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군집위성, 지구 스캔 시대를 열다 우주항공

Dove%20Satellite%202016%20_preview.jpeg » 플래닛 랩스의 길이 30cm 소형 지구촬영 위성 `도브'. 플래닛랩스 제공

 

미 샌프란시스코의 플래닛랩스

150개 소형 위성 궤도에 올려

하루 한 번 이상 전지구 촬영

 

촬영장비를 갖춘 소형 군집위성들이 새로운 우주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구 표면 전체를 스캐닝하듯 샅샅이 촬영한 뒤, 원하는 지역의 이미지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주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의 데이터를 샅샅이 뒤져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인터넷 검색의 우주판이라고나 할까? 일부에선 군집위성을 구글 검색엔진에 빗대 ‘지구 검색 엔진’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항공우주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새로운 정보 시장을 열어가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위성 스타트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지난달 28일 찾아갔다. 한국에선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움직임을 담은 위성 사진으로 잘 알려진 업체다. 시애틀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공항 착륙에 앞서 도시를 스캐닝하듯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360도 한바퀴 돌았다. 덕분에 미 태평양 연안의 제2 대도시 전체를 한눈에 보는 호사를 누렸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이날 여객기 안에서 본 장면은 이 회사의 위성 지구 사진 서비스 예고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항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15분 달려 도착한 9번가 대로변 2층 회색 건물의 이 회사는 현재 150여개에 이르는 지구 촬영 위성 군단을 거느리고 있다. 위성 운영업체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플래닛 랩스는 `지구 전지역을 매일 한 번 이상 촬영한다'는 1단계 목표를 지난해 11월 달성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위성 이미지 서비스에 나섰다.

 

planetlabs.jpg » 샌프란시스코 9번가에 위치한 플래닛 랩스 본사. 구글 지도

 

pl33.jpg » 플래닛 랩스의 회사 입구. 곽노필

"지구의 변화를 눈으로 보여주자"

2010년 나사 엔지니어 3명이 창업

 

플래닛 랩스는 2010년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윌 마셜(Will Marshall), 로비 싱글러(Robbie Schingler), 크리스 보쉬젠(Chris Boshuizen)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군집위성으로 "지구의 변화를 보여주고, 손에 쥐어주고, 실행할 수 있게 해준다"(visible, accessible, and actionable)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큐브위성 `도브'(Dove)를 독자 개발했다. 2013년 4월 도브 위성 2개를 처음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3백개가 넘는 위성을 제작해 발사했다. 지난해 2월엔 인도 우주개발기구의 PSLV로켓에 도브 위성 88개를 한꺼번에 실어 발사하기도 했다. 이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산 벤처투자자들의 1억8300만달러(약 2천억원) 투자금이 든든한 밑돌이 됐다.

 

pl88.jpg » 플래닛 랩스의 소형 위성 `래피드아이' 이미지(왼쪽)와 이 회사 입구에 있는 `스카이샛' 모형. 위키미디어 코먼스, 곽노필

 

도브-래피드아이-스카이샛 세 유형

0.8미터 물체까지 식별 정밀해상도


플래닛의 위성 군단은 3가지 유형의 위성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무게가 4kg에 불과한 `도브'다. 플래닛이 자체 개발한 길이 30cm짜리 큐브위성이다. 플래닛 위성군단의 주력으로 현재 130여개가 궤도를 선회하고 있다. 플래닛스코프(PlanetScope)라는 이름의 광학 이미지 시스템을 통해 약 3미터 해상도로 지구 표면을 촬영할 수 있다.
둘째는 2015년 블랙브릿지(BlackBridge)라는 업체로부터 인수한 무게 150kg의 위성 래피드아이(RapidEye)다. 6미터의 중간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하는 소형 위성으로 현재 5개가 지구 저궤도를 비행중이다. 해상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2009년부터 활동해온 위성이어서 방대한 과거 이미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셋째는 지난해 4월 구글로부터 인수한 무게 100kg, 길이 1미터의 소형 위성 스카이샛(SkySat)이다. 2015년 구글이 사들인 테라벨라(Terra Bella)를, 구글한테 위성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붙여 다시 인수했다. 크기 0.8미터의 물체까지 식별하는 정밀해상도를 갖춘 위성으로 현재 13개가 배치돼 있다. 인수 당시엔 7개였으나 지난해 10월 6개를 추가로 쏘아올렸다. 앞으로 8개를 더 발사할 계획이다.

 

pl55.jpg » 플래닛 랩스의 위성들은 한 줄로 늘어서서 궤도를 돈다. 유튜브

한 줄로 늘어서 지구 저궤도 선회

지구 표면 전체를 스캔하는 효과

 

플래닛의 위성들은 극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이는 위성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돈다는 걸 뜻한다. 지구가 자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뒤를 따르는 위성은  앞서가는 위성보다 조금 다른 지역을 관측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스캐너로 지구 표면 전체를 스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플래닛의 위성들이 활동하는 우주공간은 고도 500~630km에 이르는 지구 저궤도다. 저궤도 위성은 높은 궤도 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카메라로도 정밀한 지구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공전 궤도가 너무 낮으면 지구 중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추락한다. 따라서 적절한 수명 유지를 위해 선택한 고도가 바로 이 구간이다. 마이크 사피안 발사/네트워크총괄본부장은 "도브 위성의 수명은 대략 2~3년"이라며 "현재 활동중인 위성 가운데 래피드아이 위성은 수명이 다하면 도브 위성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l99.jpg » 플래닛 랩스의 연구원들. 플래닛 랩스는 샌프란시스코 본사와 7개 지사에서 4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플래닛 랩스 제공

 

농업, 도시계획 등 용도 다양

이미지 제공 넘어 분석까지

`지구검색 엔진'을 겨냥한다


플래닛의 인공위성들은 현재 하루에 140만개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지상 수신국이 처리하는 위성 이미지 데이터는 하루 10테라 바이트에 이른다. 플래닛은 올해부터 2단계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단순히 위성 사진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으로 이미지 속의 물체를 인식해, 고객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분석해서 알려주는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이미지들은 현재 농업, 재난 구조, 도시계획, 벌목 감시, 불법조업 감시, 자원 탐사, 해양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 회사의 이미지 생산 담당자인 디븐 데사이는 "위성에서 본 지구 이미지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여럿 있지만 이미지 분석까지 해주는 곳은 우리가 세계 유일한 업체"라고 말했다. 예컨대 불법 조업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박 수가 몇척이나 되는지, 어떤 지역의 주택 수가 얼마나 증감했는지 등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셜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간단히 말해 구글이 인터넷을 색인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지구의 물리적 변화를 색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도 여러 위성업체에서 수집한 전세계 위성 사진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구글과 달리 플래닛 랩스는 하루 단위 실시간으로 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데사이는 "현재 20개국 정부를 포함해 100여개 나라에 걸쳐 고객들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2. San Francisco - 02.11.2017_preview.jpeg » 도브 위성으로 찍은 샌프란시스코 사진. 플래닛 랩스 제공

 

악용 가능성…저렴한 비용에 실패 따른 리스크 적어

 

그러나 모든 기술은 쓰기 나름이다. 특히 이런 관측, 탐지 기술들은 항상 악용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누군가의 사생활이나 비밀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데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를 통제하려는 권력집단이나 불법수익을 노리는 범죄세력 등에게, 저 먼 하늘 위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찍은 정밀한 사진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따라서 통신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공공인프라로서의 법적 위상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자연스럽게 위성 사진들의 수집과 이용에 대한 공공적 통제의 필요성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electron-success-1.jpg » 올해 1월 도브 위성 3개를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로켓랩의 미니로켓 일렉트론. 로켓랩 제공

 

저가 미니로켓과 소형위성 결합

우주의 눈이 일상으로 들어온다


소형 위성은 그동안 다른 인공위성이나 화물을 발사할 때 이에 편승해 발사해 왔다.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제작비용이 저렴한 소형 위성은 발사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플래닛은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로켓 폭발 사고로 34개의 도브 위성을 공중에서 날려버린 적이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소형 위성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조사컨설팅업체인 노던 스카이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약 3500개의 소형 인공위성(1~100kg)이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로켓발사 시장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1천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새로운 시장을 겨냥해 로켓랩(Rocket Lab), 벡터 스페이스 시스템(Vector Space Systems), 버진 오빗(Virgin Orbit), 스트라토런치(Stratolaunch) 등 몇몇 회사들이 소형 위성 전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뉴질랜드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로켓랩은 올해 1월 소형위성 전용 로켓 `일렉트론' 발사에 가장 먼저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일렉트론에는 플래닛의 도브 위성 3개가 실려 있었다. 플래닛과 로켓랩은 이에 힘입어 이미 다수의 위성 발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렉트론의 경우 최대 탑재중량은 약 230kg에 불과한 대신 발사 비용은 50억원 안팎으로 기존 로켓 발사 비용의 수십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저가 로켓과 저가 소형 위성이 만나, 기존보다 훨씬 실용적인 우주산업을 창출해가고 있음을 뜻한다. 우주의 눈이 일상 속으로 들어올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플래닛 랩스는 이미지 가운데 일부를 일정 기간 무료로 공개한다. 이 회사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최신 위성 이미지들을 14일간 무료로 이용(https://www.planet.com/products/planet-imagery/)할 수 있다.

 

  

창업자 윌 마셜의 테드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IQkj4CF_ha4

참고자료
https://www.nasaspaceflight.com/2018/01/planet-labs-targets-search-engine-world/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17-06-29/the-tiny-satellites-ushering-in-the-new-space-revolution
에어버스와 플래닛 랩스, 위성자료 공유 협약 맺어
https://www.spatialsource.com.au/government-policy/airbus-announces-partnerships-with-planet-labs-thai-government

위성업체들의 세계 자료 공개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268-w

무료 위성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곳
https://www.geospatialworld.net/blogs/free-satellite-images-for-investigative-journalists/
위성 이미지 서비스 업체들
https://thefreenewsman.com/global-nano-microsatellite-market-share-analysis-2018-planet-labs-northrop-gruman-dynetics-raytheon-and-lockheed-martin/83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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