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베스트셀러 책 표지의 비밀 사회경제

grid_2012.jpg » 2012년 미국 베스트셀러 책 표지들. 제임스 데이븐포트의 블로그 `ifweassume.com'서 인용.

 

 한 젊은 과학도의 엉뚱한 호기심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아니, 베스트셀러 책의 표지들엔 어떤 특징이나 트렌드가 있을까?”
 과학소설 마니아인 미 워싱턴대의 한 천문학 박사학위 지원생(PhD candidate)이 다소 엉뚱하게 보이는 이런 호기심을 풀기 위해 유별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과거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의 표지를 모아 요모조모 뜯어본 것입니다.  평소 데이터과학과 데이터 비주얼화에 관심이 많았던 제임스 데이븐포트(James R.A.. Davenport)라는 이름의 이 젊은 과학도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전국종합일간지 <USA투데이>에 매주 발표된 ‘베스트셀러 톱 10’의 책 표지들을 모아 분석을 했습니다.
 매주 10권씩 12년간 목록에 오른 책은 모두 약 6000종. 이 가운데 중복해서 오른 것을 빼면 순수 베스트셀러 책은 1300여종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 책들을 한 해 단위로 1월 첫주 톱10을 맨오른쪽으로 해서 12월 마지막주까지 48개의 줄로 나란히 세웠습니다. 각 줄의 맨꼭대기에는 1위 책 표지를 놓고 순위에 따라 차례차례 아래로 배열했습니다. 
 

grid_allyears1.jpg »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미국 베스트셀러 책 표지들. 맨위에 있는 블록이 2000년이고 아래 쪽으로 1년씩 더해진다. 각 연도 블록의 세로줄은 각 주의 1~10위 순서로 배열했으며, 가로줄은 1월 첫주(맨왼쪽)부터 주 단위로 배열한 것이다.

 

베스트셀러 책 표지의 주류는 밝은 색상

 

6000권의 책 표지를 한데 모아놓고 살펴본 결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붐이 절정을 맞던 시기의 베스트셀러 책 표지들은 흰색 계열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2010년대에 들어선 흰색 표지가 크게 줄었지만,   지금도 역시 베스트셀러 책 표지의 주류는 밝은 색상입니다. 또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할 때는 단숨에, 순위에서 사라질 때는 천천히 진행되는 흐름도 보입니다.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책은 1주 또는 2주 동안 톱10을 지켰다는군요. 상식적인 얘기지만 상위에 오른 책일수록 더 오랜 기간 ‘톱10’을 유지하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ave_cover.jpg » 12년간의 책 표지를 겹쳐 놓은 이미지.


표지 상단엔 작은 흰색 글자, 중앙에는 밝은색 이미지

 

 그렇다면 평균적인 베스트셀러 책 표지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 과학도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표지들의 이미지를 겹쳐놓은 뒤 명암을 보정해 평균적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표지 이미지에 대해, 고대의 양피지 조각을 보는 듯했다고 말합니다. 책 표지 오른쪽이 시커먼 것은 책 표지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베스트셀러 책 표지들의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표지 상단엔 작은 크기의 흰색 글자들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표지 중앙에는 밝은 색 계열의 이미지가 배치돼 있다는 것입니다.
 

55.jpg » 왼쪽이 우주의 색으로 일컬어지는 `코스믹 라떼'(RGB 색상값 255, 248, 231), 오른쪽은 이번에 찾아낸 `베스트셀러 브라운'(RGB 색상값 127,112,101).

 

우주색은 라떼, 베스트셀러색은 브라운

 

 이 과학도는 마지막 단계로 베스트셀러 책 표지의 평균 색상을 뽑아보는 데 도전했습니다. 그는 2002년 미 존스홉킨스대의 천문학팀이 ‘우주의 색’을 정하는 데 사용한 방식을 본땄습니다. 당시 연구팀은 20만개가 넘는 은하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이 별들이 내는 빛의 색을 더해 우주의 평균 색상을 도출해냈는데, 그 색상에  ‘코스믹 라떼’(Cosmic Latt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당시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워싱턴 포스트>에 발표하면서 이 색상의 이름을 공모했는데, 응모자 중 한 사람이 커피하우스에서 라떼를 마시며 이 기사를 읽다가 우윳빛 라떼와 비슷한 색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 색상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우주의 색으로 일컬어지는 ‘코스믹 라떼’의 색상은 연한 베이지색입니다. 이 과학도가 같은 방식으로 도출해낸 ‘베스트셀러의 색’은 짙은 갈색입니다. 그는 이 색을 ‘베스트셀러 브라운’(Bestseller Brown)이라 명명했습니다. RGB(red-green-blue) 색상값은 [127, 112, 101]입니다.
 이 과학도의 베스트셀러 책 표지 분석 결과가 미래의 베스트셀러를 기획하거나 점치는  데 어떤 표지자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의 분석은 단지 지난 10여년, 그것도 미국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사례를 모아 분석해본 것에 불과해 보편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분석 방식이 유용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대상에서 특별한 경향성을 찾아내려는 노력만큼은 높이 살 만합니다. 이는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특성입니다. 그의 재미난 발상에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가 고른 색상이 진짜 ‘베스트셀러 색’ 대접을 받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군가 한국의 베스트셀러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 그의 분석 결과와 비교해본다면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스믹 라떼와 베스트셀러 브라운의 정확한 색상을 직접 확인하시려면 아래의 주소를 클릭한 뒤 위의 RGB 색상값을 입력하십시오.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query=rgb+%EC%83%89%EC%83%81%ED%91%9C&sm=top_sug.pre&fbm=0&acr=1&acq=RGB&qdt=0&ie=utf8

출처
http://www.ifweassume.com/2012/10/book-covers.html
코스믹 라떼 발견 논문
https://digitalcollections.anu.edu.au/bitstream/1885/40029/3/baldry_cosspec.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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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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