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헤엄치고 굴착하고…놀라운 '종이접기 로봇' 로봇AI

origami-robot-1-1432840227571.jpg » MIT 연구진이 개발한 '종이접기 로봇'. http://spectrum.ieee.org/

 

스스로 접고, 걷고, 헤엄치고, 마지막엔 녹아 없어지고

 

최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국제로봇자동화학회(ICRA) 2015’에서 단연 주목을 끈 로봇이 있다. 미 MIT 연구진과 독일 뮌헨공대 연구진이 공동 제작해 공개한 작은 종이접기 로봇(Untethered origami Robot)이다. 가로, 세로가 각각  1.7cm의 정사각형 모양인 이 로봇이 시선을 끈 이유는 로봇의 구조와 작동방식이 이 로봇을 들여다본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학회에서 시연한 동영상에 드러난 로봇의 변신과 작동 장면은 마치 한 생명체의 탄생에서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는 듯하다. 첫 장면은 로봇의 탄생 모습이다. 네모난 모양의 편평하고 얇은 판이 스스로 종이접기를 하듯, 몸체를 접어 움직일 준비를 마친다. 이어 로봇은 다양한 형태의 주어진 미션을 수행한다. 두 개의 기둥 사이를 부딪치지 않고 S자로 이동하는 묘기를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사람의 팔 위를 걷고, 작은 블록을 특정한 공간에 밀어넣는가 하면, 큰 덩어리 물체 속을 굴착해 들어가는 장면 등이 잇따르며 눈길을 잡아끈다. 로봇이 움직이는 속도는 초당 3~4센티미터.

  

편평한 기판에 자석과 pvc를 집어넣은 구조

 

또 보트처럼 물 위에 떠서 헤엄치듯 돌아다니기도 하고, 자신의 무게(0.3그램)의 두 배에 이르는 짐(0.6그램)을 싣고 운반도 한다. 경사로도 거뜬히 오른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할 일을 다 마친 듯, 로봇은 아세톤 용액 속에서 스스로 몸을 분해시키며 최후를 맞는다. 종이접기 로봇이 보여준 능력들은 재밌는 구경거리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단순 이동에서 굴착, 수영, 운반까지 단순한 구조의 작은 로봇이 수행하는 동작으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능력을 보여준다.

이 종이접기 로봇은 폴리스티렌(요구르트병 등 각종 용기에 쓰이는 열가소성 수지)이나 종이로 된 편평한 기판 사이사이를 레이저로 자르고, 그 자리에 샌드위치처럼 자석과 PVC를 집어넣어 만든 것이다. 간단히 말해, 자석을 품은 수지판 또는 종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origami-robot-4-1432841905142.png » 종이접기 로봇의 구조와 작동방식. a=로봇의 구조, b=로봇의 접히는 부분, c=이동 방식, d=물 위를 헤엄치는 방식. http://spectrum.ieee.org/

 

의료용 나노로봇을 향한 개발 장정의 서막?

 

작동 방식은 이렇다. 로봇 판이 열을 받으면 PVC가 수축한다. 그러면 기판이 단절된 자리, 즉 PVC가 깔린 부위가  접힌다. 그리고 표면 아래 쪽에 부착된 네 개의 전자기 코일이 다리 역할을 한다. 이 코일들이 자기장에 따라 각각 ‘꺼짐’과 ‘켜짐’ 상태를 되풀이하면서 정해진 방향으로 로봇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희토류인 네오디뮴 성분의 영구 자석이 표면 윗쪽 일부에 뿌려져 있는데, 이것이 코일에 자기장을 만들어준다. 자석은 로봇이 아세톤 용액 속에서 최후를 맞을 때도 분해되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 특이한 작동 방식의 로봇은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우선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 대신 미세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연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미세한 균열을 막거나 수리작업을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각종 위험물질로 오염된 지역이나 극한의 환경에 노출된 지역 같은 곳에서의 활동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나노 크기로까지 소형화할 수만 있다면 몸 속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임무를 수행한 뒤 분해돼 사라지는 의료용 나노로봇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시연처럼 아세톤 용액이 아닌, 물에서도 녹는 물질로 로봇의 기판을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연구진은 가까운 미래에 이것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러분이 종이접기 개발자라면 어떤 쓰임새로 개발하고 싶은가? 몇가지 쓰임새가 머리에 떠오르는가? 요즘 잘 나가는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미래에 가능할 법한 드론의 용도를 무려 192가지나 꼽아보는 상상력을 발휘한 바 있다(물론 개인 차원이 아니라 연구소 차원의 작업이었겠지만). 상상력은 혁신의  주요한 원천이다. 어쩌면 지식력보다 중요한….
 

출처
http://spectrum.ieee.org/automaton/robotics/robotics-hardware/origami-robot-folds-itself-up-does-cool-stuff-dissolves-into-nothing
http://phys.org/news/2015-05-self-folding-robot-climbs-dissolves.html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