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기차, 테슬라의 호적수가 나타나다 자동차교통

ms1.jpg »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대표 차종인 모델S. 테슬라모터스 제공

 

친환경 전기차, 새로운 경쟁 구도 속으로

 

친환경은 자동차 시장의 미래 화두 가운데 하나이다. 전기차는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이 화두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이다. 높아져가는 각 국의 자동차 환경규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테슬라 등 신생기업들 위주로 진행돼 오던 전기차 개발 움직임이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크푸르모터쇼에 유럽의 유서깊은 자동차업체들이 고성능 전기차를 들고 나왔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도 움직임이 심상찮다. ‘자동차는 늦었지만 전기차는 앞서자’는 기치 아래 IT 대기업들까지 나서서 전기차 개발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전기차를 골프카트에서 ‘가치있는 차’로 탈바꿈시킨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독주 체제에서 벗어나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구도가 형성돼가고 있다.
 

Porsche-Mission_E_Concept_2015_1600x1200_wallpaper_01.jpg » 모델S를 겨냥해 나온 포르셰의 미션E. 포르셰 제공

 

포르셰의 미션E, 테슬라 모델S에 맞서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는 독일의 포르셰(Porsche)와 아우디(Audi)다. 이들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시장에 테슬라를 의식한 콘셉트카 세단과 스포츠실용차(SUV)를 선보였다. 현재 테슬라의 주력차종인 세단형 모델S 중 최고급 사양인 P85D는 1회 충전 주행거리 약 400km(253마일), 최고 시속 250km, 최대 출력 503마력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달 말에는 테슬라의 첫 SUV인 7인승 모델X가 출시된다.
포르셰는 이 가운데 모델S를 겨냥한 콘셉트카 ‘미션E’(Mission E)를 내놓았다. ‘미션E’는 스포츠카의 고성능과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이를테면, 포르셰의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인 ‘911’의 미래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션E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강력한 힘이다. 800볼트의 전기 모터로 네 바퀴 모두에 600마력이 넘는 힘을 전달한다. 이 정도면 슈퍼카 수준이다. 모델S의 500마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미션E의 네 바퀴는 주행 이상의 기능을 한다. 각자 회전이 가능한 4륜 독립 스티어링 시스템을 채택했다. 따라서 덩치는 크지만 움직임은 아주 민첩하다. 예컨대 제자리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바로 옆으로 이동할 수 있다.
1회 충전시 주행 거리도 모델S보다 길다. 미션E는 한 번 충전에 500킬로미터(310마일)를 주행한다. 특히 놀라운 건 15분 안에 80%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선 충전도 가능하다.

가속력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미션E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3.5초가 채 안된다고 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주행시험장인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서킷을 한 바퀴 도는 데 8분이 채 안 걸린다. 다만 가속력은 모델S의 루디크로스 모드(Ludicrous Mode)보다는 떨어진다. 지난 7월에 발표된 테슬라의 이 새 가속장치는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시간을 종전 3.2초에서 2.8초로 단축했다. 포르셰의 전기모터를 장착한 스포츠카는 지난 6월에 열린 ‘2015 르망24시’(24 Hours of LeMans) 자동차경주에서 1~2위를 차지하며 아우디의 연승을 저지했다. 이 경주는 세계 최대 난코스 경주 중 하나로 꼽힌다.

 

Porsche-Mission_E_Concept_2015_1600x1200_wallpaper_06.jpg » 미션E 운전석의 가상현실 계기판과 대시보드의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포르셰 제공

 

가상현실 계기판과 홀로그래픽 대시보드


미션E의 디자인은 불룩한 펜더(자동차 타이어를 덮는 부분), 경사진 보닛 등 포르셰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실내 운전석은 매우 미래지향적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에 5개의 가상현실 계기판이 들어온다. 대시보드는 홀로그래픽으로 구성돼 있다. 운전자는 스크린을 손으로 조작할 필요없이 눈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메뉴를 스크롤할 수 있다. 운전자가 뭘 보고 있는지 판별하는 안구추적 시스템이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앉은 위치에 맞게 디스플레이 위치도 조정해준다. 미러를 대신해 양 옆에 카메라가 달려 있고, 앞유리 양쪽끝에는 이 카메라가 포착한 장면이 펼쳐진다.
포르셰가 테슬라를 모방한 것도 있다.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이다. 포르셰는 아직 양산 일정은 잡지 못한 상태이다.

 

A158925_large.jpg » 아우디의 전기차 SUV '이트론 콰트로'. 아우디 제공

 

아우디의 '이트론 콰트로'는 테슬라 모델X를 겨냥

 

아우디가 내놓은 콘셉트카 이트론 콰트로(e-tron quattro)은 이달 말 출시되는 테슬라의 모델X를 겨냥한 SUV이다. 역시 4륜구동에 4륜 스티어링이 가능한 전기차이다. 포르셰와 다른 점은 2018년에 정식으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3개의 전기모터가 약 500마력의 힘을 낸다.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시간은 4.6초, 최대 속도는 시속 130마일(208킬로미터)이다. 포르셰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양산을 염두에 둔 차여서 좀더 현실적이라고 하겠다. 충전 시간은 약 50분. 햇빛이 쨍쨍한 날에 운행할 경우, 차 지붕에 장착한 태양광패널의 도움을 받으면 한 번 충전에 5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이 차에는 또 레이더, 레이저 스캐너,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 자동주행을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 거의 다 장착돼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자율주행차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A159001_large.jpg » 아우디 '이트론 콰트로'의 내부. 아우디 제공


2030년, 아우디 판매량의 4분의1이 전기차

 

아우디 미국법인 대표인 스콧 케오그(Scott Keogh)는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급 전기차는 아우디의 장기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첫 번째 목적은 컴플라이언스 카(법정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구매하는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멋지고 가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전기차가 아우디 판매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터리 기술 개선, 주행거리 및 성능 제고, 비용 절감이 전기차로의 이행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변신 하이브리드차

 

 이번 모터쇼 출품차 가운데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차가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콘셉트카 IAA(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이다. 하이브리드차인 IAA의 가장 큰 특징은 주행중 차체 모양이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세단이라는 점. 버튼을 눌러 몇몇 외부장치를 숨기거나 확장시켜서 유선형의 공기역학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아니면 시속 50마일(80킬로미터) 속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변신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이 공기역학 디자인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0.19)를 구현한다. 쿠페같은 세단의 탄생이다.

 

thunder_power_sedan_front-2-1280x853.jpg » 대만업체가 개발한 전기차 '선더 파워 세단'. mashable.com

 

대만 '선더 파워 세단'도 테슬라에 도전장


대포르셰와 아우디만 테슬라 전기차에 맞서고 있는 건 아니다.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대만에도 놀랄 만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선더 파워 세단(Thunder Power Sedan)이라는 이름의 이 차는 제작은 선더 파워라는 전동공구 업체가 맡았지만, 차체 설계는 이탈리아의 유명 차체제작업체인 자가토가 담당했다. 차체 설계는 볼보와 마세라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에는 몇가지 인상적인 전기기술이 숨어 있다. 우선 동력전달장치는 2단계(308마력과 429마력)로 작동한다. 동력은 뒷바퀴에 연결돼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시간은 5.0초. 최대 속도는 시속 155마일(250킬로미터)이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만 조절하면 한 번 충전에 400마일(630킬로미터) 주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통상적으론 30분 급속 충전에 186마일(300킬로미터)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차의 최대 강점은 단순 콘셉트카가 아니라, 2017년 유럽, 2018년 중국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양산용이라는 점일 것이다.

 

00540232601_20150921.jpg » 베이징자동차(BAIC)가 지난해 출시한 전기자동차 EV200의 모습. 베이징자동차 누리집 갈무리

 

중국, 테슬라 본거지에 전기차 연구개발센터

중국 대륙 본토의 자동차업체들도 전기차 개발에 매우 적극적이다. 자동차 산업도 키우고 환경도 보호하는 두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자동차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자체 개발한 전기차를 시판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세계에서 출하된 전기차 20만대 중 7만대가 중국산이라고 한다. 기존 자동차업체들뿐 아니라 알리바바, 바이두 등 인터넷 대기업들도 잇따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세계 전기차 1위업체인 테슬라의 본거지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해, 테슬라의 앞선 전기차 기술을 단숨에 빨아들일 태세다.

 

mx.jpg » 테슬라의 첫 SUV '모델X'. 뒷문이 위로 열리는 점이 특징이다. 테슬라모터스 제공

 

테슬라, 중저가 보급형 전기차로 시장 방어 전략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자사의 대표 전기차인 모델S만 전시했을 뿐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다. 테슬라는 그동안 몇차례 출시 일정을 미뤄왔던 자사의 첫 SUV ‘모델X’를 29일 첫 고객에게 인도할 계획임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가격은 모델S보다 5만달러 비싼 13만달러대이다. 2개의 전기모터에 4륜구동이며 제로백은 4.4초. 배터리는 95kWh이다. 모델 X의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은 뒷문이 위로 올리는 ‘팰콘 윙 도어’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다른 업체들이 모델S를 추격해오는 사이에, 3만5천달러(약 4천만원)대의 중저가 전기차인 ‘모델3’을 개발해 미래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고성능 전기차를 들고온 포르셰와 아우디는 공교롭게도 모두 폭스바겐 그룹 소속이다. 이들이 내놓은 전기차들이 그룹 이름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민차’로 ‘테슬라 킬러’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자동차산업 전체로 보면 테슬라는 아직 아우디나 포르셰 같은 자동차 메이저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의 명성이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트렌드가 바뀌면 승자와 패자는 순식간에 뒤집어질 수도 있다. 신생기업 테슬라가 불과 10여년만에 세계 자동차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이 이를 방증해준다.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테슬라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이유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mashable.com/2015/09/17/best-concept-cars-frankfurt-auto-show/?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utm_source=newsletter&utm_cid=mash-prod-email-topstories&utm_emailalert=daily#RqWhxdsIVikl
http://mashable.com/2015/09/14/porsche-audi-electric-concepts-frankfurt/#2Hpa.1AhyukE
포르셰 보도자료
http://newsroom.porsche.com/en/products/iaa-2015-porsche-mission-e-mobility-all-electrically-concept-car-11391.html
아우디 보도자료
https://www.audi-mediacenter.com/en/audi-e-tron-quattro-concept-4635
선더 파워 기사 
http://mashable.com/2015/09/18/thunder-power-all-electric-sedan/#lFLGVQi6wgkg
테슬라 웹사이트
http://www.teslamotors.com/
중국 전기차 개발 현황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709652.html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