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캐릭터와 동거?…홀로그램 홈로봇 등장 기술IT

02gatebox_product-1-1024x768.jpg » 일본의 벤처기업이 개발한 가상 홈 로봇 '게이트박스'. 윙크루 제공

 

아침엔 깨워주고, 귀가하면 맞아주고

 

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산다면 어떨까? 평면에만 갇혀 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3차원의 세상으로 뛰쳐나와 한식구가 돼 생활한다면? 입체 홀로그램을 통해 이를 구현한 가상 홈 로봇 시스템이 내년 중 첫선을 보인다. 깜찍하게 생긴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해 아침이 되면 깨워주고, 저녁에 귀가하면 상냥하게 맞아준다. 집에 있을 땐 인터넷, 스마트 가전과  네트워크로 접속해 날씨 정보를 전해 주거나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을 틀어주는 등 비서 노릇도 해낸다.

 

technology.jpg » 캐릭터를 투사해주는 프로젝션 기술과 각종 센서, 카메라, 마이크가 장착돼 있다.

 

일 벤처기업이 개발한 가상 홈로봇 '게이트박스' 

 

일본의 윙크루(Vinclu)라는 벤처기업은 최신 프로젝션과 센서, 카메라 기술 등을 결합해 원통 모양의 상자 안에 있는 홀로그램 캐릭터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상 홈로봇 시스템 '게이트박스'(Gatebox)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게이트박스는 집안에서 스마트홈 기능을 구현해준다는 점에서 아마존의 에코(Echo), 구글 홈(Google Home), SK텔레콤의 ‘누구’와 기능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이 음성만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비해, 게이트박스는 가상의 친근한 입체 캐릭터가 등장해 교감을 한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 몰입도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더국이 게이트박스 상자 안의 캐릭터는 다양한 형태의 바디 랭귀지가 가능할 뿐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예컨대 “집에 빨리 들어오세요.” “보고 싶어 죽겠어요.” 같은 문자를 날려 주인과 지속적으로 정서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실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집에 있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대량생산 아닌 맞춤형 로봇을 구현

첫 캐릭터는 독신남을 위한 아내형

 

 윙크루가 이런 형태의 홈 로봇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것은 똑같은 모습의 대량생산형 로봇이 아니라 개개인의 기호에 맞는 맞춤형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윙크루는 가상의 캐릭터를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윙크루는 "케이트박스는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개발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라며,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미래의 세상을 꿈꾸며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높이 50㎝, 무게 5㎏의 투명한 원통 '게이트 박스'에 첫번째로 담긴 캐릭터의 이름은 아이즈마 히카리(逢妻 ヒカリ). 혼자 사는 남성들을 겨냥해,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아내형 여성 캐릭터다. 아이즈마라는 이름 자체가 '나를 맞아주는 아내'라는 뜻이다. 일본의 인기 게임 <러브 플러스>의 캐릭터 디자이너 미노보시 타로의 작품이라고 한다.

 

gatebox05.jpg »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

 

아즈마의 커뮤니케이션 3가지는?


아즈마는 3가지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첫째는 능동(Active) 커뮤니케이션이다. 주인의 움직임과 시간에 맞게, 알아서 말을 걸어준다. 남편이 아침에 일어날 시간엔 "어서 일어나라"며 깨워주고, 밤에 집에 돌아오면 상냥한 목소리와 다소곳한 자태로 맞아준다. 

 

gatebox06.jpg » 적외선으로 전등을 켠다.

 

 둘째는 말벗(Talk) 커뮤니케이션이다. 주인이 말을 걸어오면 그 말을 알아듣고 제 나름대로 대답을 해준다. 회사쪽은 “아직 많은 단어를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주인을 치유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atebox04.jpg » 문자를 보내준다.

 

셋째는 채팅(Chat) 커뮤니케이션이다. 전용 채팅 앱을 통해 주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예컨대 주인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오후에 “일찍 들어오세요”라며 문자를 보낸다. 주인이 문자로 귀가 시간을 알려주면 그에 맞춰 집안 전등을 미리 밝혀 놓을 수도 있다.

 

fig.jpg » 아즈마 히카리 캐릭터의 다양한 포즈들.

 

 

 

한정판 300대 우선 제작…한 대에 300만원

 

윙크루가 고객의 상상력을 위해 설정해놓은 아이즈마의 신상은 '나이 20살, 키 158㎝, 취미는 애니메이션 감상, 특기는 계란 프라이 만들기'다. 도넛을 좋아하고 벌레는 싫어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돕는 여주인공’이 되는 게 꿈이다. 애초 올해 초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던 윙크루는 이달부터 일본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우선 한정판으로 300대를 제작해 내년 12월쯤 제품을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유의할 건 이 캐릭터는 일본어만 할 줄 안다는 점이다. 단점은 가격이다. 우리돈으로 300만원 남짓의 큰 돈이 필요하다.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 홈 같은 음성비서들이 몇만원, 또는 10여만원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가격대다.

bg3.jpg » 게이트박스의 세계엔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가상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주인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인간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가격에, 소비자가 원하는 캐릭터의 홀로그램을 제작해 공급해줄 수 있는 체계만 갖춘다면 시장 잠재력이 커 보인다. 공개된 아이즈미의 동영상을 보면 2013년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의 영화 <허>(Her)에서 주인공 남자가 인공지능 여성과 대화하며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윙크루가 공개한 또다른 동영상에선, 지난 9월 '매지컬 미라이 2016' 행사에서 게이트박스를 체험해본 참가자들이 아이즈마의 모습에 격한 반응을 나타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오타쿠의 오락도구? 독신자의 동반자?

 

게이트박스를 보고난 후의 첫 인상은 매우 일본스럽다는 점이다. 일본인들 특유의 오타쿠적 정서가 짙게 느껴진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아이즈마의 복장이나 표정, 목소리, 동작 등에서 다소 선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페미니스트들에겐 다소 불편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품 콘셉트 자체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생활 양태의 변화상을 잘 포착한 듯하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1인가구, 독신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제품의 확장성은 긍정적이다. 
    

출처
 http://vinclu.me/
 http://gatebox.ai/
 http://mashable.com/2016/12/16/gatebox-hologram-jar-digital-assistant-friend/
 http://newatlas.com/gatebox-ai-assistant-anime-girlfriend/47012/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