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커피 마실까, 차 마실까...유전자에 물어봐(?) 생명건강

Coffee.jpg » 커피와 차 선호도에 쓴맛 유전자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스웨스턴대 제공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 커피 더 마셔

 

인간의 미각 중 쓴맛은 우리 몸을 해로운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연 경고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로 생겨났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쓴 것을 내뱉으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 중에는 쓴맛을 내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와 차, 술이다.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쓴 맛에 적응한 결과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커피를, 어떤 이들은 차를 즐겨 마신다. 어떤 이들은 쓰디쓴 술 맛을 선호하고, 어떤 이들은 달콤한 술을 찾는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미국 노스웨스턴대 페인버그약대와 오스트레일리아 QIMR버그호퍼의학연구소(Berghofer Medical Research Institute)의 새로운 연구 결과, 카페인의 쓴맛에 더 민감한 사람들이 오히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이 쓴맛 수용체 유전자의 변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매릴린 코넬리스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보통 카페인의 쓴맛에 더 민감한 사람들은 커피를 덜 마실 것으로 생각되지만, 연구 결과는 그 반대로 나왔다"며 이는 지속적인 카페인 섭취를 통해 `학습된 긍정적 강화'(learned positive reinforcement)의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커피의 쓴맛, 특히 카페인의 독특한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것을 좋은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coffe-2540265_960_720.jpg » 커피콩을 따는 모습. 픽사베이

 

쓴맛 유전자 하나 더해질 때마다 커피 과음 확률 20% 상승


연구진에 따르면 커피와 차에는 대개 카페인을 포함해 쓴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다. 커피에는 카페인 말고도 퀴닌(Quinine)이라는 또다른 쓴맛 물질이 있다. 토닉워터에도 들어 있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두 성분과 함께 쓴맛을 내는 인공화학물질 프로필티우라실(propylthiouracil, 약칭 프로프=PROP)까지 포함해 세 가지 쓴맛 물질의 감지능력과 커피, 차, 술의 섭취량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프로필티우라실은 방울다다기양배추(Brussels sprouts)와 같은 정도의 쓴맛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를 통해 쓴맛 수용체 유전자와 관련한 데이터가 확보돼 있는 영국인 가운데 나이 37~73세인 43만8870명을 대상으로 차와 커피, 술의 소비 행태를 설문 조사했다. 이들은 멘델의 무작위 분석법을 이용해 쓴맛 수용체 유전자 수에 따라 커피, 차, 술을 마시는 양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했다. 쓴맛 수용체 유전자는 5번, 7번, 12번 염색에 있으며 지금까지 40여개가 확인됐다. 
분석 결과 카페인의 쓴맛 수용체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보다 커피를 과음하는 경향이 짙었다. 여기서 커피 과음자는 1주일에 최소 사나흘은 하루 평균 커피 4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쓴맛 수용체 유전자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20%씩 커피 과음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당연히 이들은 차를 덜 마셨다. 그러나 이는 이들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데 따른 반사작용일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이들은 또 커피의 풍미를 더 잘 즐길 줄도 알았다.

tea-863407_960_720.jpg » 차 잎을 건조시키는 모습. 픽사베이

퀴닌 민감 유전자 보유자는 커피보다 차 선택

프로프 쓴맛 유전자 보유자는 레드와인 덜 선호


반면 퀴닌과 프로프(PROP)에 민감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커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셨다. 보통사람에 비해 이들은 퀴닌 또는 프로프 수용체 유전자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차 과음자일 가능성이 9~4% 더 높았다. 연구진이 정의한 차 과음자의 기준은 하루에 차 5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이다. 이들은 카페인이 필요할 때 커피보다 차를 선택했다. 알코올의 경우, 프로프의 쓴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술, 특히 레드와인을 덜 마셨다. 반면 퀴닌에 민감한 사람들은 술을 조금 더 많이 마시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두 유전자와 음주량의 관련성은 레드와인을 제외하곤 통계적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성별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한마디로 쓴맛 감지능력이 커피와 차, 술의 선호도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쓴맛에 민감한 사람들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까지 차나 커피, 기타 쓴맛 음료를 마시려는 경향이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물론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생활 스타일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맛과 기호는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11월15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에 발표됐다.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2018/11/news-daylight-saving-time-coffee-caffeine-genes-dna/
https://www.sciencealert.com/why-do-you-crave-coffee-while-other-prefer-tea-it-s-written-in-your-genes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coffee-tea-preference-dna-chemical-sensitivity-taste
https://www.livescience.com/64100-coffee-bitter-genetic-makeup.html
논문 보기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8-34713-z
노스웨스턴대 보도자료
https://news.northwestern.edu/stories/2018/november/bitter-coffee/
쓴맛 수용체 유전자에 대해
-쓴맛 수용체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당시 기준) 43개라고 언급. 이들 유전자는 염색체 5번, 7번, 12번에 있다.
http://www.coffeelibre.kr/bbs/board.php?bo_table=archive2&wr_id=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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