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울음방'이 등장했다…마음이 치유될까 사회경제

c3.jpg » 일본의 한 호텔이 여성들을 위한 울음방을 만들었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도쿄에 등장한 여성 전용 호텔 울음방

 

우리는 왜 눈물을 흘릴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눈의 보호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우리 몸은 그 이물질을 빼내기 위해 눈물을 흘려보낸다.  눈물은 또 다양한 감정의 응축된 산물이다. 눈물은 슬플 때만 나는 것이 아니다. 기쁠 때나 감동을 느낄 때는 물론이고 심한 스트레스나 억울한 감정에 휩싸일 때도  감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생체 반응이 바로 눈물이다. 아플 때 눈물을 흘리는 건 몸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눈물을 흘리면 뭐가 달라질까? 눈물에는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호르몬이 들어 있다. 카테콜아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늘어나는데, 이 호르몬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면 스트레스가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컷 눈물을 흘리고 나면 마음이 진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 상담가들은 뭔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느낄 땐 눈물을 참지 말고 뱉어내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얄팍한 벽 사이로 옆집의 텔레비전 소리나 윗집의 물 내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도시 아파트에서는 큰소리로 울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울 수도 없는 일.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울 곳이 마땅치 않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맘 놓고 울 데는 없을까?

hotel.jpg » 미쓰이 가든 요쓰야 호텔의 울음방.

 

일본 도쿄 신주쿠지역의 한 호텔에 하룻밤 내내 맘껏 울 수 있는 '울음방'(Crying rooms) 객실이 등장해 화제다. 목 놓아 펑펑 울어도 된다. 미쓰이 가든 요쓰야 호텔(Mitsui Garden Yotsuya hotel)이란 이름의 이 호텔은 생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40대 여성들 위해 울음방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레이디스 모더레이트 싱글’(Ladies Moderate Single)로 명명된 이 방에는 눈물을 닦는 캐시미어급의 부드러운 티슈는 물론이고, 화장을 지울 수 있는 클렌징 도구들, 울음을 그친 뒤 눈의 붓기를 가라앉히는 ‘스팀 아이 마스크’, 목이 아프지 않게 해주는 따뜻한 타올 등도 비치돼 있다. 

 

movie_imageS14YIN4M.jpg » 일본 영화 <마리와 강아지 이야기>의 한 장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영화 12편 구비

 

호텔 쪽은 특히 여성들이 이 방에서 실컷 눈물을 흘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방 안에서 최루성 영화와 만화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호텔이 여성들의 ‘눈물을 쏙 뺄’ 영화로 구비해 놓은 것은 모두 12편이다. 서양 영화로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언터처블(The Intouchables)>,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노트북(The Notebook)>, <원 데이(One Day)>,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등이 준비돼 있다. 일본 영화로는 <마리와 강아지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할 후보로 꼽혔다. 2004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지진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소녀와 강아지 세 마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해피엔딩 실화영화이다.

 

 

한국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포함돼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자와 그녀를 지켜보는 남자 사이의 사랑을 그린 2004년작 멜로영화로, 정우성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았다. 원래 일본 텔레비전 드라마를 각색한 것으로,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300만 관객을 모아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현지 흥행에 성공했다. 12편의 영화 가운데 10편은 지난해 11월 출간된 <눈물 테라피>(리쿠르트 커뮤니케이션)에 소개된 작품 중에서, 나머지 2개는 호텔 직원들이 추천한 것 중에서 골랐다고 한다.
만화는 마루젠출판사의 마루노우치본점 만화매장 북 어드바이저가 추천한 작품 중에서 <마이 걸>(사하라 미즈) 등 4개를 준비했다.
울음방은 호텔 체인 31주년 행사로 기획된 것으로 8월31일까지 하루에 1방씩만 운영한다. 숙박료는 하루 1만엔(약 9만원). 2009년 문을 연 요쓰야 호텔은 ‘여성 친화적인 호텔’을 콘셉트로 기획, 설계, 시공 모두를 여성 직원이 총괄했으며, 8층이 여성 전용층이라고 한다. 아쉬운 것은 이 울음방은 여성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엔 울고 싶어하는 남성들도 많아진 듯한데, 남성은 사절이다.

 

l_wk_150510nakeru01.jpg » 울음방 홍보 전단.

 

'다이애나 효과' 볼 수 있을까

 

일본에는 오타쿠들을 겨냥한 갖가지 콘셉트의 기묘한 숙박시설과 카페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텔의 울음방 개설 소식을 전하는 서양의 언론들도 'weird' 'bizarre'(기이한) 등의 단어를 써가며 대부분 말초적 호기심 차원에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호텔 울음방 아이디어는 현대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고달픈 현실에 착안해 심리 치유 효과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발상이 참신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고단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이번엔 한시적 행사로 끝나지만 앞으로 울음방의 취지를 잘 살려 영화, 연극 같은 문화콘텐츠와 연계하면 사람들한테 유익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이나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법하다.
눈물의 심리 치유 효과를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으로 ‘다이애나 효과’란 것이 있다.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1997년 교통사고로 숨지자 영국 전체가 슬픔의 눈물에 젖을 정도로 슬픔에 빠졌을 때 일어난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온나라가 애도 분위기에 깊이 빠져 있는 동안 놀랍게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눈물이 주는 효과 덕분으로 평가했다. 이번에 선보인 울음방이 다이애나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눈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 심리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울고 싶을 땐 이 호텔이 추천한 영화 중에서 한 편을 골라 봐도 좋겠다.

사족 삼아 덧붙이자면, 같이 울어주는 사람까지 있다면 울음방 효과가 배가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동병상련의 마음은 사람을 고립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http://ichigaya.keizai.biz/headline/2130/

    http://nlab.itmedia.co.jp/nl/articles/1505/10/news017.html#l_wk_150510nakeru01.jpg

   http://mashable.com/2015/05/09/crying-rooms-japan/?utm_content=feature_img&utm_cid=mash-prod-email-topstories&utm_emailalert=daily&utm_source=newsletter&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
 http://www.dailymail.co.uk/travel/travel_news/article-3067049/Japanese-hotel-offers-crying-rooms-women-complete-luxury-tissues-eye-masks-tear-jerking-films.html
 http://www.telegraph.co.uk/travel/destinations/asia/japan/11583176/Japanese-hotel-launches-crying-rooms.html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641194.html

 

  사진
 http://onemileatatime.boardingarea.com/2015/05/06/tokyo-hotel-introduces-crying-rooms-for-women/
 호텔 사이트
 http://www.gardenhotels.co.jp/eng/yotsuya/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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