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현생 인류 발상지는 남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 지구환경

사본 -그림2_남아프리카 강수와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_(IBS 제공).jpg » 남아프리카 강우량과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 20만 년 전부터 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의 이주에 대한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인해,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하여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⓶),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Kalahari Khoesan)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 등 국제연구진 발표
미토게놈 분석·기후 재구성 통해 밝혀
거대한 호수 지역에  7만년간 정착했다
기후변화로 13만년전 녹지 확장되면서
처음엔 동북쪽, 다음엔 남서쪽으로 이주

 

정말로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발견한 것일까?
현생 인류의 발상지는 20만년 전 남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지역이며, 이들은 13만년 전 기후 변화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시작했음을 규명하는 연구 논문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 부산대 석학교수)은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과 함께 유전자 분석과 고기후 재구성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28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해부학적으로 현생 인류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현생 인류의 진화가 시작됐는지는 불투명했다. 가장 오래된 유골은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반면, 가장 오래된 혈통은 남아프리카에 주로 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끊어져 있던 현생 인류 발상지와 이주 시기의  고리를 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사본 -그림1_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_(IBS 제공).jpg » 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남아프리카에 남아있는 L0 유전자 그룹 후손들은 인류 유전 역사 중 가장 오래된 부분을 갖고 있다. 많은 개인으로부터 획득한 미토콘드리아DNA 염기서열을 통해 연구진은 L0 그룹의 하위계통 발생 연대표를 재구성했다. 유전자 계통 지도로부터 유전적 발산 시간을 추정하면 과거 이주들의 연대표를 재구성할 수 있다.

연구진은 모계로만 전해지는 미토콘드리아 DNA(미토게놈) 분석을 통해 가장 오래된 혈통의 후손 198명을 남아프리카에서 새로 찾아낸 뒤, 기존 1019개 표본과 비교해 계통도를 다시 작성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10년간 나미비아와 남아공에 있는 코이산족 및 다른 종족들과 접촉했다. 그 결과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 혈통의 출현 시점을 기존 17만5천~15만년 전에서 20만년 전으로 앞당길 수 있었다. 연구진은 또 이 연대표를 오늘날 후손들의 거주지와 문화, 언어 분포와 연결시켜, 오래된 혈통 그룹의 기원을 칼라하리 지역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 이곳은 나미비아, 짐바브웨 국경까지 걸쳐 있는 보츠와나 북부(잠베지강 남쪽) 막카디카디 고습지다. 오늘날 이 지역은 사막과 소금의 땅이지만 한때는 빅토리아 호수의 두배나 되는 커다란 호수가 있던 곳이다. 영화 ‘부시맨’으로 잘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 산족(코이산족의 일부)의 삶의 터전이 이곳에 있다. 이들의 언어는 현대 언어에서는 사라진, 혀 차는 소리가 특징이다.


사본-바네사.jpg »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칼라하리에서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호주의 공동교신저자 바네사 헤이스 박사(가운데). 네이처 제공

연구진은 해양 퇴적물 등 고기후 자료와 컴퓨터 모델 분석을 통해, 약 20만년 전 이 호수는 지각 이동의 영향으로 점차 물이 빠지면서 광활한 습지로 변해갔음을 밝혀냈다. 이는 2만1천년마다 태양과 달의 인력 작용으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바뀌면서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습하고 건조한 상태가 주기적으로 반복해 나타난 데 따른 것이었다. 남반구 여름이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근일점)에 있을 땐 남아프리카 여름은 무척 덥고 비도 많이 온다. 반면 1만년 후 자구 자전축이 반대로 기울어져 태양에서 가장 먼 지점(원일점)일 때의 남부 아프리카 여름은 건조하고, 이에 따라 식생도 열악해진다.

연구진이 이 패턴을 컴퓨터로 재현해 보니, 13만년 전에 이르면 칼라하리 북동쪽 지역(탄자니아, 잠비아)이 녹지축이 이곳까지 확장됐다. 이어 11만년 전에는 남서쪽(나미비아, 남아공)으로 또 다른 녹지가 형성됐다. 각각의 시기에 이들이 머물고 있던 막카디카디 습지에 가뭄이 들자 인류는 새로운 녹지를 따라 처음엔 북동쪽으로, 그 다음엔 남서쪽으로 이주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현생 인류가 훗날 아프리카 바깥으로 이주하는 길을 닦았다. 헤이스 교수는 "아프리카 남단의 고고학적 증거물로 볼 때 북동쪽 이주자들과 달리 남서쪽 이주자들은 해양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번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본-코이산족.jpg » 사냥하는 코이산족. 외계행성 탐사선 보이저에 실은 골든레코드에 담긴 사진이다. 나무위키


이번 연구는 새로 찾아낸 유전학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류의 발상지를 특정했고, 기후 변화가 이주의 주요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규명했다. 논문 공동교신저자인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들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기초과학연구원 학자들이 고기후를 재구성해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연구로 현생 인류의 초기 진화사의 비밀이 모두 풀린 건 아니다. 연구진이 밝혀낸 것 외에 또 다른 `최초의 어머니'(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 연구는 다만 현재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모계 혈통(L0)의 뿌리를 찾아냈을 뿐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른 혈통의 이주 경로도 추적해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기후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계속해서 연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 이브' 어떻게 추적했나


 모계 조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유전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오는 DNA(미토게놈)를 연구한다.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과 호흡을 담당하는 세포 내부의 작은 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DNA는 오직 어머니 쪽에서만 유전되는 특징이 있다. 세대에 걸쳐 서서히 변화를 축적하며 조상 어머니들의 시간 캡슐처럼 작용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개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하면 그들의 혈통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다. 인류 전체는 미토게놈 기준으로 L, M, N 등 3개의 주요 그룹으로 나뉜다. 인류는 L 집단 내에서 L0과 L1-6로 최초로 갈라졌다. 그 중 하나인 L3는 M과 N집단으로 나뉘었고, M과 N은 20여 개의 하위그룹으로 분열됐다.
  연구진은 198개의 L0 표본을 추가로 찾아내 총 1,217명 미토게놈의 차이를 분석했다. 인류 유전 역사에서 가장 깊이 뿌리 내린 L0 하위그룹의 진화적 관계를 전례 없는 정확성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각 세대에서 얼마나 많은 돌연변이가 일어나는지 알면, 두 개인이 가진 미토게놈의 유전적 차이를 분석해 공통의 조상을 공유했던 시대를 추정할 수 있다. L0 하위 계통의 출현 연대표를 정확하게 재구성하려면 더 많은 미토게놈 표본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현재 살아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혈통의 출현 시점을 기존 연구보다 더 앞당겨 약 20만 전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유전자 데이터는 이주가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오래된 유전자 가지에서 나온 하위 계통들은 지리적으로도 분리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주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연구진은 L0 하위 계통 연대표를 오늘날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지리적 장소와 연결시켰다. 그 결과 L0 그룹의 기원을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


출처
https://theconversation.com/humanitys-birthplace-why-everyone-alive-today-can-call-northern-botswana-home-125814?
https://www.livescience.com/mitochondrial-eve-first-human-homeland.html?utm_source=notification
https://phys.org/news/2019-10-homeland-modern-humans.html?utm_source=nwletter&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nwletter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id=310199&Page=&Board=news&rtpath=dmail


https://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19/10/controversial-study-pinpoints-humanitys-homeland/600826/

논문 보기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714-1?utm_source=commission_junction&utm_medium=affiliate

연구 윤리 요구하는 산족(부시맨) 이야기
https://blog.naver.com/sinatmul49/220971663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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