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인간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까닭은? 생명건강

sn_amylaseRH.jpg »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사는 피그미족의 한 종족인 바트와족은 오래전부터 얌(마)을 구워먹는다. nature.com

 

인간과 유인원 친척들 간의 차이 중 하나는 미각이다. 예컨대 얌이나 호박은 감자와 마찬가지로 날로 먹을 경우 별 맛이 없다. 그러나 침팬지의 입맛에는 이런 식물들이 쓰고 역겹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제 과학자들은 인간의 미각을 다양하게 만든 유전적 변이를 찾아냈다.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다양한 음식을 먹게 함으로써 세상을 정복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은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함에 따라 새로운 식생활경험에 노출되었다. 그들은 전분이 많이 포함된 덩이뿌리(tuberous roots)를 먹는가 하면, 고기와 (맛이 쓴) 뿌리채소류(root vegetables)를 익혀 먹었고, 궁극적으로는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게 되었다. 이 같은 식생활혁명은 우리 조상들을 인간답게 하고, 신체에 풍부한 칼로리를 공급하여 큰 뇌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게 됨에 따라, 인간의 위장관, 턱, 치아는 위축되었다.
 
 1. 연구의 개요
 
 이상과 같은 식생활이 진화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조지 페리 교수(인류유전학) 연구진은 현생인류와 침팬지의 유전체를 (최근에 발표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유전체와 비교했다.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과 가까운 `수수께끼의 인류`로, 러시아 동굴에서 유골 몇개가 발견됐을 뿐이다.) 비교분석 결과,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은 쓴 맛을 감지하는 유전자(TAS2R62, TAS2R64)를 상실한 데 반해, 침팬지는 이 유전자들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Journal of Human Evolution> 1월호에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200만년 전, 인간의 초기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屬의 초기 種)는 야생 얌을 비롯한 기타 뿌리채소들을 쓰게 느꼈다. 그러나 음식을 익혀 먹는 방법을 익힘에 따라, 그들은 뿌리채소들을 구워서 쓴맛을 없앨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의 수렵채집인들은 아직도 구운 뿌리채소들을 주요 칼로리원으로 사용한다.) 이와 동시에 호미닌들은 두 개의 미각(쓴 맛) 유전자를 상실함으로써, 광범위한 뿌리채소들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현대인,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은 모두 야생식물의 쓴맛을 감지하는 능력을 잃었고, 현대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호박, 감자, 얌 등을 개량하여 쓰지 않은 품종으로 만들었다.
 
 2. 그밖의 흥미로운 발견
 
 (1) AMY1 유전자
 
 또한 연구진은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현생인류와 초기인류(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사이에서도 재미있는 차이점들을 발견했다. 예컨대 현생인류는 평균 6개(최대 20개)의 AMY1 유전자(타액 속의 아밀라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침팬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은 AMY1 유전자를 1~2개밖에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현생인류에 비해 전분채소의 칼로리를 덜 섭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하버드 대학교의 리처드 랭엄 교수(생물인류학)는 “인류의 핵심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전분이 풍부한 뿌리채소를 익혀먹음으로써, 뇌를 확장시키는 데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여분의 아밀라제 유전자의 용도는 `식물로부터 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타액 속의 아밀라제가 하는 역할은 당분의 소화를 돕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인간의 소화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랭엄 교수와 그의 박사후 연구원인 레이첼 카모디는 “타액 속의 아밀라제가 수행하는 기능은 다른 것(예: 충치 예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선행연구들은 이상과 같은 적응들이 농업의 탄생과 함께 일어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페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수렵채집인들도 여분의 AMY1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AMY1 유전자의 변이가 1만 년 전(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이 아니라 약 60만 년 전(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공통조상에게서 갈라진 시기)에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초기 호미닌들이 헌대인보다 전분을 덜 섭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현대인이 누리는 혜택을 전부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2) MYH16 유전자
 
 익혀먹기가 우리 조상의 유전체와 위장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 중 하나는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이 하나같이 MYH16(씹는 근육의 미오신 유전자)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MYH16는 침팬지의 턱에 발현된 유전자로, 강한 저작근이 형성되게 해 준다.) “MYH16의 상실은 익혀먹기가 초래한 결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음식을 익히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초기 호미닌들 중 일부는 훌륭한 요리사였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중동의 네안데르탈인들은 보리를 익혀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현재 페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MYH16 유전자가 사리진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현생인류가 MYH16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요리를 발명한 것이 그들의 공통조상인 호모 에렉투스`라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4826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5-02-11 
※ 원문정보: George H. Perry, “Insights into hominin phenotypic and dietary evolution from ancient DNA sequence data”, Journal of Human Evolution, Volume 79, February 2015, Pages 55?63
 
※ 참고문헌
1. 데니소바인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2/6163/1156.summary
2. 요리는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서게 한 원동력 http://news.sciencemag.org/sciencenow/2012/10/raw-food-not-enough-to-feed-big-.html?ref=hp(한글번역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33876)
 
원문
http://news.sciencemag.org/archaeology/2015/02/how-modern-humans-ate-their-way-world-dominance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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