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인플루엔자 '만능 백신' 시대 온다 생명건강

flu1.jpg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의 머리와 기둥. 사이언스 매거진

 

숱한 변종 양산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9월에 들어섰는데도 여름이 쉬 가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요즘 들어 하늘을 보면 제법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아침저녁으론 선선한 기운이 돈다. 이제 곧  바람도 쌀쌀해질 것이다. 환절기 현상들은 통칭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준동하는 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령사들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해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20만명 이상이 입원하고 3만6천여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세 가지 유형(A, B, C)이 있다. 이 가운데 대유행을 일으키는 것은 주로 A형.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돌기인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가 변이를 통해 숱한 변종들을 만들어내면서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20세기 초반 지구 전역을 휩쓸며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스페인독감의 주범인 H1NI(H은 헤마글루티닌, N은 뉴라미니다제를 지칭)이 A형 바이러스의 변이 가운데 하나이다. 2009년엔 변종 H1N1(돼지 독감) 바이러스가 나타나 전세계에서 15만~57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fluenza_virus.jpg » 1만배로 확대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위키피디아

 

모든 변종에 통할 백신을 만들 순 없을까

 

인플루엔자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의 헤마글루티닌을 공격해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헤마글루티닌은 쉽게 변이를 일으킨다. 이는 각각의 변이에 맞는 백신을 따로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언제 출현할지도 모르는 변종을 사전에 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봄이 되면 그해 유행할 것같은 3~4종의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을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예측대로 되지 않기 일쑤이다. 과학자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바이러스 변종이 워낙 많은데다, 백신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변이가 계속되는 탓이다. 모든 인플루엔자에 통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을 만들 수는 없을까?
 

flu2.jpg » 머리를 제거하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헤마글루티닌. 사이언스 매거진

 

변이가 없는 헤마글루티닌 기둥을 공격하라


최근 해외 연구팀 2곳이 잇따라 이 숙원 해결의 희망을 갖게 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 연구진은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바니 그레이엄 박사팀과, 미국 제약업체 ‘얀센’의 안토니에타 임파글리아조 박사팀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각각 <네이처 메디신>과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두 연구팀 역시 지금의 백신과 마찬가지로 헤마글루티닌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단백질 분자는 2개의 주요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머리 부분이다. 변이가 심한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기둥이다. 이는 변이가 적어 대부분의 독감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변이가 적은 이 기둥을 공격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통하는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들 연구의 출발점이다. 사실 헤마글루티닌의 기둥을 공격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건 2000년대 초반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기둥이 머리 아래쪽에 가려져 있는데다, 머리를 제거하면 기둥 전체가 산산조각이 나 백신이 표적을 인식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바람에 그동안 백신 개발에 애를 먹었다. 이번 연구에서 두 연구진은 각각 다른 방법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1280px-Vaccination_US_Navy.jpg »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동물 실험 결과, 다른 변종에도 통했다

 

두 연구진이 백신 제조에 이용한 바이러스는 H1N1이었다. 연구진은 이 백신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H5N1에 감염된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H5N1은 H1N1의 먼 친척뻘인 바이러스이다. 종간 장벽 때문에 인체 감염률이 높지는 않지만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아 사람에게도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이다. 2004년 이래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가운데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H1으로 만든 백신이 H5에도 통했을까?
실험용 쥐에 투여한 결과는 만족할 만했다. 두 연구에서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쥐는 모두 죽었지만, 백신을 맞은 쥐는 모두 살아남았다. 흰족제비와 게먹이 원숭이에 대한 효능은 완벽하진 못했다. 전염병연구소팀이 백신을 투여한 흰족제비 6마리 중 바이러스 퇴치 효능을 보인 건 4마리였다. 얀센팀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6마리 중 5마리에서 효능을 보였다.
물론 이번에 개발한 백신을 두고 범용 백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또 다른 주요 변종 그룹인 H3, H7 계통 바이러스에 대해선 실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진의 다음 과제이다.
백신이 사람한테서도 제대로 효능을 발휘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연구진은 그걸 확인하는 데는 아마도 몇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레이엄 박사는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범용 백신을 향한 첫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유전적 차이를 고려할 때 사람한테서 오히려 더 뛰어난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낙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숨겨놓았던 급소를 공격하는 방법을 알아냈으니, 인플루엔자 만능 백신이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08/universal-flu-vaccine-horizon
http://singularityhub.com/2015/08/30/how-well-halt-the-next-viral-pandemic-before-it-starts/
http://www.scripps.edu/news/press/2015/20150824wilson.html
http://www.bbc.com/news/health-34038808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7745&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8-28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7738&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8-27
http://blog.naver.com/namuya11/40208465600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8/150824110556.htm
논문 보기
http://www.nature.com/articles/nm.3927.epdf?referrer_access_token=17UBPMI6T_a_rRBujJCKutRgN0jAjWel9jnR3ZoTv0Nrt5EIInZocSjVxQmYWpapv9To0HNdLagVu3Oaa6kW01R9RubeGGvQyE1OXXqY6D3rLR1_h2Q__kYByJRs2J0iU3JQnGEvTvLu_yrD0hIq6cRfl9KtG9eJ1X3rizxT7cDhpYFpGBbAlaGVKCNoF-C7ujX1ApREnVaeSCJZsDguzg%3D%3D&tracking_referrer=news.sciencemag.org
http://www.sciencemag.org/content/early/2015/08/24/science.aac7263.1.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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