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평창 동계올림픽이 겪게 될 '7가지 증후군' 사회경제

Sochi_residents_celebrate_IOC's_decision_to_hold_2014_Winter_Olympics_in_Sochi (2).jpg » 2014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에 환호하는 소치 시민들. 위키미디어코먼스( http://commons.wikimedia.org).

 

1960년 이후 올림픽, 예산 평균 179% 초과지출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 같은 초대형 이벤트들은 전세계로부터 손님을 끌어들이고, 전세계에 주최국과 주최도시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서 대개 주최국 정부는 이런 행사를 도시나 국가 발전의 큰 계기가 될 것처럼 홍보한다. 예컨대 각종 개발 사업으로 도시 발전이 앞당겨지고 도시나 국가 이미지 개선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득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행사를 치르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최소한 100억달러의 돈과 수십만평의 땅, 수십만명의 방문객과 수만명의 선수 및 운영요원, 보도진을 수용할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주최 도시나 국가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규모다. 환호와 영광은 잠깐에 그치고, 자칫 적자 수렁과 사회 갈등의 늪에 빠져버릴 수 있다.
최근 <미국계획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에 발표된 스위스 취리히대의 마르틴 뮬러(Martin Müller) 교수(지리학) 논문에 따르면, 1960년 이후 치러진 올림픽은 예외없이 예산을 크게 초과한 비용이 들어갔다. 초과율은 평균 179%였다. 월드컵 축구의 경우에도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주최도시들은 모조리 적자를 봤다.

Interior_of_OAKA_Olympic_Indoor_Hall,_Athens.jpg » 2004 아테네올림픽 실내경기장. 이 올림픽은 그리스 경제 붕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됐다. 위키미디어코먼스.

 

IOC는 왜 분산 개최 카드를 들고 나왔나

 

특히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들어간 비용은 그리스 GDP의 3.4%나 됐다. 그리스는 이 대회를  치르면서 수십억 유로(수조원)의 적자를 봤다. 이는 그리스 경제 붕괴를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에 지어진 스포츠시설들은 지금 방치된 채 흉물 신세가 됐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위해 새로운 철도를 놓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해졌다.
지난해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런 현실을 방치했다가는 자칫 올림픽 자체가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어젠다 2020’을 내놓았다.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를 위해 분산개최를 허용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2020년 올림픽을 치르는 도쿄는 오사카와의 분산개최 계획안을 새로이 만들었다. 덕분에 10억달러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도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선수촌 규모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어젠다 발표를 계기로 분산개최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강원도는 분산개최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도 괜찮을까? 뮬러 교수에 따르면 기존 방식의 올림픽, 월드컵 개최는 7가지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그는 이를 ‘메가이벤트 증후군’(mega-event syndrome)이라 명명했다. 그가 '증후군'이란 단어를 쓴 것은 반드시 치유해야 할 '질병'이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worldcup.jpg » 역대 월드컵 개최국.http://commons.wikimedia.org

 

개최지들이 겪는 후유증 '메가 이벤트 신드롬'

 

뮬러 교수는 초대형 이벤트를 개최했거나 개최할 11개 국가의 공무원, 설계자, 정치인, 컨설턴트 51명과의 인터뷰, 각 대회 공식 문서와 언론 보도, 주최도시 현장 방문을 통해, ‘메가이벤트 증후군’이 거의 예외없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중국(베이징), 캐나다(캘거리, 밴쿠버), 독일(베를린, 뮌헨), 이탈리아(토리노), 러시아(카잔, 모스크바, 소치), 스페인(세비야), 우크라이나(엘비프), 영국(런던), 미국(솔트레이크시티)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 한국의 도시들도 포함돼 있다. 오는 7월에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하는 광주, 1988년 올림픽을 연 서울, 2012년 세계박람회를 연 여수가 조사 대상이었다.
뮬러 교수의 결론은 ‘메가이벤트 증후군’이 도시 발전의 촉진제가 돼야 할 초대형 행사를 오히려 발전의 장애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초대형 행사들이 지나치게 과대하거나 쓸모없는 인프라를 남기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메가 이벤트 증후군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전 세계 초대형 이벤트들에서 되풀이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뮬러 교수가 진단한, 초대형 행사들이 피해가지 못하는, 그리고 강원도 평창이 곧 맞게 될 '7가지 가공할 증상'은 무엇일까?

 

1280px-Actividades_conmemorativas_de_las_Instrucciones_Año_XIII_17.jpg »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

첫째는 편익의 과대포장이다.
초대형 이벤트 기획자들은 일자리와 경제, 인프라 등에 끼칠 영향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대회조직위 관계자는 뮬러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유치 신청서는 공상과학소설이다. 대회 유치 성사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좋아하는 걸 집어넣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를 치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기서 얻는 이득보다 훨씬 많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는 같은 기간 노르웨이가 관광개발 프로그램에 지출한 비용보다 100배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올림픽에 따른 숙박객 증가 수는 관광프로그램의 2배에 불과했다. 그해 미국에서 치러진 제15회 월드컵축구에서 9개의 개최도시들은 총 93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봤다.
그럼에도 기획자들은 계속해서 대회 유치에 나선다. 무슨 꿀단지라도 있는 걸까? 뮬러 교수는 그렇다고 말한다. 대회 기획자들 자신이 이득을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바로 스포츠 관료, 부동산 개발업자, 건설업자, 토지 소유자, 그리고 정치적 야심가들이다.

 

Sochi_International_Airport.jpg » 소치 공항. 위키미디어코먼스

 

rail.jpg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대회장 배치도. 대회를 위해 철도를 새로 놓았다. 위키미디어코먼스.

 

둘째는 비용 과소평가이다.
이는 편익 과대포장과 동전의 양면이다. 대부분의 메가이벤트들을 치르는 데는 예산이 초과돼 지출된다. 뮬러는 가장 두드러진 사례로 2010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영연방경기대회(커먼웰스 게임)를 꼽았다. 조직위는 애초 5천만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는 40억달러 이상이 들어갔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1960년 이래 치러진 올림픽의 예산 초과비율은 평균 179%에 이른다.
원인이 뭘까? 연구진은 첫째로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든다. 대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듯하면 조직위는 일꾼을 더 쓰거나 야간작업이라도 해야 한다. 일정을 서두르게 되면 가격이 올라간다. 둘째는 시행착오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 또한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셋째는 작업이 늦어질수록 계약자들은 폭리를 취한다는 점이다. 개막일이 가까워질수록 이들은 더 많은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넷째는 실제 수요보다 더 많은 시설을 짓는다는 점이다. 조직위는 대회기간 중 수요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일단 최대 수요치를 전제로 필요 이상의 인프라를 구축한다. 다섯째는 대략 10년이 넘는 긴 준비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초기에 가정했던 상황들은 변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물가 상승, 테러 가능성 같은 요인들이 비용을 늘린다. 마지막 여섯째는 대회 기획자들 스스로 의도적으로 비용을 축소해 말한다는 점이다. IOC 같은 대회 관리기구와 주최국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1DSCF9479_Panorama.jpg »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확충한 우크라이나 엘비프공항. http://ukraineforyou.at.ua/index/lviv_airport/0-35


셋째는 이벤트 탈취(Event Takeover)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현재 진행중인 개발 프로젝트들보다 우선적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벤트가 도시 발전의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개발이 이벤트의 도구가 된다. 연구진은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리우데자네이루를 꼽았다. 이 도시는 2007년 팬암대회, 2014년 월드컵에 이어 2016년 올림릭까지 세 가지 초대형 국제 행사를 잇따라 주최한다. 스포츠가 거의 20년에 걸쳐 도시 구조를 바꿔놓은 사례이다. 초대형 행사를 우선하다 보니 다른 프로젝트들에는 토지나 자본이 잘 배정되지 않는다. 또 행사가 끝난 뒤에는 필요도 없는 빌딩은 물론, 그 유지관리비까지 억지로 떠안게 된다.
이벤트 탈취엔 2개의 특징이 있다. 하나는 이벤트 요건을 채우려면 정작 필요한 도시 인프라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벤트가 치러지는 공간은 흔히 도시의 핵심지역이다. 예컨대 하계올림픽을 치르려면 700헥타르(약 212만평)의 땅이 필요하다. 올림픽선수촌, 주차장 등을 제외해도 그렇다. 이는 가뜩이나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땅 부족 현상을 악화시킨다. 재정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대회 관련 시설 부문에 재정 지출이 집중된다. 또 다른 하나는 대회 시설은 대회 후 쓰임새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회관리기구는 주최 도시에 수요가 최대치에 이르는 것을 전제로 그 기준에 맞춰 시설물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 기준을 맞추다 보면 시설들이 지나치게 커져 버린다. 2012 유럽챔피언십 대회를 주최한 우크라이나의 엘비프(Lviv)는 유럽축구연맹의 요구에 따라 하루 2만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항 시설을 확충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2013년 공항 이용자 수는 수용 능력의 10%에 불과했다. 규모가 더 큰 올림픽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하다. 2014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소치는 100억달러 이상을 들여 공항과 대회장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로를 새로 놓았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이 철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olympic2.jpg » 역대 하계 올림픽 개최지.

 

넷째는 공공의 위험 부담이다.

초대형 이벤트들은 주최 도시에 막대한 비용과 높은 완성도를 요구한다. 주최쪽 관리들은 대회 유치를 위해 그런 요구를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뮬러는 이 간단한 구조는 업자들에게 폭리를 보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업자들은 정부가 가격에 상관없이 프로젝트를 끝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적자는 정부와 시민들이 떠안고, 이득은 대회 관리기구와 업체들이 챙긴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각각 2014년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시설을 짓는 데 민간투자를 대거 끌어들이려 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전체 비용의 95% 이상을 책임져야 했다.

 

Olympic_Park_2014.jpg » 소치 동계올림픽 파크 앞의 국기게양대.

 

다섯째는 법 적용의 예외 허용이다.

초대형 행사들은 늘상 있는 게 아니라 어쩌다 한 번 하는 예외적 행사이다. 그래서 주최도시들은 그 행사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에는 기존 법률 적용을 잠정 중단하는 특별한 조처도 포함된다. 많은 정부가 조세, 이민, 재산권, 도시계획,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같은 부문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법률을 만든다. 예컨대 대회관리기구 등이 벌어들이는 수입에 면세 조처를 해줘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조세당국은 이 면세 규모가 25천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최 도시와 나라들은 또 시민권을 제한하기도 한다. 밴쿠버는 2010년 올림픽을 기념하지 않는 현수막이나 포스터, 깃발을 금지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보스턴 시장은 2024년 올림픽 유치 활동 중 시 공무원들이 올림픽을 비판하는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두 도시는 그러나 법적 문제에 부닥쳐 이 결정을 취소해야 했다

 

  The_opening_ceremony_of_the_FIFA_World_Cup_2014_42.jpg »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

 

여섯째는 엘리트 독점(Elite Capture) 현상이다.

엘리트 독점’이란 다수의 이익을 위해 배정된 자원을 일부 기득권층이 독차지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부는 흔히 초대형 이벤트가 사회적 편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대회 유치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초대형 행사 기획은 현지 업체와 부동산업자, 글로벌 대기업, 정치 엘리트 집단에 특혜를 주는 경향이 있다. 브라질에서는 네 자매로 불리는 소수 건설업체들이 계약을 싹쓸이했다.

대회를 위해 신축되는 공항은 사회 상류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다. 비용 회수를 위해 티켓값을 올릴 경우엔, 경기장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초대형 행사가 유발하는 이런 고급화 현상은 애틀랜타, 밴쿠버,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등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고 뮬러 교수는 지적한다. 예컨대 올림픽공원이 있는 런던 동부의 스트래트포드에서는 2012년 올림픽을 계기로 고급주택가로 변하면서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내쫓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동시에 엘리트 독점은 공공의 감시와 참여를 축소시킨다. 대회 조직위는 유치활동 기간중엔 대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만, 일단 대회를 유치한 뒤에는 대중의 참여를 소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대회 계획은 기술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민주주의적 요구는 대회 준비를 지연시키는 방해물로 인식될 뿐이다. 대회관리기구들은 때대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대회준비를 지연시키는 골칫거리로 간주한다. 2013년 피파(FIFA) 사무총장 제롬 발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월드컵을 조직하는 데는 때론 더 적은 민주주의가 더 낫다.”

 

olympic3.jpg » 역대 동계올림픽 개죄치.

 

일곱째는 즉효 처방(Quick Fixes)이다.

초대형 이벤트들은 오랜 기간 묵혀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계기가 된다. 그것이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는 걸 뜻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초대형 이벤트는 그 이벤트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그리고 행사를 어떻게 실행할지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즉효 처방'은 이처럼 문제를 전체적으로 풀지 않고 당장 부닥친 현안을 해소하는 데 몰두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뮬러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치른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의 말을 빌려 '즉효 처방' 증상을 설명했다. “나는 3주간의 스포츠를 원해서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한 게 아니다. 나는 지역 발전을 위해 정부로부터 수십억 파운드를 얻는 유일한 방편으로 올림픽 유치 신청을 했다.” 중앙정부는 자금을 배정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회 유치 성공을 위한 것일 뿐이다. 초대형 이벤트는 그래서 기나긴 대기행렬을 뚫고 정부 지원을 성사시키는 와일드카드이다.

     

Session_day_1_600_Salle.jpg » 지난해 12월 열린 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이 '어젠다 2020'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있다. IOC 홈페이지

 

 

증후군 예방과 치료를 위한 처방전

 

'메가이벤트 증후군'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처방전은 무엇일까? 뮬러 교수는 10여 가지의 정책 대안을 처방전으로 제시했다.

우선 대회의 윤곽을 정하는 급진적 처방전이다. 무엇보다 예산의 상한선을 설정해 이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회를 치르는 것과 도시 개발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대회관리기구인 IOCFIFA와도 수시로 흥정을 벌여야 한다. 주최기구쪽 시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전문가그룹의 평가를 받는 시스템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대회의 규모나 시설 요건을 줄이거나 상한선 등을 정하라고 뮬러는 주문한다.

또 대회 각 단계별로 쓸 필요가 있는 점진적 처방전도 있다. 뮬러는 맨먼저 시민 참여 폭을 넓힐 것을 제안했다. 이는 대회 유치 신청 단계에서부터 필요하다. 그런 다음, 대회 유치 성사 후 IOC 등과 계약을 맺을 때는 모호한 부분을 남기지 말고 모든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대회는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 분산해 치르는 것이 좋다. 대회 뒤 사용이 불투명한 시설음 임시구조물 형태로 지어야 한다. 대회 뒤에도 남는 시설들은 그 운용을 책임질 독립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거 개최지들의 성공과 실패 경험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것을 골라내 적용해야 한다. 대회를 치러가는 모든 단계에서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는 것도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는 중요한 방법이다.

 

board_59565_12938_thumb.jpg » 분산개최 요구가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16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D-1000일 기념 행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웹사이트(http://www.pyeongchang2018.com/).

 

평창 동계올림픽은 몇가지나 피해갈 수 있을까

 

특히 이 가운데 분산 개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로서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뮬러 교수에 따르면, 피크 수요에 맞춰 항구적인 시설을 짓는 것보다는 수요를 공간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한 도시에서 열게 되면 대회 기간 동안 대중교통과 숙박시설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분산 개최를 하면 한 곳에 지나치게 많은 시설을 짓는 부담이 없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와 2010년 밴쿠버는 이 분산개최 모델을 적용해서 과도한 교통시설 구축을 피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뮬러는 점진적 처방은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그칠 뿐이이라며 급진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대중과 사회운동, 엔지오, 언론, 또는 기업 스폰서 등 외부로부터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뮬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초과 위험, 부실 건설, 과잉 인프라, 민주적 참여 부족을 수반하는 초대형 이벤트와 도시 발전을 연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프로젝트와 초대형 이벤트를 묶는 것은 그렇잖아도 복잡한 대회 설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되풀이 되고 있는 '메가이벤트 증후군'은 초대형 이벤트를 주최하려는 움직임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최국이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 이런 모습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당장 오는 7월 대회 개최지를 결정하게 돼 있는 2022년 동계올림픽의 경우 뮌헨(독일), 오슬로(노르웨이), 스톡홀름(스웨덴), 생모리츠/다보스(스위스), 크라쿠프(폴란드), 엘비프(우크라이나)가 국민투표 등의 방식을 통해 줄줄이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남은 두 경쟁자는 민주적 의견수렴 시스템이 취약한 카자흐스탄과 중국이다. 뮬러는 이는 초대형 국제 행사가 자칫 (민주적 시스템이 열악한)  독재적 국가들의 홍보 프로젝트로 변질돼 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런 분위기라면 아직 개최지가 정해지지 않은 2024년 올림픽과 2026년 월드컵은 미국이 유치 신청을 하기만 하면 두 대회 다 개최권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뮬러가 메가이벤트 증후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토론과 행동을 이제라도 시작하자고 촉구하는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개최지들의 후유증을 일거에 해결할 방안으로, 개최지를 이곳저곳 옮겨다닐 것 없이 항구적인 올림픽경기장을 건설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섬에 올림픽 경기장을 만들고, 이를 유엔이 관리토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 매릴랜드대 존 레니 쇼트(John Rennie Short) 교수 등이 주장하는 대안이다. 하지만 이는 IOC나 각국 정부, 글로벌 기업들이 거대한 이권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이어서 큰 반향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강원도 평창은 뮬러 교수가 꼽은 '메가 이벤트 증후군' 7가지 중에서 몇가지나 피해갈 수 있을까?

 

출처

http://www.citylab.com/work/2015/05/mega-events-are-a-disease/393578/?utm_source=nl_daily_link3_051915 

논문보기

http://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1944363.2015.1038292

항구적 올림픽 경기장 건설론

http://www.citylab.com/politics/2013/09/two-words-olympics-island/6797/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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