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유전자편집기술의 기회와 위험 생명건강

g1.jpg » 미래에는 유전자도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 /theconversation.com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크리스퍼 기술


 
 인간처럼 복잡한 종이라도 유전체의 어떤 부분이건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유전체 편집(genome editing)을 통해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큰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 또한 뒤따르는 법이다. 유전체 편집 기술 또한 도덕적인 옳고 그름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몇 안 되는 주제 중 하나다. 유전체 편집은 지금까지 유전 공학 기술들이 해온 역할을 보다 낮은 오차율과 더욱 간단한 방식,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대신할 수 있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완벽한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유전체 편집은 특정한 DNA 서열을 변화시킬 때 더욱 높은 정확성을 보장해주며, 기초 과학은 물론 보건 및 농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여러 기술들이 개발되었지만 특히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군의 미국 학자들이 선언한 유전체 편집 모라토리엄은 바로 이 크리스퍼로 인해 발생했다. 크리스퍼는 빠른 속도로 널리 전파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만큼, 과학자들은 그 안전성에 대한 이해나 이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여지도 없이 금방 사용되리라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다시 불거진 유전공학 윤리 문제

 

유전자 조작에 대한 윤리적 우려는 예전부터 있었고, 특히 인간과 관련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유전체 편집으로 떠오른 윤리적 우려는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이전의 유전자 조작과 유전체 편집은 분명 경우가 다르다.
첫째, 유전체 편집이 점진적인 진전인지 아니면 현재의 정통적 접근을 뒤집을 만큼 파괴적 기술인지에 대한 합의된 견해가 없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아마도 그러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현재의 규제가 이 신기술에 적합한지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여 유전체 편집 기술의 윤리적 함의를 주의 깊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유전체 편집을 통해 변형 가능한 영역과 범위에 대해 심각한 윤리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크리스퍼를 사용해 더 많은 유전체 변형을 달성하게 될수록 그 윤리적 함의 또한 달라지게 된다. 어쩌다 한 번, 혹은 특수한 상황에만 사용되는 기술과 광범위하게, 그리고 모든 종류의 경우에 사용하게 되는 기술은 다르게 취급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그러한 임계점에 도달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의 유전자 조작 논쟁을 통한 결론을 재조명해야만 할 것이다.
현재 식물, 몇몇 동물, 그리고 인간의 경우는 유전되지 않는 세포의 경우에만 엄격한 통제 하에 조작이 허용되어 있다. 인간 생식계열 세포의 경우는 최근 영국에서 허용된 미토콘드리아 대체를 제외하고는 조작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 잠재적 이익, 손해, 그리고 위험에 대한 비교적 평가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유전체 편집의 잠재적 응용 분야가 광대한만큼, 이러한 평가가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유전체 편집을 인간 형질 변화에 사용할 것인가
  

유전체 편집 기술은 뒤셴형 근위축증(Duchenne muscular dystropy)과 같은 질병의 동물 모델에서 유전자 표적 치료를 실험하는 등, 지금까지는 개별 세포들, 그리고 인간을 제외한 유기체 전체의 유전체를 변형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 기술을 통해 유전자의 구조, 기능 및 조절에 대한 이해의 심화 또한 기대되고 있다. 유전체 편집을 통한 식물 유전자 조작으로 제초제 및 감염 내성 곡물들 또한 이미 창조되었다.
논란의 소지가 더 큰 부분은 바로 어떻게 유전체 편집을 인간의 형질 변화에 사용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우려는 여러 소설 작품 속에서 표현된 바 있지만, 영화 <가타카>나 <멋진 신세계> 등의 소설에서 나타난 수준의 유전공학은 현실에서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황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는 유전체 편집은 인간 유전체의 어떤 측면이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해로운 유전적 조건을 제거하거나, 질병에 대한 내성 같이 유리한 형질은 강화시키는 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을 통해 우생학으로 가는 문, 즉 미래 세대를 눈이나 피부, 머리카락의 색깔이나 키 등에서 보다 선호되고 있는 형질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로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생식 계열 세포 편집은 후세대 유전자 개조
 

미국 학자들은 모라토리엄을 요청하며 인간의 생식 계열 세포를 편집해 우리 다음 세대의 유전자 개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 개인의 유전체에 비-유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 치료는 윤리적으로 허용되는데, 허용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치료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그것이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 방법으로 치료된 질병은 중증 복합형 면역 부전증(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에 국한되어 있다.
생식계열 개조는 훨씬 엄청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실수 하나가 미래 세대의 세포 하나하나에 모두 존재하게 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안전하게, 의도한 대로 진행된다면 생식계열 개조는 또한 유전 질환에 대한 영구적인 해법을 의미한다. 아직 인간 유전병 치료를 위한 생식계열 유전체 편집 연구는 발표된 바 없다. 둘째, 만약 생식계열의 변화가 안전하다고 판명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의 영역과 범위에 대한 윤리적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만약 이 기술이 주의 깊은 규제 없이 널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경우, 인간의 유전체 편집은 모두가 따르는 새로운 규범 혹은 기대로 쉽게 자리잡을 수 있다. 따라서 선호되는 유전적 개조에 대한 접근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제한되어 있거나, 질병이 있는 사람들, 강화된 유전적 특성이 없는 사람들, 혹은 유전자 조작된 상품이 없는 농장주 등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 진행 상황은?


 
보다 심화된 논의를 위해 다음과 같은 토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크리스퍼 기술의 개발자 등을 포함한 저명한 유전체학 분야 미국 과학자들의 모라토리엄 요청은 2주일 전 발간된 사이언스 지 http://www.sciencemag.org/content/early/2015/03/18/science.aab1028 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은 지난 3월 발표된 MIT 기술평론지의 기사에서 또한 발견할 수 있다 (http://www.technologyreview.com/featuredstory/535661/engineering-the-perfect-baby/). 한편 영국의 한 생명윤리 연구소는 관련된 과학적, 윤리적, 정책적 고려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이미 작년 말 발간한 바 있다 (http://nuffieldbioethics.org/wp-content/uploads/Genome-Editing-Briefing-Paper-Newson-Wrigley.pdf).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윤리적 우려 및 토론은 연구가 진행 중인 곳의 사회 문화적 특성에 깊이 의존한다. 연구를 선도 하고 있는 미국, 그리고 유전자 치료 문제로 논란이 컸던 영국에서 이 문제에 관심이 많고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런만큼 한국에서는 이런 토론은 언제나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되곤 한다. 이 현상은 여러 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질문을 남긴다.
 
과연 한국에서 기술의 발전이 느려서 그만한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술역량과 무관하게 생명윤리는 따로 고민할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윤리적 고려에 대한 유전체 분야 과학자 사회의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운 유전체학 기술 발전에 따른 생명윤리적 우려를 제기하는 일이 한국 생명윤리학계 및 관련 정책학계의 역량 밖의 문제여서인지, 아니면 생명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연구개발 및 유전체학 발전와 배치된다는 의견이 강하기 때문인지, 깊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5663&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4-06 
원문

http://theconversation.com/genome-editing-poses-ethical-problems-that-we-cannot-ignore-39466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페이스북 페이지 '미래가 궁금해'
트위터 '곽노필의 미래창'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