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이슈] '다음 2만년'을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하는 이유 미래이슈

long0.jpg » 롱나우재단의 로고. 재단 이름 위에 쓰인 로마자는 1만이란 뜻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류문명 2만년을 지칭하는 '롱나우'

 

'지금 이 순간'이란 말은 얼마만한 시간 단위를 나타내는 표현일까? 1초, 1분, 1시간, 하루, 한달?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이/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이라 할 <지금 이 순간>은 이런 노랫말로 시작한다. 지킬 박사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선과 악을 분리해주는 약물을 제 몸에 주입하기 전에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에서의 '지금 이 순간'은 '오늘'이다.
그런데 장기적 사고 확산 운동을 펼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롱나우재단'의 시간 개념은 독특하다. 미국의 작가 스튜어트 브랜드(Stewart Brand)와 컴퓨터 과학자이자 기업가인 대니 힐리스(Danny Hillis) 등이 1996년 공동설립한 이 단체는 과거-현재-미래를 따로 떼서 보지 않고 하나의 시간 단위로 본다. 지금 이 순간은 말하는 순간 과거가 되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해 가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다. 세상을 좀더 길고 넓게 보자는 취지다. 그래서 이들에게 지금(now)은 어제-오늘-내일의 결합(3일)이며, 요즘(nowadays)은 지난 10년-지금 10년-다음 10년을 포괄(30년)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좀더 길게 보는 시간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들은 '롱나우'(long now)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냈다. 롱나우는 2만년의 시간을 포괄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년 전 홀로세(충적세) 이후부터 디지털 혁명기인 지금, 그리고 향후 1만년에 이르는 기간을 모두 담고 있는 용어다. 이 기나긴 기간을 단절이 아닌 연장선상에서 보려는 개념이다. 사실상 인류문명 전 기간을 하나의 시간 단위로 묶는 셈이다.

long.jpg » 롱나우재단의 시간 개념. 롱나우재단 제공

'더 빠르고 싼 것'에서 '더 느리고 나은 것'으로


왜 이런 관점을 고안해냈을까? 지속가능한 인류 문명을 위해선 장기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술 변화 속도는 `더 빠르고 더 싼 것'을 우선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효율성에 치우치다 보면 장기적 생존기반이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더 느리고, 더 나은 것'을 생각하는 장기적 사고를 확산시키는 수단이 바로 롱나우란 시간 개념이다. 이들은 롱나우라는 `다음 1만년' 프레임 맞춰 연도 표기도 다섯자리로 쓴다. 예컨대 2018년을 이들은 02018년이라고 적는다. 다섯자리 표기를 택한 데는  8천년 후에 현실화할 만년 버그를 염두엔 둔 측면도 있다.
롱나우란 용어는 창립멤버 가운데 하나인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가 생각해냈다. 영국 출신인 그는 미국으로 건너온 뒤 뉴욕 사람들이 말하는 "여기" 와 "지금"이 영국보다 아주 작고 짧다는 걸 느꼈다. 뉴욕인들에게 `여기'는 "이 방", 지금은 "5분"에 불과했다. 이노는 그래서 `지금'이라는 시간 범위를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이 용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멀리 내다보고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롱나우재단은 몇가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long-Clock_of_the_Long_Now.JPG » 런던 과학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1만년 시계 시제품. 위키미디어 코먼스

1만년 동안 멈추지 않는 롱나우시계

 

첫째는 1만년 동안 멈추지 않고 가는 롱나우 시계(Clock of the Long Now) 제작이다. 일명 `1만년 시계'라고도 불린다. 이 시계는 1년에 한 눈금, 100년에 한 번 둥 소리를 내고, 1000년에 한 번 뻐꾸기 알람 소리를 낸다. 특별히 고안된 기어 시스템으로 2만년에 단 하루 오차가 날 정도의 높은 정확도를 갖췄다고 한다. 재단 공동설립자이자 슈퍼컴퓨터의 병렬구조 개발자인 힐리스가 1989년에 고안한 이 시계는 현재 서부 텍사스의 한 산속에서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완성 후의 시계 높이는 무려 150m에 이른다고 한다. 재단은 네바다주 동부의 워싱턴마운틴에도 시계 부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1999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시제품은 런던과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등이 제작비 4200만달러(450억원)을 댔다. 낮과 밤의 온도차를 이용해 얻는 동력으로 돌아가는 완전 기계식 시계다.

 

long-disk.jpg » 세계 언어들을 담은 로제타 디스크 앞면. 롱나우재단 제공

 

사라질 위기의 언어를 보존하는 로제타 프로젝트

 

두번째는 세계 언어를 보존하는 로제타 프로젝트(Rosetta Project)다. 7천여개에 이르는 세계 언어 중 절반 이상이 다음 세기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언어들이 사라지기 전에 한 장의 디스크에 담아 후손에게 전해준다는 프로젝트다. 토착 원어민이 수천명이 채 안되는 언어들이 우선 대상이다. 소멸 가능성이 높은 언어의 샘플들을 손바닥 만한 지름 3인치(7.62cm) 크기의 니켈합금 디스크에 저장한다. 디스크의 첫 버전은 2008년 11월3일 완성됐는데 1500여개 언어로 쓰인 1만3천여 페이지의 정보를 담고 있다. 디스크 표면에 약 1000나노미터 깊이로 글자를 새겨넣었다. 각 페이지 크기는 0.5밀리미터(400마이크론미터)다. 머리카락 5개의 굵기에 해당한다. 글자를 읽으려면 650배의 현미경이 필요하다. 앞면에는 8개의 주요 언어로 `세계의 언어'라는 뜻의 글자가 쓰여 있다. 언어 수집 작업을 계속해 현재 2500개가 넘는 언어로 된 70,000여페이지의 문서를 수집한 상태다. 디스크에 담긴 문서는 성서의 <창세기> 첫 3장과 세계인권선언문 등이다. 한국어도 물론 포함돼 있다. 재단은 이 디스크가 완성되면 세계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에 나눠줄 예정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당시 발견한 로제타석에서 따왔다. 이 로제타석에는 상형문자와 데모틱어(Demotic, 고대 이집트어), 그리스어의 3종 언어로 된 비문이 적혀 있다.

 

long-Brian_Eno,_Danny_Hillis,_Stewart_Brand_by_Pete_Forsyth_12.jpg » 롱나우재단의 창립멤버들. 왼쪽부터 브라이언 이노, 대니 힐리스, 스튜어트 브랜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남의 주장을 먼저 말해야 하는 독특한 토론 방식

 

셋째는 2003년 11월부터 열고 있는 월례 세미나다. 환경자원 보존, 과학과 예술의 과거와 미래, 인간의 삶의 확장, 소행성 충돌 가능성, 외계생물체 존재 여부 등이 토론 주제다. 토론의 목적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가리는 게 아니라, 논점을 명확히 해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행동이 나온다는 판단에서다. 특이한 것은 토론 방식이다. 참가자는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전에, 앞서 말한 사람의 주장을 먼저 요약 설명해야 한다. A와 B라는 토론자가 있다고 치자. A가 먼저 자신의 주장을 말한다. 그 다음 B는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전에 A의 주장을 A가 수긍할 정도로 요약 설명한다. A가 자신의 말을 잘 설명했다고 동의해야만 B는 자신의 주장을 개진할 수 있다. B의 말이 끝나면 A도 B의 말을 요약 설명해야 한다. 상호이해를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종 보전을 위한 멸종 동식물 복원 프로그램인 유전자 구조 프로젝트도 있다. 현재 투구게, 검은발 흰족제비,여행 비둘기,초원멧닭,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long5.jpeg » 펀드 수익률 예측 내기에서 이긴 워런 버핏이 지난 2월16일 자신이 선택한 오마하의 한 자선단체에 상금 222만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롱나우재단 제공

 

돈을 걸고 예측을 하는 '롱베츠' 프로젝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래 예측에 돈을 거는 `롱베츠 프로젝트'다. 돈을 거는 이유는 책임있는 예측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반적인 내기 사이트들과 다른 점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또 내기에서 이긴 사람은 상금을 자신이 선택한 자선단체에 기부해야 한다. 수수료 50달러만 내면 누구나 예측 내용을 롱벳츠 웹사이트에 올려놓을 수 있다. 단 예측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누군가가 같은 돈을 걸고 반대 주장을 올려놓으면 내기가 성사된다. 최소 판돈은 200달러, 예측과 베팅의 최소 기간은 2년이다. 재단은 롱벳츠를 "사회적 관심 사항에 대해 기부금을 걸고 즐겁게 경쟁하는 공개적 예측 경기"라고 설명한다. 2003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750여건의 예측들이 올라와 있다.
흥미로운 것들이 제법 많다. 미래 연구와 기술 분야 유명인사들도 참여했다.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2030년까지 조종사 없는 항공기는 출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2000달러를 걸었다. 그의 내기 상대는 크레이그 문디(Craig Mundie) 마이크로소프트 CTO다. IT 전문매체 <와이어드> 편집장 출신인 케빈 켈리는 2060년 세계 인구가 2003년보다 적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걸었다.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2000년에 살아 있는 사람 중 최소한 한 사람은 2150년에도 살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밖에 2030년까지 중국은 달 소유권을 주장할 것, 2035년까지 체르노빌국립공원이 생길 것, 2025년까지 빅뱅이론을 대신할 새로운 우주론이 나올 것 등이 현재 진행중인 예측 대결이다.
가장 유명한 대결은 억만장자 주식투자가인 워렌 버핏과 투자업체 프로티지 파트너스(Protégé Partners)의 내기다. 롱벳츠 프로젝트의 362번째 예측인 이 대결의 내용은 2008년 1월부터 2017년12월31일까지 10년 동안 에스앤피(S&P)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헤지펀드의 펀드 수익률(수수료와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률 기준)를 앞서느냐 여부다.
버핏은 헤지펀드의 명목 수익률이 높다 하더라도 펀드 수수료에 헤지펀드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주자자들한테 돌아오는 몫은 인덱스펀드보다 못하다는 데 돈을 걸었다. 2007년 7월 성사된 이 내기에서 버핏은 뱅가드의 인덱스펀드에 투자했다. 프로티지는 5개 헤지펀드의 펀드를 골랐다. 투자 자금은 각각 32만달러. 10년 후인 지난해 말의 승자는 버핏이었다. 인덱스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프로티지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연평균 2.2%의 수익률을 올렸다. 버핏은 이런 결과를 일찌감치 예상한 듯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보고서에서 "월스트리트에서 막대한 돈이 높은 수수료를 받는 펀드들이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수익은 고객이 아닌 펀드의 몫"이라며 "투자자라면 저비용 인덱스 펀드를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증가해 220만 달러로 불었다. 이 돈은 약속대로 버핏이 선정한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음울하고 음산한 예측도 있다. 천문학자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역임한 프린스턴대 교수 마틴 리즈는 2020년까지 단일 사건으로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갈 생물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올려놨다. 대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가 지구를 파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Turing_test_diagram.png » 튜링 테스트 설명 그림. 판정관 C가 A와 B 중 누가 컴퓨터이고 사람인지 구별하지 못하면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늘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각성하자는 취지

 

 롱베츠 프로젝트 1호(http://longbets.org/1/)는 기술 특이점 주창자인 구글 이사 레이 커즈와일과 로터스 디벨로프먼트(Lotus Development) 설립자 미첼 케이포(Mitchell Kapor) 사이의 인공지능 예측 승부다. 2029년까지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을 두고 두 사람이 각각 1만달러씩을 걸었다.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 지능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고 있음을 인간 판정관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2029년의 튜링 테스트 통가는 원래 커즈와일이 특이점의 도래를 예측하면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다. 이에 케이포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롱베츠 사이트에 이를 부정하는 예측으로 도전장을 내밀자, 커즈와일이 이를 받아들여 베팅이 성사됐다.

롱나우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미래는 결국 오늘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라는 점이다. 롱나우의 다양한 프로젝트들은 미래를 현재의 연장선상에 놓음으로써 오늘날의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래 예측과 상상력을 토대로 더 나은 미래의 씨앗을 찾아내 키워나가려 하는 대안미래학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현재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롱나우와 미래 상상력을 강조하는 대안미래, 미래라는 동전의 양면이라 하겠다.

 

long6.jpg » 롱베츠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예측들. 757호까지 나와 있다.

 

논쟁과도 같은 롱베츠의 예측 대결들

 
롱베츠 웹사이트의 예측들은 일종의 논쟁 성격을 띠고 있다. 예컨대 케빈 켈리가 제시한`2060년 세계 인구는 지금보다 적을 것'이라는 예측(http://longbets.org/118/)을 보자.
그가 내세운 예측 근거는 이렇다. "대가족시대를 끝내고 핵가족 시대를 연 최대 동력은 통신기술과 교육이다. 이런 기술이 등장하면서 출산율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고착되고 있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정점에 대한 예측들은 세계화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지구의 인구는 공식 예측보다 빨리 정점에 이를 것이다. 대다수 부부가 3명 이상의 아이를 가질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세계 인구는 정점에 이른 뒤 급속히 감소할 것이다. 2060년에는 지금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며 이후에도 인구 감소는 이어질 것이다.)  이에 대해 저네지 믈라카(Jernej Mlakar)는 출산율이 크게 떨어질 수는 있지만 세계 인구 중위연령은 30살 안팎으로 젊고, 보건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들어 그의 예측은 빗나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이 건 돈은 400달러.
`2030년 민간여객기는 조종사없이 운항할 것'(http://longbets.org/4/)이라는 롱베츠의 네번째 예측은 요즘 핫이슈인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논란과 맥락이 비슷하다.
크레이그 문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는 이런 근거를 내세웠다. "내 논리는 이렇다. 첫째 우리는 현재 조종사 없이 이착륙과 비행을 할 수 있는 비행기를 갖고 있다. 조종사는 부적절한 상황이 발생할 때만 개입한다. 둘째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이미 비행기를 원격 조종한다. 셋째 무어의 법칙이 계속된다면 컴퓨터 성능은 향후 10년 동안 지금보다 4천배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런 논리에서 다음 단계는 컴퓨터가 점차 결정적인 인프라가 될 것이며 업계는 실패하지 않는 기계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할 것이다. 나는 5~10년후 사람을 달로 보낸 컴퓨터만큼 신뢰성을 갖춘 시스템 설계를 일상적으로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공교통 통제는 더 이상 레이더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과의 통신에 기반하지 않고 완전히 컴퓨터화할 것이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은 그러나 그의 예측은 항공 운항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동 이착륙 및 운항 기술이 있더라도 조종석에서 전과정을 관리감독하는 한 명 이상의 조종사 없이 여객기를 띄우는 항공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그는 엔진고장 같은 비상 사태를 다루는 훈련은 자동조종장치나 기계로 전환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종사없는 운항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 해도 항공당국(FAA)이 이를 채택하고 인증하기까지는 적어도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예측 대결의 판돈은 2000달러.
롱베츠 웹사이트 올라 있는 예측들 중엔 반박을 펼치는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아 예측 대결이 성사되지 않은 것들도 여럿 있다. 예컨대 2017년말까지 항의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의 드론과 경찰 드론간의 공중대결이 펼쳐질 것이 그런 사례다. 크리스 스퍼전(Chris E Spurgeon) 옥스퍼드 브룩스대 연구조정관이 2014년에 제시한 이 예측(http://longbets.org/667/)은 시한인 지난해 말까지 아무도 맞대응을 하지 않아 무위로 끝났다.
피크오일, 주문형 프린팅, 100큐비트 양자컴퓨터 등에 대한 예측은 2010년에 실패로 끝이 났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Vinton Cerf)는 2010년 전세계에서 팔리는 책의 절반은 디지털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론 권수 기준으로 8.5~10%(미국 기준)에 불과했다.
예측 기간이 너무 길어 결과를 알 수 없는 예측도 있다. 대니 힐리스 롱나우 공동창립자가 2002년에 제시한 "우주는 결국 팽창을 멈출 것이다"는 2천달러짜리 예측( http://longbets.org/7/)이 이에 해당한다. 네이선 미어볼드 인텔렉추얼벤처스 최고경영자가 반론을 펼쳤지만 누구도 승부를 알 수는 없다.

 

Mooncolony.jpg » 달 기지 상상도. 2035년까지 중국이 달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밖에 2030년까지 중국은 달 소유권을 주장하게 될 것(2012~2030, 켈리 앤더슨), 2035년까지 체르노빌국립공원이 생길 것(2009~2035. 스튜어트 브랜드 공동설립자), 2025년까지 새로운 천문관측과 이론이 나와 우주의 기원에 대한 빅뱅 이론의 설자리를 없앨 것(2008~2025, 로저 슬루이머스), 2150년까지 미국과 서유럽 학교의 절반 이상이 로봇 공격에 대비한 방어 수업을 진행할 것(2002~2150, 알렉스 루빈), 2018년까지 유로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의 법정통화가 되지 못할 것(2008~2018, 크리스토프 스탈) 등 흥미로운 예측들이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롱베츠는 2000년대 초반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퓨처맵(FutureMA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안한 선물거래시장인 정책분석시장(PAM=Policy Analysis Market)을 연상시킨다. 이는 온라인 예측시장 개발업체인 샌디에이고의 연구기관 넷익스체인지(Net Exchange)의 제안에 기반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집단지성을 이용하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왔다.
당시 정책분석시장의 대상은 중동의 미래였다. 중동 나라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치 상황을 가정해 선물계약 거래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어떤 이벤트에 대한 선물계약의 가치는 그 이벤트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거래에서 수익을 내려면 시장 참가자들은 각자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해 계약금액을 정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거래들이 이어지다 보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기반해 올바른 대응 방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게 다르파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2003년 7월28일 미 상원의원 바이런 도건과 론 와이든은 이 프로젝트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들을 근거로 팜이 쿠데타, 암살, 테러 같은 것들도 거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테러와 같은 잔혹한 행위에 베팅한다는 발상은 터무니없고 쓸데없으며 공격적이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언론들도  정치적 사건의 미래를 거래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붓자 국방부는 곧바로 이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지면기사

 
출처
롱나우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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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베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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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프로젝트들
워런 버핏의 펀드 수익률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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