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자연계의 진화게임은 가위바위보 놀이 생명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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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공격, 협동, 속이기

가위 바위 보처럼 물리고 물려

 

맨손으로 하는 가위바위보(rock-paper-scissors)는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권다툼을 해결하는 고전적 방법이다. 바위는 가위를 망가뜨릴 수 있고, 가위는 보자기를 자를 수 있으며, 보자기는 바위를 덮을 수 있다. 그런데 자연도 나름의 버전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수학자와 생물학자들은 가위바위보를 이용하여 인간사회에서부터 배양접시 위의 세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해 왔다. 과학자들이 최근 가위바위보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에 의하면, “게임 참가자들이 중간에 전략을 수정할 경우, 세 가지 무기(가위, 바위, 보자기)의 사용빈도가 변화하여 안정된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생물체들이 생존경쟁 과정에서 경쟁전략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에 적용할 경우, 가위바위보는 `두 어린이 간의 게임`에서 `복잡한 다자간 게임`으로 바뀐다. 예컨대 어떤 도마뱀은 배우자를 얻기 위해 3가지 경쟁전략(공격, 협동, 속이기)을 구사하는데, 각각의 전략은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다. 도마뱀이 자손을 퍼뜨리려면 이 게임에서 승리해야 한다.
 

 

가위바위보의 생물학적 버전에서, 대규모 집단에서 무작위로 만난 두 마리는 지속적으로 게임을 벌이는데, 이 게임에서 각각의 개체들은 계속 동일한 전략을 유지한다. 다시 말해서, 각각의 개체들은 어떤 상대를 만나든 무조건 가위 또는 바위 또는 보 중 하나만을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게임이 끝날 때마다 승자는 새로운 복사본(자신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자손)을 추가하고 패자는 사라지게 된다. 잘 연구된 방정식에 따르면, 가위와 바위의 상대적 빈도(가위나 바위나 보를 내는 개체가 전체 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 )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고 한다. 그리고 최초의 비율(전체 집단에서 가위나 바위나 보를 내는 개체의 비율)이 무엇이었는가에 따라 구성원들의 장기적인 행동패턴이 달라져, 안정상태(3가지 무기가 1/3씩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는 상태)에 도달하거나 극심한 변동상태(한 가지 무기가 거의 사라졌다가 다른 무기를 누르고 재등장할 정도로 부침이 심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코넬대 수학자인 스티븐 스트로가츠와 다니엘 타우포 듀오는 가위바위보 게임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만약 개체들이 중간에 전략을 바꿀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연구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기본으로 돌아가, 복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대신 순수한 방정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에 관한 방정식을 변형하여, 돌연변이 자손이 가끔씩 태어나 부모와 다른 전략을 구사하도록 만들었다. 선행연구에서도 돌연변이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선행연구자들은 변화가 대칭적(한 종류의 개체가 다른 종류의 개체를 낳는 비율이 일정하다)이라고 가정했다. 반면 두 사람은 다양한 패턴(예: 바위를 내는 개체는 보자기를 내는 개체를 낳을 수 있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의 돌연변이를 도입했다.
 연구 결과 놀랍게도, 어떠한 형태의 돌연변이를 도입하더라도 모든 결과는 주기적 패턴으로 귀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가위/바위/보를 내는 개체의 비율은 영원히 부드럽게 등락을 거듭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돌연변이율이 0에 근접하더라도, 게임의 양상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이번 달 <Physical Review>에 기고했다. “약간의 돌연변이가 도입되기만 해도, 전체 집단에서 `가위바위보가 똑같이 1/3씩 나오는 상태`나 `가위바위보가 심하게 요동치는 상태`가 나오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매력적인 이유는, 자연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게임을 잘 설명했기 때문이다. 굳이 수학자가 아니더라도, 이번 연구의 의미를 잘 납득할 수 있다”고 UC 산타크루즈의 배리 시너보 교수(생태학)는 논평했다. 시너보 교수는 캘리포니아에 서식하는 옆구리얼룩도마뱀이 이와 비슷한 게임패턴을 보이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바 있다. 그는 6년간의 현장연구에서 “공격/협동/속이기 전략을 구사하는 도마뱀의 비율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돌연변이 도마뱀이 태어날 때마다 지배적인 전략이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의 연구결과를 설명하는 수학모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가 더욱 흥미로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시너보 교수는 말했다.
 “우리는 수학적 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이번 연구에 모든 형태의 돌연변이를 도입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연구결과가 모든 경우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스트로가츠는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이번 연구에 좀 더 다양한 종류의 돌연변이가 추가되었다면, 다양한 전략들이 밀물처럼 등장했다가 썰물처럼 사라지는 자연계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6549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6-02에 실린 글입니다.
    
※ 원문정보: Danielle F. P. Toupo and Steven H. Strogatz, “Nonlinear dynamics of the rock-paper-scissors game with mutations”, Phys. Rev. E 91, 052907 ? Published 11 May 2015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05/rock-paper-scissors-may-explain-evolutionary-games-nature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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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