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뉴질랜드가 '2050년 쥐 박멸'을 선언한 까닭은? 지구환경

rodent.jpg » 뉴질랜드 정부가 대대적인 쥐 박멸 작전에 나섰다. 위키피디아

 

식량 부족 시절의 한국 쥐잡기 운동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

1960~1970년대를 살아온 한국인들이라면 ‘쥐잡기 운동’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집이나 학교, 직장,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일제히 쥐잡기 작전을 펼치던 때다. 학생들은 죽은 쥐 꼬리를 잘라 학교에 가져가서 확인을 받기도 했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을 엽기적 일이지만 일방지시형 군사문화가 지배했던 그 시절엔 아무런 스스럼이 없었다. 당시 매일경제신문 보도를 보면, 1971년 3월25일 실시한 전국 일제 쥐잡기의 실적은 4667만마리나 됐다. 쥐잡기의 목적은 식량을 한톨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식량이 부족했던 그때 농림부가 추산한 우리나라의 쥐는 9천만 마리였다. 당시 인구의 세 배다. 그 많은 쥐들이 먹어치우는 식량은 한 해 240만섬(1970년대 초반)으로, 국내 곡물 총생산량의 8%에 이르는 규모로 추정됐다. 정부가 총력을 펼쳐 쥐 잡기에 나선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wi.jpg » 1976년5월12일치 경향신문에 난 쥐 잡기 캠페인 광고.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천적 없어 날개가 퇴화된 뉴질랜드 새들

외래 설치류들 때문에 멸종 위기에 몰려

 

남태평양의 섬나라 뉴질랜드가 최근 쥐 박멸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외지에서 유입해 들어온 쥐, 담비 등 설치류 포유동물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뉴질랜드도 식량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물론 경제적 피해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쥐 박멸의 더 중요한 목적은 토착종 새 보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왜 쥐들의 위협을 받는다는 것일까? 뉴질랜드에는 날지 못하는 새들이 많다. 천적 포유류가 없는 세상에서 서식하다 보니 오랜 세월에 걸쳐 날개가 퇴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한 탓이다. 뉴질랜드의 상징 조류인 키위를 비롯한 토착종 조류들은 약탈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자 지상으로 내려왔다. 굳이 힘들여 날지 않고도 지상에서 얼마든지 먹이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뉴질랜드는 한때 200종 가까운 새들의 안식처였다. 생존능력이 취약한 캥거루가 이곳에서 번성한 것도 다른 대륙과 같은 포유류 약탈자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possum.jpg » 뉴질랜드 정부가 박멸 대상으로 선정한 주머니쥐 '포섬'. 위키피디아

 

800년 전 사람과 함께 들어온 쥐


그러나 800여년 전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생태계도 바뀌어갔다. 이들과 함께 쥐와 같은 설치류 포유동물들이 이 땅에 숨어 들어왔다. 약탈자들에게 쫓긴 토착 새들은 날아서 도망갈 수가 없어 이들의 먹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덩치가 큰 모아새는 더 쉽게 눈에 띄어 개체수가 급속히 줄었다. 600년 전쯤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moa.jpg » 날지 못하는 모아새가 독수리의 공격을 받고 있다. 1500년경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

 

뉴질랜드 정부에 따르면 외래 포유류인 쥐, 담비(족제비과), 주머니쥐(possum)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토착종 새들은 한 해 250만마리에 이른다. 이에 따라 키위(kiwi), 타카헤(takahe), 앵무새의 일종인 카카포(kakapo) 등 날지 못하는 토착종 새들이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 카카포의 경우 현재 100마리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설치류가 먹어치우는 곡물은 2013년 기준으로 한 해 2억1100만달러어치에 이른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한 해 총 2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뉴질랜드 정부는 추정한다. 존 키(John Key) 뉴질랜드 총리는 “예전에는 밀렵과 벌채가 토착 야생동물의 최대 위협이었으나 이제는 외래 사냥꾼 동물들이 최대 위협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ai.jpg » 외래 설치류 포유동물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뉴질랜드 토착종 조류들. 날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왼쪽부터 카카포, 키위, 타카헤다. 위키피디아

 

"화성 착륙만큼이나 어려운 일"

이들을 박멸하기 위해 정부는  합작회사 ‘Predator Free New Zealand’를 설립해 외래 약탈자들을 박멸하기 위한 덫과 독약, 울타리 등을 놓아 관리감독할 계획이다. 초기 투자금은 2천만달러이며, 앞으로 매년 최대 5천만달러를 투입할 작정이다. 물론 총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015년 한 연구집단은 향후 50년 동안 62억달러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연구진은 그러나 같은 기간 입는 경제적 피해에 비하면 훨씬 싸게 먹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질랜드는 이미 몇몇 작은 섬들에서 유해동물의 90%까지 박멸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캠벌섬에서는 2014년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쥐 박멸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제임스 러셀 오클랜드대 보존생물학 교수는 그러나 “나라 전역에 걸쳐 유해동물을 100% 박멸하고, 이후 새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은 화성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키 총리는 그럼에도 “쥐 박멸 계획은 사상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이며 우리 모두 합심하면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사상 최초의 대규모 종 보존 프로젝트로 기록될 것이다.

 

stoat.jpg » 귀엽게 생긴 담비는 뉴질랜드 토착종 조류에겐 천적이다. 위키피디아

 

쥐 퇴치에 나서고 있는 다른 지역들

 

쥐 퇴치에 나서고 있는 곳은 뉴질랜드만이 아니다. 퇴치 작전이 성공을 거둬 쥐가 사라지거나 거의 사라진 지역들이 꽤 있다. 1950년대 캐나다 서남부 레스브리지주는 쥐 감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근 지역 및 미국으로부터의 설치류 유입을 차단했다. 그 결과 쥐가 없는 도시를 만들 수 있었다. 쥐들은 1930년대에 인근 서스캐치원(Saskatchewan)주에 침입했다. 이 주는 이후 쥐 퇴치에 애쓴 결과 최근 성과를 보고 있다. 이는 농민 살림이 나아지면서 가축을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키우고, 저장고나 헛간을 나무 대신 철이나 시멘트로 지은 영향이 크다고 한다. 쥐들이 서식할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영국령인 남대서양의 남조지아섬(South Georgia Island)도 쥐 없는 섬 선언을 앞두고 있다. 5년에 걸쳐 300톤의 쥐약을 헬리콥터로 투하한 결과다. 이로써 이 섬은 많은 바다새와 섬 새들에게 안전한 서석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에 끝났다. 프로그램을 이끈 토니 마틴 영국 던디대 보존생물학 교수는 2년 안에 쥐 박멸을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특정 지역에 미끼를 투하함으로써 쥐들이 빙하로 고립된 땅에서만 살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말한다. 

출처
 http://www.livescience.com/55542-predator-free-new-zealand.html?utm_source=listrak&utm_medium=email&utm_campaign=20160728-oap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7/new-zealand-s-mind-blowing-goal-rat-free-2050
 http://www.sciencealert.com/new-zealand-says-it-will-wipe-out-every-invasive-predator-by-2050
 http://blog.naver.com/siencia/220473830268
 한국 쥐잡기운동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7&contents_id=6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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