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산모 대변이식으로 아기 면역력 높인다 생명건강

baby-821625_1280.jpg » 출생 초기의 장내 미생물 결핍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픽사베이

장내 미생물 부족한 제왕절개 출생 아기
엄마 대변 이식해주니 정상 상태로 복원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내 미생물은 2천여종, 100조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내 미생물을 최초로 전해주는 사람은 바로 엄마다. 자연 분만 과정에서 엄마의 장내 미생물이 아기의 입 속으로 들어가 전달된다. 그러나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의 몸속에 있는 장내 미생물을 충분히 받을 기회가 없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쳐 천식, 알레르기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아기의 입에 산모의 질액을 발라주는 경우가 있지만, 그 효과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에게 산모의 대변 일부를 먹여 장내 미생물을 보강해주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산모의 대변이식이 신생아 소화기관의 미생물 군집을 형성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출생 초기에 엄마로부터 장내 미생물을 받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baby3.jpg » 픽사베이

대변 이식 3주 후부터 자연분만 아기와 비슷해져

연구진은 헬싱키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출산을 준비하는 임산부 17명을 모집했다. 연구진은 우선 이들이 출산하기 3주 전에 이들의 분변을 채취했다. 그런 다음 대변에서 병원균이 발견되지 않은 7명만을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출산한 뒤 3.5~7mg의 대변을 모유 5ml에 희석해 아기에게 먹였다. 그리곤 생후 12주 동안 일정한 간격(출생시, 2일, 1주, 2주, 3주, 3개월)을 두고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자연분만 아기 29명, 대변을 먹이지 않은 제왕절개 아기 18명과 각각 비교한 결과, 대변을 먹인 아기의 장내 미생물군이 3주 후에 자연분만 아기 미생물군과 비슷해진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 아기가 정상 미생물 군집을 갖추려면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변 이식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에 비해 병원성 박테리아가 훨씬 적었다. 특히 대변 이식 후 3개월의 추적 기간 중 어떤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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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과제는 적정량 알아내는 것

미국 럿거스대 마리아 글로리아 도밍게즈-벨로 박사는 `사이언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모든 척추동물에서 아기가 나오는 곳이 항문 옆에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며 "이는 우연이 아닌 자연 선택의 결과이며 신생아가 대변에 노출되기를 원한다는 자연의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의대 존 펜더스 박사는 자연분만 아기가 출생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장내 미생물을 섭취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식대변의 적정량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적정량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에 이미 돌입했다. 대변을 이식받은 아기와 그렇지 않은 아기 그룹으로 나눠 수년간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대변 박테리아를 투여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버밍엄대 피터 브로클허스트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유해한 박테리아를 아무리 잘 선별하더라도 탐지 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연구진 역시 대변에는 위험한 미생물이 있을 수 있으므로 분변 이식에는 신중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하며 산모가 집에서 이를 따라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10월1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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