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로봇 다이버, 해저 유물 건져올리다 로봇AI

scubabot_banner-960x492.jpg » 해저 유물을 다루려면 사람과 같은 섬세한 손놀림이 가능한 로봇이 필요하다. 출처 : 프랑스 문화부 수중유물관리국(DRASSM)

 

350년 동안 묻혀 있던 난파선의 꽃병

 

프랑스 남부 해안에서 약 36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지중해 해저. 오사마 카팁(Oussama Khatib)은 숨을 멈췄다. 잠시후 수심 100미터 바다밑에 가라앉아 있는 난파선 라륀느(La Lune=달이란 뜻)를 향해 헤엄쳐 나갔다. 라륀느는 17세기 프랑스 절대왕정시대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배였다. 고고학자들은 당시 바르바리해안(북아프리카 중서부해안) 전투에서 패한 뒤 돌아오던 이 배에는 1000여명의 선원과 함께 숱한 보물, 예술품이 실려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664년 이곳에서 침몰한 이후 지금까지 350년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은 적이 없다.

  


컴퓨터과학자인 미 스탠퍼드대 카팁 교수는 심해 고고학자들의 안내에 따라 포도송이 크기의 꽃병을 찾아냈다. 꽃병 주변을 둘러본 뒤 팔을 뻗었다. 꽃병의 모양과 무게를 어림짐작해보기 위해서다. 대략 감을 잡은 뒤 손가락을 안으로 내밀어 꽃병을 집어들었다. 옆에 있는 회수용 바구니에 꽃병을 천천히 내려놓고 바구니 덮개를 닫았다. 그리곤 일어서서 그를 둘러싸고 있던 고고학자, 엔지니어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scubabot_002.jpg » 바다에 투입하기 전 로봇 '오션원'을 점검하고 있는 오사바 카팁 교수.

 

지상에서 조이스틱으로 로봇을 조종


얼마 전 지중해에서 있었던 해저 유물 발굴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카팁은 수중이 아닌 배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 누가 이 작업을 실제로 했을까? 그를 대신한 것은 로봇 다이버였다. 카팁은 조이스틱으로 로봇을 원격 조종했을 뿐이다. 로봇의 이름은 ‘오션원’(OceanOne). 사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과 촉감을 전달해주는 햅틱 피드백, 그리고 인공지능을 갖춘 가상의 다이버다.

scubabot_005.jpg » 인간 다이버가 로봇으로부터 유물을 담은 상자를 건네받고 있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햅틱 피드백의 결합

 

이번 해저 탐사는 오션원의 첫 임무였다. 카팁은 “오션원은 일종의 아바타”라며 “이제 인간은 안전하게 가상의 다이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션원은 원래 깊은 홍해 바다속에 있는 산호초를 연구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었다. 개발의 관건은 산호초가 손상되지 않도록 물건을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그럴려면 사람과 같은 수준의 손놀림이 필요했다. 개발팀은 지상에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으로 이를 구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햅틱 피드백 기술을 결합했다. 그렇게 오션원이 탄생했다.

 

scubabot_006.jpg » 지상의 배에서 조이스틱으로 로봇 오션원을 제어하고 있다.

 

150센티미터 키에 두 팔과 두 눈 달린 로봇인어


오션원은 형상이 사람 모습을 닮았다. ‘로봇 인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150㎝ 키에 머리와 팔까지 달려 있다. 머리에는 센서와 카메라로 구성된 두 개의 눈이 장착돼 있다. 이 두 눈은 물체를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로봇의 팔과 손은 지상의 로봇 조종자에게 물체의 실제 무게감과 촉감을 전달해준다. 양 손목에 부착한 힘 센서 덕분이다. 이 센서는 조종자의 햅틱 피드백 장치와 무선으로 연결돼  있다. 로봇의 두뇌는 로봇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읽고, 악력을 적절히 조절해준다. 물체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선에서 단단히 잡을 수 있는 힘을 계산해낸다. 로봇의 하체에는 배터리와 컴퓨터, 다방향 추진기가 들어 있다. 이 모든 장치들은 또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덕분에 요동치는 바닷물 속에서도 로봇은 안정된 움직임을 유지하고 다른 물체와 충돌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scubabot_008.jpg » 카팁 교수와 한 학생이 건져올린 해저 유물을 함께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구진은 오션원의 첫 임무 수행 성공에 무척 뿌듯해 하고 있다. 카팁 교수는 “우리는 인간과 로봇을 매우 직관적이고 의미있는 방식으로 연결했다. 우리는 인간의 직관과 전문지식, 인지 능력을 로봇에게 제공했다. 둘의 결합은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카팁은 앞으로 이 로봇이 해양 탐사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인간 다이버에겐 너무나 위험한 수중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심해 채굴이나 석유시추선 정비, 해저 통신선 수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같은 수중 재난 상황 등에 투입돼 활약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다이버의 등장이 머지 않은 듯하다.

 

출처
 http://news.stanford.edu/2016/04/27/robotic-diver-recovers-treasures/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1382/a-treasure-hunting-ocean-robot/

    http://www.livescience.com/54620-oceanone-humanoid-robot-diver.html?cmpid=NL_TND_weekly_2016-5-02-test-test
 http://futurism.com/meet-oceanone-stanfords-new-deep-diving-mer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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