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실리콘밸리 큰손들, 영생 프로젝트 뛰어들다 생명건강

페이팔·구글·페이스북 창업자들
거액들여 비밀 노화방지 센터 등
생명연장 프로젝트 잇따라 추진
‘부자들만 생명 연장’ 우려도 커져

@이 글은 한겨레신문 김지은 기자가 2015년4월13일치 한겨레신문에 쓴 기사입니다.
 
생명 연장의 꿈은 이뤄질까? 21세기 ‘인터넷 혁명’을 이끈 ‘아이티(IT) 거물’들은 이 꿈이 150년 안에 실현 가능한 목표로 보고 수백만달러씩을 쏟아붓고 있다.
세계적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립자이자 페이스북의 첫 투자자인 피터 틸(47)은 120살까지 살 계획이다. 그는 이를 위해 성장호르몬(HGH)을 복용하고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 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구석기 시대 식습관을 따르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팔레오 다이어트’도 실천 중이다. 틸은 설탕 섭취를 중단했고 적포도주를 마시며 정기적으로 조깅을 한다. 그는 영국 컴퓨터과학자 출신으로 의학이 노화를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가로 변신한 오브리 더그레이의 재단(SENS)에 600만달러 넘게 기부했다. 2004년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에 페이팔을 넘기고 22억달러(2조4013억원)의 자산가로 등극한 틸은 유전자를 변형해 회충의 생명을 늘린 분자생물학자 신시아 케니언의 연구에도 거액을 내놨다. 틸은 “무엇을 이룰 수 있느냐에 대한 낙관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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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냅스터와 넷스케이프 등을 설립한 실리콘밸리의 큰손들이 과학과 생물학의 대전환을 꾀하는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등 자신들이 일궈낸 정보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이용해 현존하는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인 인체를 이해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생명 연장 연구에 일찌감치 발을 들인 건 컴퓨터 회사 오러클의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70)이다. 그는 1997년 엘리슨 의료재단을 설립해 노화 방지 연구에 약 4억달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생하고 싶다”고 밝혀온 엘리슨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2013년 더는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캘리코’(Calico)의 출현으로 자신의 몫은 다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추정한다.

‘캘리코’는 실리콘밸리의 ‘장수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다. 2013년 구글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41)가 7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비밀 노화방지 연구센터다. 구글은 인류가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수명을 조정하는 생물 원리에 개입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듬해 ‘회충 생명 연장’으로 유명한 케니언을 채용했다. 생물학 관련 회사도 합병했다. 이 작업에 약 15억달러가 들어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구글이 기업 투자 차원에서 뛰어든 것과 별도로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41)은 거액의 사재를 출연했다. 브린은 특정 유전자를 가진 집단과 디엔에이(DNA)에 대한 연구에 1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자신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유전자(LRRK2)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분야에 대한 그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연구는 생명공학 과학자인 브린의 부인이 세운 개인 유전자 스타트업 ‘23앤드미’에서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30)는 인간의 생명 연장에 기여하는 과학자들을 위한 ‘브레이크스루 프라이즈’를 만들었다. 다른 부호들과 함께 제정한 이 상은 매년 6명의 과학자들에게 300만달러씩의 상금을 수여한다.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금 중 가장 큰 액수로 노벨상 상금이 약 92만5000달러다. 이베이의 공동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도 생물학자인 부인 팸과 함께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연구에 수백만달러를 내놨다.

하지만 이들 모두 러시아 온라인 미디어 재벌 드미트리 이츠코프(34)의 발상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뉴미디어 스타스>를 세워 거부의 반열에 오른 이츠코프는 ‘2045 이니셔티브’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는 “개인의 인격을 선진화된 비생물적 기반(로봇)에 이전해 불멸까지 이어지는 생명 연장 기술 개발”을 2045년까지 완성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즉 ‘아바타’를 통한 생명 연장을 꿈꾼다.

이 도전적인 미래 산업에 대한 아이티 거물들의 관심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부’라는 형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 꼽히는 빌 게이츠 부부가 재산의 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하고 ‘기빙 플레지’ 운동을 펼치자, 19명의 아이티 거부들이 약 2450억달러를 환원하겠다며 동참했다. 대부분이 보건의료와 의학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게이츠는 지난 1월 “말라리아와 결핵이 아직 존재하는 세상에서 부자들이 더 오래 살기 위해 기부한다는 건 꽤나 자기중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생명윤리학자 로리 졸로스도 비슷한 의견을 말했다. 그는 “우리의 관심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의 가난하고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반짝이는 미래 세계로 쏠리는 게 걱정된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실제 2013년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는 ‘부자들만 급진적인 생명 연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1%는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억만장자들이 결국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수억명의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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