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유네스코가 주목한 기술 10가지 기술IT

대상 받은 한국의 웨어러블 열전소자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프랑스의 디지털기술 연구기관 넷엑스플로(Netexplo)와 함께 매년 주목받는 혁신기술 10가지를 선정해 ‘넷익스플로상’이라는 이름으로 상을 주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4일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그런데 올해는 좀 특별해 보인다. 처음으로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술은 2주간에 걸쳐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대상(그랑프리)에 선정됐다. 화제의 기술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웨어러블 열전(熱電) 반도체 소자’(점수 4.8)이다. 이 장치는 몸의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이 기기를 몸에 착용하고 있으면, 체온을 받는 기기의 안쪽과 공기에 노출된 바깥쪽 온도차를 이용해 제 스스로 전기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손목밴드형 스마트폰이나 옷 등에 이 소자를 부착하면 별도의 충전 없이 반영구적으로 전력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장치를 장착한 스마트워치라면 급하게 전화 걸 일이 있을 때, 배터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teg5-1.jpg

 

내년중 충전 필요없는 손목밴드형 운동량측정기 나올듯

 

지난해 3월 카이스트 조병진 교수팀이 개발한 이 장치는, 무겁고 휘어지지 않는 기존 세라믹 대신 유리섬유를 사용해 가볍고 얇은 데다, 모양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또 단위 무게당 전력생산 효율도 기존 세라믹보다 14배나 높아 향후 각종 웨어러블기기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기온이 영상 20도일 경우 사방 10㎝ 크기의 열전소자로 약 40㎽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는 반도체 칩을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조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한 웨어러블기기를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벤처기업 ‘테그웨이(TEGway)’를 설립했다. 그는 이달 초 파리 현지에서 진행된 토크쇼에 출연해 "내년 중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아마도 첫 제품은 스마트폰과 연계된 손목밴드형 운동량 측정기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가 기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넷익스플로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시상 주체와 선정 기준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기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이를 위한 평생교육, 인류에 기여하는 과학,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인류 문화 발전에 활동 목표를 두고 있는 유엔 기구이다. 따라서 기술이나 산업 그 자체보다는 인류의 생활에 얼마나 더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좀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넷익스플로 연구소 역시 웹 사이트를 통해, 기술 자체보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나갈 새로운 환경, 정보, 커뮤니티의 생태계에 주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카이스트팀의 열전소자의 경우를 보자.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전열기나 가전제품 등 폐열을 발생시키는 시설과 장비들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에너지전환효율이 좋은 실용적인 열전소자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일상 생활에서 부닥치는 에너지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에너지비용을 충분히 지불할 처지가 못되는 저개발국 주민이나 서민들에겐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이런 열전소자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열전소자의 쓰임새가 늘어날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유네스코와 네티즌들이 이 열전소자에 대상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미뤄 짐작해본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술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는 하지만, 넷익스플로상에 선정되는 기술들에서는 블록버스터급 기술을 찾아보기 어렵다. 훌륭한 성과를 내면서도 일반 사람들이 이용하기 쉽고, 지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그런 종류의 실용 기술들이 많다. 작지만 큰 것은 디지털의 특성이기도 하다.
 한국의 웨어러블 열전소자 외에 올해 유네스코가 주목한 미래 디지털기술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괄호 안의 숫자는 심사진이 매긴 점수다.)

 

1. 그룹 채팅 시스템 ‘슬랙’(slack, 미국. 4.25점)
 슬랙은 이메일, 스카이프, 파일 공유, SNS 등을 모두 하나로 묶은 그룹 채팅 시스템이다. 시중에 나온 지 8개월만에 사용자가 3만팀에 이르고, 이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가 한 달에 2억개를 넘었다고 한다. 트위터, 에어비앤비, 드롭박스와 <뉴욕타임스> 등이 현재 슬랙을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벌써 기업가치가 10억달러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향후 이메일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슬랙 설립자인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Scaninng Apple2.jpeg » 스키오로 과일의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scio 제공.

 

2. 분자 스캐너 ‘스키오’(Scio, 이스라엘, 4.8점)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이 개발한, 일회용 라이터 크기의 분자 스캐너이다. 스키오에는 물체의 화학적 성분들을 분석할 수 있는 작은 분광계가 있다. 곡물이나 음료를 스캔해 어떤 영양성분들이 들어있는지, 얼마나 잘 여물었는지 알아볼 수 있고, 의약품이 진짜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스캔한 정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로 보내지는데, 이런 데이터들이 쌓이면서 감별사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보의 정확성도 높아지는 빅 데이터 기술이다. 웹 주소는 여기(https://www.consumerphysics.com/myscio/).
 

3. 불법벌목 감시 시스템 ‘열대우림 커넥션’(Rainforest Connection, 미국, 3.3333점)
이는 중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벌목 감시 시스템이다. 중고 스마트폰을 아마존 열대우림의 나무들에 부착하면, 이 휴대폰들이 내장 마이크를 통해 사방 1킬로미터 이내의 톱소리 등을 감지한 뒤 감시원에게 벌목 위치를 전송해준다. 스마트폰의 전원은 태양광 패널을 통해 공급받는다. 위성을 이용해 감시할 경우 불법 벌목 현장을 적발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리지만, 이 방식을 이용하면 불과 몇분 안에 감시원이 출동할 수 있다. 미국의 물리학자 토퍼 화이트가 개발한 것이다. 화이트는 인도네시아에서 불법 벌목 현장을 목격한 뒤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4. 수학문제 풀이 앱 ‘포토매스’(PhotoMath, 크로아티아, 4.84점)
골치아픈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무료 스마트폰 앱이다. 마이크로블링크(MicroBlink)란 이름의 문서인식 소프트웨어 전문업체가 개발한 것이다. 앱을 열고 수학 문제를 스캔하듯 비추면 앱이 자동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용자는 정답은 물론 정답이 나오기까지의 풀이과정도 얻을 수 있다. 덧셈, 뺄셈, 나눗셈, 곱셈 등 사칙연산뿐 아니라 제곱, 루트, 1차 방정식 등도 풀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이폰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 회사쪽은 2015년 초에 안드로이드판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메일을 남겨 놓으면, 언제쯤 안드로이드판을 내려받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고 한다.(웹 주소는 https://photomath.net/#MailingList)

 

 
 

5. 자전거 소셜앱 ‘카포’(Kappo, 칠레, 3.6667점)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개발된 소셜게임형 스마트폰 앱이다. 모바일게임 앱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것으로, 자전거를 탄 거리와 스피드, 날씨 조건 등을 고려해 가상의 코인(바이크코인)을 부여한다. 참여자들에겐 코인 점수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전세계의 자전거족들에게 가상의 경주를 벌이게 함으로써, 세계의 도시들을 자전거 친화적으로 만들어간다는 게 이 앱 개발자들의 목표이다. 또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는 자전거족들의 궤적은 각 도시의 자전거 경로 정보로도 활용될 수 있다. 웹 사이트 주소는 여기(http://www.kappo.bike/).

 

hayduk-3dprinter007sm_jpg_640x860_q85.jpg » 폐가전으로 3D 프린터를 제작하는 모습. http://fr.ulule.com/wafate/

 

6. 폐가전 3D 프린터 ‘와파테’(W.Afate 3D Printer, 토고, 4점)

폐가전제품으로 만드는 친환경 3D 프린터이다. 아프리카 토고의 수도 로메에 있는 엔지니어인 코조 아파테가 아프리카로 실려와 버려지는 전자제품들을 3D 프린터로 부활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작됐다. 아파테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 근교에 있는 아그보그보로시(Agbogbloshie)에 미국과 유럽에서 버려진 폐기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버려진 컴퓨터, 스캐너, 사진복사기의 부품만으로 첫 번째 3D 프린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파테가 3D프린터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은 약 100달러(약 11만원). 일반 3D 프린터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폐가전 3D 프린터 시제품은 아프리카 혁신 서밋과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 앱 경진대회에서도 상을 받았다.

 

h327r4eee6-kuaisou.jpg » 바이두가 개발한 스마트 젓가락.

  

7. 바이두 스마트 젓가락(Baidu Kuai Sou, 중국, 3.6667점)
음식의 상태를 체크해주는 젓가락이다. 옛날 임금님이 수라를 들기 전에, 임금님께서 혹시라도 탈이 나실세라 미리 음식을 맛보던 기미상궁을 연상시킨다. 젓가락 끝부분에 달려 있는 센서가 기름이 상했는지, 온도는 몇도인지, 산도와 염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려준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가 개발한 것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쓴다. 식품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중국에서 첨단기술과 전통 식사도구를 결합시켜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한 점이 눈에 돋보인다. 2013년도에 넷엑스플로상을 받은 식품위험 경보 앱 ‘차이나 서바이벌 매뉴얼’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반면, 바이두의 젓가락은 사물인터넷을 이용하는 점이 다르다.

 

8. 온라인 학습코치 ‘브랜칭 마인드’(Branching Minds, 미국, 4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인지과학적 도구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웹-앱을 통해 학생이 특별히 어려워하는 점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온라인에 축적돼 있는 과거의 성공과 실패사례들을 토대로, 현재 부닥친 어려움이 실제 걸림돌이 되기 전에 바로잡아주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것이다. 이 기술은 경험이 축적될수록 효과도 좋아지는 적응형 기술이다. 맞춤형 방식을 통해 좀더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과정을 찾아내는 인지과학의 산물이다. 웹 주소는 여기(http://www.branchingminds.com/).

 

9. 에볼라 추적 시스템(Sense Ebola Followup, 나이지리아, 4점)

에볼라를 억제하는 모바일 도구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을 관리하는 핵심 열쇠는 시간이다. 현재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치료 및 예방 자원을 올바로 배치하려면 현재 상황이 지체없이 보고돼야 한다. e헬스 나이지리아는 보건부 직원들에게 실시간 모니터링 앱을 제공했다. 위치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토대로, 당국은 발생 건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들을 미리미리 취할 수 있다.
  

2008년 시작된 넷엑스플로상은 에너지, 환경, 교육 등 각 부문의 전문가 200여명이 심사에 참여한다. 넷엑스플로는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연구하는 비영리 민간독립기구로 2007년 설립됐다. 역대 그랑프리로는 시각장애인들의 눈과 귀 역할을 해주는 스마트 지팡이(BlindSpot, 싱가포르, 2012), 이용자의 신체상태를 체크해주는 전자문신(Electronic Tattoos, 중국, 2013), 기사를 읽어주는 뉴스 서비스 윕비츠(Wibbitz, 이스라엘, 2014) 등이 있다.
 

 

출처
https://www.netexplo.org/en/intelligence/public/vote/list
https://www.netexplo.org/en/intelligence/award-winner
http://pubs.rsc.org/en/Content/ArticleLanding/2014/EE/c4ee00242c#!divAbstract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