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생] 풍력터빈 날개의 검은색 페인트가 새를 구했다 세상을 바꾸는 생각

turbin6.jpg »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회전 날개 3개 중 1개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했다.

[세상을 바꾸는 생각]

풍력터빈 날개에 조류 충돌 사고 잇따라

검은색 페인트 칠하니 사망률 70% 감소


"시끄러운 그것들(풍력발전기)이 새를 죽인다. 새의 무덤을 보고 싶나? 풍차 아래로 가보라. 당신이 지금까지 본 것보다 더 많은 새를 보게 될 것이다."

화석연료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2월10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재생에너지 옹호론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실제로 조류 충돌은 풍력발전기의 약점으로 통한다. 미국에서만 한 해 수십만 마리가 풍력 터빈에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 제시됐다.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풍력 터빈의 날개 세 개 중 한 개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과학자들이 수년간 노르웨이 서부 해안지대의 육상 풍력발전단지에서 시험한 결과,  흰색인 풍력 터빈 날개를 검은색으로 칠한 뒤 조류 사망률이 70% 줄어들었다.

공개학술지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 7월26일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우선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스멜라군도에 설치된 높이 70미터, 날개 길이 40미터에 이르는 풍력터빈 68기에서 새가 얼마나 희생됐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2013년 이 가운데 4기를 골라, 각 터빈의 회전날개 3개 중 1개를 검정색으로 칠한 뒤 3년 반 동안 다시 지켜봤다. 연구진은 비교를 위해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인근 4기 터빈에서의 조류 사체 수 변화도 살펴봤다. 그 결과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터빈에선 조류 사체가 7마리에서 18마리로 늘어난 반면, 페인트칠한 터빈에선 사체 수가 11마리에서 6마리로 줄었다.

turbin5.jpg » 스멜라 풍력단지 전경. 위키미디어 코먼스

터빈 날개 윤곽선 뚜렷해져 충돌 막아

 

연구진은 종합 분석 결과, 페인트칠이 조류 사망률을 7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실험 전 6마리나 희생됐던 흰꼬리독수리는 페인트칠을 하고 난 뒤에는 한 마리도 부딪혀 죽지 않았다. 새의 희생 숫자는 계절별로 조금 차이를 보였다. 봄과 가을보다는 여름에 새의 희생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노르웨이 자연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이번 연구를 이끈 로엘 마위(Roel May) 박사는 “터빈 날개는 최고 시속 150마일까지 빠르게 회전하는데 그렇게 되면 날개 윤곽선이 잘 보이지 않는 `모션 스미어(motion smear) 현상이 나타난다"며 "세 개의 회전날개 중 한 개를 검은색으로 칠한 이유는 `모션 스미어' 효과를 줄여 날개가 더 잘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를 보호하는 방법은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새가 주로 지나다는 길을 피해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새가 지나가는 동안엔 발전기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 새를 감지하면 자동적으로 발전기가 멈춰서도록 하는 기술을 채택할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새가 없는 곳에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시험 규모가 작긴 하지만 페인트칠도 특히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풍력 발전기가 새를 희생시키는 주범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고양이나 고층건물, 자동차에 희생되는 새보다 훨씬 적다. 2015년 한 학술지(Annual Review of Ecology, Evolution and Systematic)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의 넘버원 킬러는 고양이다. 매년 24억마리가 고양이한테 희생된다고 한다. 이어 고층건물이 2위로 6억마리, 자동차가 2억마리다. 풍력 발전기는 전력선 충돌이나 감전사, 통신탑 충돌보다도 훨씬 뒤처지는 50만마리 정도로 추정됐다. 그렇긴 해도 페인트칠 하나만으로 한 해 수십만마리의 새를 구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거대한 검은색 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는 모습은 사람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풍력발전이 죽인 새 
논문보기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