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실신의 비밀...심장 내 감각뉴런이 주범 생명건강

10명에 4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실신 경험
심실-뇌간 잇는 뉴런 자극하자 즉시 기절
열명 중 네명은 평생에 한 번 이상 실신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열명 중 네명은 평생에 한 번 이상 실신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신 또는 기절(졸도)해본 적이 있는가?

심한 더위나 허기에 지치거나 장시간 서 있는 경우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잠시 동안 맥없이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피나 바늘, 시신 등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놀라 실신하기도 한다. 미국가정의학회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평생 한 번 이상은 실신을 경험한다고 한다.

실신이란 뇌에 흘러들어가는 혈류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의식을 잃는 상태를 말한다. 심박수와 혈압, 호흡수 감소가 실신을 특징 짓는 3가지 대표적 증상이다.

의식을 잃는 시간은 짧게는 몇초, 길게는 몇분이다. 그러나 무엇이 어떤 경로를 통해 실신 상태를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규명된 것이 없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와 스크립스연구소 공동연구진이 실신을 일으키는 신경 경로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심장과 뇌간을 이어주는 감각뉴런을 활성화하면 뇌로 이어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쥐가 거의 즉시 쓰러지는 걸 발견했다. 실신 중에 일어나는 동공 확장이나 눈알 굴림 같은 증상도 관찰됐다.

네이처에 따르면 그동안 실신에 대한 연구는 심장과 뇌를 연결시키지 않고 각기 따로 살펴보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연구진은 두 시스템의 상호작용에 비밀의 열쇠가 있을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우선 미주신경(뇌와 심장을 포함한 여러 기관을 연결하는 신경)의 일부인 결절 신경절(nodose ganglion)에 대한 R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혈관 내 작은 근육의 수축에 관여하는 수용체(NPY2R)를 발현하는 미주 감각 뉴런(VSN)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이 뉴런(NPY2R VSN)은 폐나 장에 연결되는 미주신경의 다른 가지와는 달리, 심장 아래쪽 심실 근육에 가지를 뻗고 뇌간으로 연결된다.

실신에 관여하는 감각뉴런은 심방보다 심실에 주로 분포해 있다.
실신에 관여하는 감각뉴런은 심방보다 심실에 주로 분포해 있다.

심장을 멈추게 하는 수용체가 심장에

연구진은 이 뉴런을 자극하면서 초음파 영상과 광유전학(빛을 이용해 신경세포 활동을 제어하는 방법) 기법을 이용해 쥐의 심박수, 혈압, 호흡, 안구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살펴봤다.

놀랍게도 그동안 자유롭게 움직이던 생쥐는 이 뉴런이 활성화한 지 몇초만에 기절했다. 동공이 확장되고 눈알은 안으로 말려 들어갔으며 심박수, 혈압, 호흡수,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등 사람이 실신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이 시간은 7~8초 지속됐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그런 다음 뇌 활동이 재개됐다”며 “실신을 유발할 수 있는 뉴런을 발견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유레카의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의료원의 얀 거트 반 다이크 박사(임상신경학)는 네이처에 “이는 심장을 멈추게 하는 수용체가 바로 심장에 존재한다는 걸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런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2~5분 후에 죽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신은 일반적으로 60초 내에 회복되기 때문에 그런 위험한 상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 다이크 박사는 “뇌의 뉴런은 마치 응석받이 어린아이처럼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받지 못하면 곧바로 작동을 멈춰버리지만 산소를 다시 공급하면 신경세포는 빠른 속도로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18세기 네덜란드 화가 에글론 반 데르 네어의 ‘피를 흘린 후 기절한 여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18세기 네덜란드 화가 에글론 반 데르 네어의 ‘피를 흘린 후 기절한 여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시상하부 뉴런 자극하자 실신에서 깨어나

그렇다면 실신 중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연구진은 후속 작업으로, 전극을 이용해 실신 중인 생쥐의 다양한 뇌 영역에서 일어나는 뉴런 활동을 기록했다. 분석 결과 실신 중 뇌의 모든 영역에서 활동이 감소했지만, 뉴런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시상하부의 뇌실주변구역(PVZ)만은 예외였다.

연구진이 뇌실 주변 구역의 뉴런 활동을 차단하자 생쥐들의 기절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이 부위를 자극하자 생쥐들은 금세 깨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감각뉴런(NPY2R VSN)과 뇌실 주변 구역(PVZ)을 포함하는 신경 네트워크가 실신과 회복을 조절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뇌와 심장의 연결은 일방통행 아닌 쌍방향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임상심장 전문의 리처드 서튼은 “이번 발견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비닛 어거스틴 교수(생물학)는 “전통적으로 우리는 뇌가 심장에 신호를 보내고 심장은 그 지시를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번 연구는 심장도 뇌에 신호를 보내 뇌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신을 유발할 수 있는 심장과 뇌 사이의 신경 경로를 찾아낸 이번 연구 결과가 실신은 물론 뇌-심장 연결과 관련된 다양한 정신 및 신경 질환을 더 잘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680-7

Vagal sensory neurons mediate the Bezold–Jarisch reflex and induce syncope. Nature(202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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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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