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미래] ‘언택트’에서 ‘찐택트’를 본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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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Untact, 비접촉).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을 한마디로 압축하라면 첫손에 꼽을 말이다. 비대면 사회의 전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다. 코로나19로 약속을 못 잡게 되고 외출, 여행도 하지 않게 됐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지만 웬일인지 사람들은 별 탈 없이 살아가고 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현장에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았는지 미처 몰랐다. 7년 전 미국 일자리 절반(47%)의 자동화 위험을 알렸던 영국 옥스퍼드 마틴스쿨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이번에도 주목할 만한 보고서를 냈다. 맘만 먹으면 미국 일자리의 절반(52%)을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군가와 접촉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코로나 사회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와 접촉하며 살아간다. 바이러스를 피해 접촉의 방식을 바꿨을 뿐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해줬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이미 비대면 생활에 깊숙이 빠져 있었다. 일상에 매여 살다 보니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이를 전면으로 드러낸 기폭제였다. 적어도 수년에 걸쳐 진행될 비대면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졌다.
무엇보다 이제 학습 교육은 온라인에서 거의 모든 걸 진행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온라인 세상의 특징은 개인화, 분산화다. 우리는 자라면서 가족, 마을, 학교, 동아리, 직장, 교회 등 여러 공동체에 소속돼 살아간다. 이것들은 각기 내 삶의 영역을 정해주는 컴퍼스 구실을 한다. 우리는 이를 매개로 세상과 접촉한다. 이를 시쳇말로 연줄이라고 부른다. 연줄은 있는 자에겐 성공의 도구이지만, 없는 자에겐 앞길을 막는 장벽이다. 그 가운데서도 학연은 성장기 10여년에 걸쳐 형성되는 아주 강력한 연줄이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학연을 빌미로 만나 선배님, 아우님 하며 거래를 흥정하고 뒷일을 도모하는 모습을 우리는 숱하게 보고 있다. 학생과 부모들이 그토록 강남학군과 특목고, 명문대, ‘인서울’ 꼬리표를 달려는 건 그 학맥의 가치를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교육의 온라인화는 이 고약하고 해묵은 학맥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가 열어준 비대면 사회는 나와 세상이 일대일로 직접 만나는 세상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학맥이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수단이라면 교회는 나와 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런데 코로나 덕분이랄까? 온라인 예배와 미사로 굳이 교회나 성당에 가지 않고도 신앙생활이 가능함을 알게 됐다. 온라인 종교행사는 내게 맞는 설교를 골라 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누구의 설교를 들을지에 대한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 우리신학연구소의 설문 조사를 보면 가톨릭 신자 두세명 중 한명꼴로 주일미사 의무 참석에 대한 생각이 덜해졌다고 답했다. 신자의 40%는 이젠 성당 중심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 실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종교 조직과 성직자에게 매여 있던 신앙생활의 틀을 깨고 있다. 생활의 온라인화는 곳곳에서 가치관의 전환을 재촉할 것이다.
대면사회는 나와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거쳐 확장해갔다. 비대면 온라인 사회는 나와 세상이 ‘직접 접촉’하며 확장해간다. 완벽한 번역 알고리즘이 등장한다면 그 접촉의 경계는 국경을 넘어 지구 전체로 뻗어갈 것이다. 비뚤어진 균형추를 바로잡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물론 비대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일 것이다. 어찌 됐든 씨앗은 뿌려졌다. 코로나19는 밉지만 코로나19가 틔울 변화의 싹은 그래서 반갑다. 나와 세상의 ‘진짜 콘택트’는 지금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이를 ‘찐택트’라고 불러볼까?


곽노필 ㅣ 콘텐츠기획팀 선임기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42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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