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감기 바이러스가 독감 바이러스 쫓아낸다 생명건강

flu-common-cold-cc.jpg » 인플루엔자는 이미 감기바이러스가 들어앉은 기도 세포에는 침투하지 못한다. 왼쪽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 있는 세포, 오른쪽은 리노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거의 침투하지 못한 세포. 예일대 제공

예일대 분석 결과, 둘 다 감염되는 경우 희박

리노바이러스, 인터페론 생산 유발해 독감 차단


바이러스를 잡는 데도 이열치열식 대응법이 유효할까?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여름이 지나고 인플루엔자(독감) 계절이 다가오자 세계 보건 당국의 긴장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이와 관련해 인플루엔자 확산 억제에 희소식이 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9월4일 생물학분야 국제 학술지 `랜싯 마이크로브'(Lancet Microbe)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장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항바이러스 방어 체계를 가동시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기 바이러스는 200종이 넘는데 그 중  절반이 리노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도 10~1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4종이다.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는 둘 다 핵산과 단백질 껍질로 이뤄진 RNA 바이러스에 속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호흡기 감염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 분석과 함께 실험 모델을 만들어 이와 비교했다. 연구진은 우선 예일뉴헤이븐병원에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1만3천여명에 관한 임상 데이터 3년치(2016~2018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그 결과 일반 감기 바이러스가 이미 체내에 있을 경우, 독감 바이러스가 몸 안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는 걸 발견했다. 신종플루와 감기 바이러스가 둘 다 활개를 치는 기간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를 이끈 엘렌 폭스맨 교수는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flu.png » 리노바이러스의 구조. 리노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에도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여러 돌기단백질이 있다. ‘사이언스’ 2009년 표지 사진. 위스콘신메디슨대 생화학부 제공

효과 5일 이상 지속…코로나19에도 통할지 연구 시작

 

연구진은 실제로 두 바이러스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우선 호흡기 상피세포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체의 기도 조직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기도 조직을 리노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연구진은 이어 기도 조직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도 노출시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막강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기도 조직에 침투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폭스맨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오기 전에 이미 항바이러스 방어체계가 켜져 있었다"고 말했다. 리노바이러스가 항바이러스 물질인 인터페론의 생산을 촉발한 결과다. 인터페론은 병원체가 침입해 올 경우 면역 시스템이 일으키는 초기 반응 가운데 하나다. 실험 결과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들은 3일 후부터 인터페론을 생산하면서 인플루엔자 감염을 차단했다. 리노바이러스 감염 5일째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RNA가 약 5만분의 1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 효과가 5일 이상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2009년 가을 신종플루(H1N1, 일명 돼지독감)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당시, 유럽에 이 감염병이 크게 유행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를 설명해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의 관심은 이제 이 방식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먹힐 것이냐로 넘어갔다. 폭스맨 교수는 계절성 일반 감기 바이러스가 코로나19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의 감염률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예일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감기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인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할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폭스맨 교수는 밝혔다.


출처
랜싯 논문 보기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