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무인 자동차가 바꿀 미래 생활 자동차교통

 Zwtp0De3g88KNkScyidH.jpg »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만든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자동차. 구글 제공.

 

기술보다 책임, 법규 문제가 관건

2020년 8천대서 2035년 9500만대로

 

운전자 조작 없이 제 스스로 알아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또는 무인자동차, autonomous vehicles, self-driving cars)는 언제쯤 실제로 구현될까. 그 이후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뀔까. 

지난 8월27일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자율주행자동차를 2020년에 내놓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닛산에 앞서 올해 초 도요타와 아우디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CES)에서 시제품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출시 시기를 못박은 것은 닛산이 처음이다.

 3년 전부터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개조한 무인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글은 이보다 앞선 오는 2016년쯤 실제 도로에 적용 가능한 무인자동차 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 매니저인 앤서니 레반도우스키는 올해 자동차엔지니어협회(SAE) 컨퍼런스에서 “향후 3~5년 내 무인자동차를 실제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구글은 지난해 여름 구글 무인자동차가 30만마일(46만킬로미터) 무사고 주행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 등의 앞선 행보에 자극받은 미국의 지엠과 포드, 독일의 폭스바겐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각기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개발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구글 자동주행자동차 시험주행 동영상(2012.3.)

청정기술(클린 테크놀로지)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는 최근 2013년 3분기 보고서를 통해 무인자동차 시장에 대한 첫 종합청사진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완전 자동주행 기능을 갖춘 자동차가 정식으로 시판되려면 2020년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대신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가 예측한 2020년 첫 해의 예상 성적표는 8000대. 이후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세계 3대 시장(북미, 서유럽, 아시아태평양)을 기준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2020부터 2035년까지 85%에 이를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 전망이다. 2035년 예상 판매량은 9540만대. 보고서는 “이는 그 해 경량급 차량(LDV=light-duty vehicle, 승용차와 5톤 이하 트럭) 판매량의 75%에 해당하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42.jpg » 2015~2035년 지역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전망. 가로축은 연도, 세로축은 판매대수(단위:백만대). 막대의 색은 위쪽부터 북미,서유럽,동유럽,아시아태평양,남미,중동아프리카 순.  

 

자율주행차량 깜짝 등장은 없다

특정 기능부터 점차 도입될 것

 

내비건트 리서치가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발점을 다소 늦춰 잡는 것은 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동차라는 제품의 특성 탓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차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매우 철저하고 신중하게 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따라서 무인자동차가 시판되려면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안전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년 1천만건의 자동차사고가 발생한다. 피해액은 1600억달러에 이른다. 주행거리 1억마일당 대략 1명의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한 해 3만3천여명이 교통사고로 숨진다. 34살 이하 미국 성인의 최대 사망원인이 자동차 사고다.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려면 적어도 무사고 1억마일 주행시험 기록치는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무사고 주행기록은 50만마일 정도에 불과하다. 갈 길이 멀다.

무인자동차가 현실화할 경우 사고 발생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사고시 책임이 제조업체에 주어지는 상황이라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무인자동차를 굳이 앞장서서 시장에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도 실제 무인자동차의 도로 투입시기에 대해 조심스런 편이다. 자동차사고의 책임과 보상을 둘러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탓에 실제 고속도로에서 씽씽 달리는 모습을 보려면 15~2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견해도 있다.
l100288-clean1-e1377285642788.jpg » 구글 무인자동차에 탑승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구글 리더들. 왼쪽부터 에릭 슈미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구글 제공.

교통법규도 주요 장벽 중 하나다. 현재 모든 나라들의 교통법규는 차량이 항상 운전자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구글의 무인자동차 등 일부 시험용 차량이 개발된 이후 미국의 네바다, 플로리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일정한 통제 아래 공공도로에서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율주행 기능 테스트용 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내비건트 리서치의 데이비드 알렉산더 선임연구원은 “완전 자동주행차량은 시장에 갑자기 등장할 것 같지는 않다”며 “대신, 운전의 특정 부분들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점차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그 선두주자로 자동주차, 교통체증 안내, 고속도로 자율주행 등의 기능을 꼽았다. 이런 기능은 설정된 상황이 명확하기 때문에 현재 자동차에 탑재돼 있는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만으로도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4년 준자율주행차 시대 개막

메르세데스 'S-클래스' 모델 주목

 

보고서는 우선 속도 제어, 자동 응급브레이크, 차선이탈 경보 등의 첨단 운전보조장치를 단 자동차 모델이 2014년 등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완전 자동주행자동차가 선보이기 이전에 이른바 준자율주행자동차가 먼저 테이프를 끊는 것이다.
지금도 서라운드뷰모니터(SVM), 주차 보조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LDWS) 장치 등을 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이미 많은 차량에 장착돼 있다. 예컨대 아우디, 베엠베, 캐딜락, 렉서스, 메르세데스 같은 고급차 브랜드의 B세그먼트(배기량 2501mm이상 3850mm이하)급 차종에서는 다양한 첨단 보조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차량 대 차량(V2V), 차량 대 인프라(V2X)간 통신 같은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은 자동주행 기술을 또 한차원 격상시켜 줄 것이다. 이 장치들은 운전자에 유용하고 도로교통 통제시스템에 기여하는 정보들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V2V는 향후 무인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때 차량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2014년형 메르세데스 S-클래스 모델 시승 동영상

 무인자동차에 쓰일 수 있는 이런 기술 대부분이 1세대를 거쳐 현재 2~3세대 버전으로 속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중 실제 생산에 들어간 첫번째 중 하나가 교통혼잡 장치다. 이 장치는 올 3분기에 생산을 시작하는 2014년형 메르세데스 S클래스 모델에 장착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혼잡 상황에서만 작동하는데,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속도와 차선을 조절하는 동안 운전자는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 시스템은 2013년에 발표된 이런 유형의 여러 장치 중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차 사고 원인이 사라진다

자동차 소유 필요성도 사라진다

자동차도 이젠 모바일기기다

 

무인자동차 시스템이 실제로 가동되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자동차 사고 감소다. 이는 사실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최대 목표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각종 센서들이 미리미리 알아서 자동차 충돌을 방지해 주니, 돌발상황이 아닌 한 충돌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2010년 독일의 경우 자동차사고의 80% 이상이 운전자 잘못이었다는 통계를 고려할 때 사고 원인의 대부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자동주행자동차가 스마트파킹 시스템과 연동돼 운행될 경우, 출퇴근 시간도 상당히 단축될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차장소를 찾느라 헤매는 차들이 도로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이다. 스마트 파킹 시스템과 결합되면 적시적소에 주차가 가능해져 도로 교통량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주행과 주차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출퇴근하는 일도 훨씬 간편해지고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현재 미국인 운전자의 경우 하루 평균 48분을 운전에 쏟아붓는다고 한다. 무인자동차는 이 시간을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주행중 잠시 선잠을 자거나 간단한 요기를 할 수도 있고, 친구로부터 온 메시지를 읽어보거나 업무를 볼 수도 있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는 자동차시장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엔 차량을 차량 자체의 성능을 기준으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교통 네트워크와 얼마나 잘 연결되는지가 구입 기준이 될 수 있다. 자동차가 통신기기인 스마트폰 시장처럼 되는 것이다.

구글이 현재 무인자동차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손을 잡으려는 업체들이 콘티넨탈 AG, 마그나 인터내셔널  등 완성차가 아닌 부품업체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8월22일 독일 언론은 이들 부품업체 중 어느 하나와 계약이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글의 행보는 미래의 자동차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같은 하드웨어산업의 최신판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기기에서는 하드웨어는 저렴한 부품들을 잘 배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구글이 구현하려는 `로보 택시'의 모습

 

이런 점에서 구글이 구현하려는 '로보택시' 시스템은 미래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로보택시는 무인자동차로 승객과 통근자를 원하는 장소에서 원할 때 픽업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실제로 구축되면  사람들은 차량을 굳이 소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카 셰어링 개념을 적용할 경우 로보택시 한 대가 10명의 차량 소유자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를 자동차시장에 대입하면 무인자동차가 자동차 시장을 되레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 국제 회계자문그룹 KPMG가 작성한 무인자동차 전망 보고서에는 이런 가상의 상황이 나온다.

"현재 오후 6시25분이다. 당신은 방금 회의를 끝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여러 개 남아 있다. 나머지 일은 집에서 마무리짓기로 하고 퇴근 준비를 한다.

집까지 가는 시간은 25분. 예전엔 러시아워로 90분이나 걸리곤 했다. 하지만 이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휴대전화에서 앱(app)을 열고 사무실에 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답신이 오고 몇분 후 차 한대가 온다. “집으로”라는 당신의 말에 차는 무인자동차 차선으로 미끄러져 나가면서 도로 상태를 점검하고 24분 내에 집에 도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시간에 당신은 보고서를 검토하고 이메일로 답을 하며 내일 아침 당신을 데리러 올 시간을 입력한다. 당신이 차에서 내리면 그 차는 다음 데려다 줄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future-car-technology-2030s.jpg » 무인자동차 시대의 자동차는 지금의 스마트폰같은 모바일통신기기가 될 것이다. futuretimeline 제공  

 

완성차 제조업체엔 독이 될 수도

1대당 15만달러, 얼마나 줄어들까

교통 생태계 패러다임 변화 주목 

 

자동차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라면 지금의 자동차 완성차업체들은 무인자동차의 등장을 위기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정서를 반영하듯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출신의 언론인 제시카 레신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구글 프로젝트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은 진정한 자동주행자동차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신 기자는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너인 다임러AG의 디터 제체 회장은 이번 여름에 열린 한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다임러는 교통체증처럼 운전을 지루하게 하는 요소들은 자동화하고 싶어하지만, 운전을 재미나게 하는 부분들은 ‘절대로’로 자동화하지 않을 것이다.”

자동주행 자동차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됐다 하더라도 실제 시장에서 먹혀들기 위해서는 가격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현재 구글이 개발한 무인자동차는 1대당 제작비용이 15만달러(약 1억6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전기차업체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는 이 점을 들어 "구글 무인자동차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라며 구글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시니컬한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구글 역시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쉽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 시이오인 래리 페이지는 무인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문샷(MOONSHOT, 달 탐사선 발사)이라 불리는 고위험 프로젝트 ‘구글X’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그만큼 무인자동차가 갈 길은 멀다. 무인자동차가 시판되더라도 일반 자동차와 혼재되는 상황에서 교통 시스템을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 등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무인자동차 구현 시기와 상관없이 자동차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장기적으로 운전자의 역할은 앞으로 비행기의 조종사처럼 진화해갈 것이다. 즉 운전자는 여행중 고려해야 할 변수들을 세팅한 뒤 여행의 시작과 끝을 관리하는 책임만 지고, 주행은 자동시스템에 맡기는 것이다. 물론 주의를 기울이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지만.

무인자동차는 단순히 자동차 주행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운전으로부터의 해방은 인간의 생활에 더욱 큰 자유와 안전을 선사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닛산이나 구글의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굳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그렇게 위험한 운전을 어떻게 직접 했을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를 일이다. 무인자동차가 몰고올 교통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용어와 관련해

-현재 개발중인 자동차의 특성을 정확힌 표현하는 용어는 무인자동차가 아닌 자율주행자동차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운전자 조작 없이도 달리는 차라는 뜻에서 무인자동차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글에서도 사람의 개입 여부가 핵심 차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뜻에서 무인자동차라고 표현했다.  

 

내비건트 리서치 보고서

http://www.navigantresearch.com/wp-assets/uploads/2013/08/ASDV-13-Executive-Summary.pdf

KPMG 무인자동차 보고서 

https://assets.kpmg.com/content/dam/kpmg/pdf/2015/07/self-driving-cars-talkbook.pdf

https://www.kpmg.com/US/en/IssuesAndInsights/ArticlesPublications/Documents/self-driving-cars-next-revolution.pdf

제시카 레신 기자 블로그

http://jessicalessin.com/

 http://jessicalessin.com/2013/08/23/exclusive-google-designing-its-own-self-driving-car-considers-robo-tax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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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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