴온 탓이다. 이는 자동차업체들로 하여금 탄소 배출 기준만을 중시하고,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은 소홀히 다루는 결과를 빚었다.

 

ev10SmogNY.jpg » 디젤차는 이산화탄소 배출은 적지만 대기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위키피디아

 

세계 1위의 꿈...폴크스바겐의 자충수


그 결과 유럽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는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유해물질이다. 디젤차가 얼마나 대기를 오염시키는지는 올해 초 런던 버스 운전사들의 파업때 명백히 드러났다. 버스 파업이 있던 날 런던 옥스퍼드가의 질소산화물 농도는 평소의 3분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 언론들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수가 매년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런던에서는 대기 중의 미세먼지들로 인해 3500명, 질소산화물로 인해 5900명의 조기사망을 불러온 것으로 추정된다. 노출시간이 짧더라도 심장질환 사망률은 1%, 폐질환 사망률은 1% 높아진다고 한다.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던 차에 배기가스 조작 실상이 드러났으니 사람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이런 사태는 사실 폴크스바겐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몇년간 세계 1위를 목표로 덩치 키우기에 주력해왔다. 그 선봉에 내세운 것이 디젤차. 폴크스바겍은 유럽에서 얻은 디젤차 자신감으로 디젤차 비중이 5%도 안되는 거대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총력을 기울인 결과, 마침내 올 상반기 판매량이 500만대를 돌파하면서 도요타를 제치고 숙원이었던 자동차 판매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지나친 몸집 불리기 집착이 결국 화를 불렀다.

ev8volkswagen-tdi-engine1.jpg »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엔진 TDI. http://www.hybridcars.com

 

명예를 회복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로 폴크스바겐의 친환경 디젤차 꿈은 끝났다. 이는 다른 디젤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디젤차 시장에 치명적이다.
폴크스바겐이 디젤게이트에서 벗어나 시장과 명예를 회복할 길은 무엇일까? 법적 탄소배출 요건 충족 차원을 넘어 막바로 탄소제로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폴크스바겐은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전기차 미래구상을  밝힌 바 있다. 2020년까지 20종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구상을 앞당겨 실행에 옮기려 할 것이다.

 

ev4e-tron-quattro-620.jpg » 폴크스바겐 그룹의 아우디가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SUV 전기차 '이콰트로'. 테슬라의 모델X를 겨냥한 것이다. 아우디 제공

 

100만대 돌파한 전기차, 탄력이 붙었다

 

사실 전기차는 그동안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다.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지난 9월에야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섰을 뿐이다. 2010년 셰보레 볼트(Volt)와 닛산 리프(LEAF)가 전기차 시장을 연 지 4년10개월만이다.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팔려나가는 자동차가 9000만대에 육박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100만대를 넘어선 건 50만대를 넘어선 지 불과 1년2개월만이다. 지난해 7~12월 판매량이 20만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갈수록 성장세에 힘이 붙고 있다. 이 가운데  62%는 순수 전기차, 38%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s)이다. 2020년까지 세계 전기차 판매는 해마다 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v1.jpg » 세계 베스트셀러 전기차 톱10. http://gm-volt.com

 

전기차가 넘어야 할 벽들

이런 시점에 ‘디젤게이트’가 터졌으니 전기차로선 대형 호재를 만난 셈이다. ‘디젤게이트’가 터진 이후, 독일은 물론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당국과 언론들은 일제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파리는 2020년부터 디젤차 운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런던 역시 도심에서의 디젤차 운행 금지를 검토중이다. 이는 분명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다. 도요타와 현대차가 역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전기차가 앞서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여럿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 현재 테슬라의 모델S 값은 1억원에 육박한다. 새로 나온 모델X는 1억5천만원이 넘는다. 베스트셀러카인 닛산 리프도 5천만원대이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일반인들이 살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더 길어져야 한다. 전기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머스크 회장은 낙관적으로 내다본다. 그는 매년 배터리 성능이 5~10%씩 개선되고 있다며, 2년 후에는 1회 충전으로 1천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테슬라는 2년 안에 3만달러대의 보급형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은 디젤차나 가솔린차 등 화석연료를 쓰는 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친환경성이다. 게다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자동차 환경기준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다. 유럽은 9월부터 더욱 강화된 유로6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차를 만들려면 추가로 배출가스 조절장치를 달아야 한다. 찻값이 더 비싸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추락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차는 디젤차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폴크스바겐 사태는 미래 자동차시장을 이끌어가려는 전기차 업체들한테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를 불어넣었다.

 

   <세계 전기차 시장 현황>

ev2Nissan-Leaf.jpg » 2010년 전기차 시장의 문을 연 닛산 '리프'.

 

전기차 앞서가는 닛산…수소차에 기대 거는 현대차

 

세계 전기차 시장은 닛산 리프와 셰보레 볼트, 테슬라 모델S, 도요타 프리우스(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미쓰비시 아웃랜더(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국 비야디(BYD)의 친(秦), 르노 조에(Zoe), 포드 퓨전 에너지(Fusion Energi) 등 몇몇 모델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고의 베스트셀러카는 닛산 리프이다.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인 리프는 그동안 약 20만대가 팔렸다. 이어 볼트가 10만대로 이 두 모델이 전기차 시장의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다. 최고급 전기차인 테슬라의 모델S는 7만5천대로 약간 뒤처져 있다. 테슬라는 이번에 출시한 모델X와 2017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Qin.jpg »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친'. BYD 제공

 

거대한 안방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의 비야디도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프리우스로 체면은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자동차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면 전기차에서의 실적은 기대에 못미친다. 지난해 말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를 내놓은 도요타는 미래 전략차종으로 순수 전기차보다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OUL.jpg » 기아자동차의 쏘울 전기차. 기아차 제공

 

세계 5위 업체인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쏘울 전기차가 올들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판매 대수는 아직 미약하다. 현대차의 전기차 실적이 저조한 건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보다 수소연료전지차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2013년 수소연료전지차 '투싼' 양산을 시작했다.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 개선보다는 급속충전이 가능한 수소차 실용화가 더 승산이 있다는 게 현대차의 계산이다. 그러나 이번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수소차보다 훨씬 앞서 있는 양산체제를 갖춘 전기차로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경우, 이 계산은 어그러질 수도 있다.

ev3.jpg » 지역별 전기차 판매 현황. http://gm-volt.com

 

중국,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등극 가능성

 

지역별로 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주력은 미국, 중국, 일본, 북유럽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36만여대로 전체의 3분의 1을 웃돈다. 이어 중국이 그 절반인 15만7천여대로 뒤를 쫓고 있다. 일본은 12만대로 중국에 약간 못미친다. 그 아래에 유럽 여러 나라와 캐나다가 ‘톱10’을 형성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15년말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현재로선 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전망은 밝다. 전기차 대중화의 경계선으로 평가받는 3만달러대 전기차들이 머지 않아 시장에 나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엠은 내년 말에 셰비 볼트(Chevy Bolt)를, 테슬라는 2017년에 모델3를 출시할 계획이다. 

친환경차 도입에 적극적인 중국 전기차 시장의 약진도 주목된다. 보조금,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7만대가 넘는 전기차가 팔렸다. 지금 추세라면 중국이 향후 몇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출처 및 참고자료


전기차 판매 현황
http://evobsession.com/one-million-evsphevs-sold-worldwide-date/
http://gm-volt.com/2015/09/16/world-crosses-one-million-plug-in-sales-milestone/

폴크스바겐 분석
http://www.plugincars.com/remedy-volkswagen%E2%80%99s-diesel-scandal-deliver-ev-promises-131033.html

http://www.hybridcars.com/volkswagens-diesel-scandal-could-re-set-the-automotive-industry/

http://www.topgear.com/car-news/future-tech/tesla-boss-vw-scandal-proves-diesels-dead-evs-are-future
http://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5/sep/30/volkswagen-scandal-electric-car-diesel

모델 X 소개 사이트
http://www.teslamotors.com/modelx
http://cleantechnica.com/2015/09/30/teslas-model-x-page-updated-new-pics-info/?utm_source=Cleantechnica+News&utm_medium=email&utm_campaign=8bd7c9bfc5-RSS_EMAIL_CAMPAIGN&utm_term=0_b9b83ee7eb-8bd7c9bfc5-332048245

모델X 동영상 모음

http://cleantechnica.com/2015/10/02/7-tesla-model-x-videos-from-the-mass-media/?utm_source=Cleantechnica+News&utm_medium=email&utm_campaign=8a4fe7fc9c-RSS_EMAIL_CAMPAIGN&utm_term=0_b9b83ee7eb-8a4fe7fc9c-332048245

전기차 구입 이유

 http://cleantechnica.com/2015/09/24/reasons-people-buy-electric-cars-so-far/?utm_source=Cleantechnica+News&utm_medium=email&utm_campaign=3c9f3e3b52-RSS_EMAIL_CAMPAIGN&utm_term=0_b9b83ee7eb-3c9f3e3b52-332048245

http://cleantechnica.com/2015/09/24/survey-says-electric-cars-work-well-as-primary-cars/?utm_source=Cleantechnica+News&utm_medium=email&utm_campaign=3c9f3e3b52-RSS_EMAIL_CAMPAIGN&utm_term=0_b9b83ee7eb-3c9f3e3b52-332048245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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