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위성인듯 아닌듯...성층권 나는 태양광 드론 우주항공

dron8-zephyr.jpg » 최초의 성층권 드론 양산모델인 에어버스의 제퍼에스.


군용 정찰기의 독무대인 성층권

태양광 드론으로 산업화 움직임


비행기가 등장한 지 약 120년이 흐른 지금, 항공산업은 우주 공간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산업분야로 성장했다. 전 세계 항공여행객 수는 연간 12억명을, 우주관련산업의 시장 규모는 연간 3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여객기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문제, 위성들이 남기는 우주쓰레기 위험이 세계의 현안으로 떠오를 정도다. 하지만 이런 걱정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한적한 하늘 영역이 있다. 하늘의 중간지대인 성층권이다.
성층권은 고도 10~50km 사이의 하늘을 말한다.  민간 제트여객기가 난류를 피하기 위해 성층권 경계지점(고도 10~11km, 일명 `대류권계면')을 순항하지만, 성층권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지점은 대략 12km부터다.  비유하자면 에베레스트산 위에 백두산을 얹은 높이다. 민간 여객기 중 성층권을 비행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콩코드는 고도 18km의 하늘을 마하2의 속도로 날았다. 현재 성층권은 프레데터(고도 14km), 글로벌호크(고도 18km) 같은 군사용 정찰기들의 독점 공간이다. 정찰기들이 성층권 고도를 나는 건 적의 레이더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최장수 정찰기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유투(U-2) 비행고도는 21km에 이른다.

최근 숨어 있는 이 성층권을 미래의 산업활동 무대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새로운 경쟁을 이끌고 있는 것은 고고도 태양광 드론이다. 유럽의 에어버스, 미국의 보잉,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이 성층권을 누비고 다닐 드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도 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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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바람 걱정 없어 태양 에너지 쓰기 좋아

 한곳에 계속 머물 수 있어 지역 감시 등 유리


성층권에선 구름이 없어 날씨의 급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공기 밀도가 대류권보다 크게 낮아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빨리, 더 멀리 날 수 있다. 성층권 상부의 공기 밀도는 지상의 1천분의1에 불과하다. 성층권에선 공기의 상하이동도 덜해 오랫동안 한곳에 머물 수도 있다. 구름이 없으니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성층권 드론의 비행 고도는 18km 이상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바람 때문이다. 성층권 바람은 고도 12km 부근에서 가장 강하고 고도 18~20km에서 가장 약하다. 다른 하나는 18km 이상에선 관제탑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정해진 항로 없이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하다. 드론 성능에 따라 며칠, 몇주 또는 몇달 동안 계속 비행할 수 있다. 이렇게 장기간 쓸 수 있는 위성의 특성까지 겸했다고 해서 성층권 드론을 고고도 유사 위성(HAPS: high altitude pseudo-satellit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도 18km는 온도는 무려 영하 70도에 이르고, 공기 밀도는 지상의 15분의1, 공기 압력은 지상의 20분의1(5%)에 불과하다.
성층권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지역을 24시간 계속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계속 지구를 돌아야 하는 위성은 같은 장소를 하루 두번밖에 모니터링할 수 없지만 드론은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은 육상 및 해상 감시 활동과 대기질 측정에 유용하다. 예컨대 배타적 경제수역 감시나 산불 등의 재난 감시, 태풍 등 기상현상 관측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군용 정찰기에 의존했던 오존층 측정은 물론 직접 정찰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통신위성과 지상국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 능력을 높여주는 보완 기능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우주와 지상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를 줄이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성층권 드론은 기존 위성에 비해 제작비와 운영비가 매우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다. 최소한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위성에 비해 수십억원이면 충분하다. 필요할 때 바로 띄우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 기동성이 좋고, 지상에서 조작하기도 쉽다.

drone10-_kelleher-zephyr-034-editsideshotfullzephyr.jpg » 영국 판버러에 있는 제퍼에스 생산공장. 비비시에서 인용


유럽 에어버스의 제퍼에스 26일 연속 비행 기록


성층권 드론 개발의 관건은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날개는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 밀도가 낮은 성층권에서 저속으로 날기에 충분한 양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동체 소재는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를 쓴다.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유럽의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가 개발한 제퍼에스(Zephyr S)다. 날개 길이 25m, 무게 75kg인 태양광 드론 ‘제퍼에스’는 2018년 8월 26일(정확히는 25일23시간57분) 연속 비행 기록을 세웠다. 오존층 바로 아래쪽인 고도 23Km 성층권에서 최대 5kg의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지난해 영국 북동부의 도시 판버러에 제퍼 드론 발명가 크리스 켈러허(Chris Kelleher)의 이름을 딴 양산공장 `켈러허'를 짓고 가동을 시작했다. 에어버스는 최초의 성층권 드론 양산모델인 제퍼에스를 연간 30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영국에서 3대의 주문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엔 호주 서부 윈드햄에 제퍼를 위한 고고도 유사위성 비행기지도 만들었다. 비행기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인데다 날씨 변화가 심하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기체가 가벼워 시험비행에서 고도를 높이는 중에 센 바람을 만나 추락하는 사고가 올들어서만 두차례나 발생해 고심하고 있다.

drone9-제퍼 비행센터.jpg » 에어버스가 오스트레일리아에 만든 제퍼에스 전용 비행장. 에어버스 제공

제퍼에스가 성층권에 도달하는 데는 약 8 시간이 걸린다. 하루에 1100마일(1770km)을 비행할 수 있다. 비행 중 동력을 잃고 떨어지는 경우 지상에 당도하는 데 약 90 분이 걸린다. 제퍼에스 설계책임자인 폴 스티븐스(Paul Stevens)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깃털처럼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제퍼에스 후속으로 드론의 크기를 키우고 성능을 높인 제퍼티(T)도 내놓을 계획이다. 제퍼티는 날개 길이 33m, 최대 무게 140kg이다.

drone6-odysseus-overSunsetA-Resized-800x400.jpg » 보잉이 개발중인 성층권 드론 오디세우스. 날개 길이가 74미터로 보잉 747보다 길다. 오로라플라이트사이언스 제공


보잉은 시험비행 무기한 연기로 뒤뚱


에어버스의 경쟁업체인 미국의 보잉은 자회사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를 통해 성층권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보잉의 태양광 드론 오디세우스(Odysseus)는 날개 길이가 무려 74미터나 된다. 점보 제트여객기의 대명사격인 보잉 747보다도 길다. 그러나 최근 개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봄 첫 비행을 계획했다 두차례 연기한 데 이어 지금은 시험비행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회사쪽은 명확한 이유는 언급하지 않은 채 “살아 있는 프로그램”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drone7-HAPSmobile.jpg » 일본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햅스모바일의 태양광 드론 `호크30'. 햅스모바일 제공


소프트뱅크, 내년 3월 하와이서 시험비행 나서기로


최근 움직임이 활발한 곳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분 95%를 갖고 있는 미국 에어로바이론먼트(AeroVironment)와의 합작벤처기업 햅스모바일(HAPSMobile)이다. 이 회사가 개발중인 성층권 드론 호크30(HAWK 30)은 9월11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사 암스트롱비행연구센터(AFRC)에서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호크30은 날개 길이 76미터에 프로펠러가 10개나 달린 초대형 드론이다. 세계 각지에 5세대 통신망을 연결하기 위해 개발하는 것으로,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6달 동안 고도 20km의 성층권을 순항하는 게 목표다. 2020년 3월 말까지 하와이 라나이섬에서 첫 성층권 비행에 도전한다. 최고 비행 속도는 시속 70마일(112km)이다. 햅스모바일은 구글의 인터넷 서비스용 성층권 풍선 `프로젝트 룬'에도 1억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룬은 올해 안에 케냐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인터넷 서비스에 풍선과 드론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drone5-오드던스.jpg » 오드넌스 서베이의 고고도 태양광 드론. 유튜브 갈무리


페이스북 포기한 공장선 새 성층권 드론 제작중

중국도 지난해 고도 20km 시험비행 성공 발표
 
세계 최대 SNS업체 페이스북은 성층권 드론 개발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했다. 페이스북은 스텔스 폭격기와 비슷하게 생긴 태양광 드론 `아킬라'(Aquila)를 두 차례 시험비행까지 한 뒤 2018년 프로그램을 접었다. 페이스북은 대신 에어버스의 제퍼에스 드론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킬라를 제작했던 공장에선 지금 새로운 성층권 드론이 제작되고 있다. 영국의 지도제작업체 오드넌스 서베이(Ordnance Survey)의 자회사 아스티간(Astigan)이  고해상도 지구 사진 촬영에 쓰일 성층권 드론을 개발하는 중이다. 날개 길이 38미터인 이 드론은 고도 20km에서 90일간 비행하는 걸 목표로 연내 시험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아스티간은 "드론을 이용하면 이전보다 빠르고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특정 지역의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2018년 10월 국영기업 중국항공공업집단유한공사(AVIC)가 성층권 태양광 드론 모닝스타를 개발해 20km 상공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닝스타는 날개 길이 20미터, 날개 무게는 18.9kg에 불과하다.

dron.jpg » 전남 고흥비행센터에서 시험비행 중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고고도 태양광 드론 3호기. 항우연 제공


한국 항우연 18km 시험비행 성공...세계 세번째

내년 24시간 체공 목표 달성후 상용화 과제 마련


한국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3년부터 본격 개발 중인 성층권 태양광 드론 `EAV-3'(Electric Aerial Vehicle-3)가 성층권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태양광 드론의 성층권 비행 성공은 미국 에어로바이론먼트의 헬리오스, 에어버스의 제퍼에스에 이어 세계 세번째다. 항우연의 드론은 2015년 처음으로 성층권 14km에 도달한 뒤 다음해엔 고도 18km까지 찍었다. 올 8월4일엔 전남 고흥비행센터에서 3호기 초도비행을 실시했다. 3호기는 이날 고도 상승 4시간만에 17km 지점까지 올라갔다. 지금까지 들어간 개발 비용은 63억원. 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항우연 항공기체계부의 이융교 박사는 "무인기를 개발해 오던 중 성층권 드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이 에어버스밖에 없는 것을 알고 여기에 도전하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엔 고도 18km 상공까지 올라가 24시간 체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24시간 내내 18km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고, 밤에는 12km 고도를 비행한다.

 항우연의 성층권 드론은 동체 길이 10미터, 날개 길이 20미터다. 무게는 1, 2호기는 53kg이었으나 3호기는 60kg으로 다소 무거워졌다. 더 큰 배터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무게만 20kg에 이른다. 드론에선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모든 부품은 국내 조달하지만 배터리만은 미국에서 수입해 쓴다.

drone4.jpg » 뒤에서 본 항우연의 고고도 태양광 드론. 항우연 제공

인공위성 대체용 아닌 보완용으로 유망할 듯


한국은 배터리산업 강국인데 어떻게 된 연유일까? 이 팀장에 따르면 안전성을 중시하는 자동차 배터리와는 달리 드론 배터리는 가볍고 효율 좋은 것이 우선인데, 이 조건을 충족해줄 수 있는 배터리가 국내에는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내년 24시간 체류 성공의 열쇠도 배터리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팀장은 "48시간 이상 체공할 수 있으면 어선 감시나 기상 관측 등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며 "일단 2020년에 24시간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3~5년의 기간을 두고 부품 안정성 확보 등 상용화에 필요한 과제를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햇다. 상용화를 위해선 더 많은 장치를 달고 더 오래 날 수 있도록 드론의 덩치도 좀 더 커져야 한다. 그는 "최소한 10kg 장비는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항우연의 성층권 드론 탑재 능력은 1kg 정도다.
그렇다고 성층권 드론이 인공위성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위성에는 훨씬 크고 성능이 좋은 다양한 장비들을 실을 수 있다. 작동 기간도 위성이 드론보다 훨씬 길다. 위성은 몇년 동안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지만 드론은 기껏해야 몇주, 몇달이다. 성층권 드론은 인공위성 대체용이 아니라 보완용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위성우주시장 조사기관 엔에스아르(NSR)는 성층권 드론을 비롯해 풍선, 비행선까지 포함한 고고도 항공기 시장이 10년 후엔 연간 17억달러(약 1조9천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약 40개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2020년대는 대류권과 우주 공간 사이의 이 틈새 하늘이 새로운 시장으로 활짝 열릴 전망이다.

*지면 기사(2019.10.28.)

출처
참고논문/고고도유사위성(HAPS)의 성능과 한계

오드넌스 서베이의 아스티간 드론
아스티간 드론 유튜브

오로라플라이트, 오디세우스 비행 무기한 연기
중국 성층권 드론
햅스모바일
NSR의 시장 전망
에어버스 제퍼에스
2018년 8월 체공시간 25일 23시간57분 신기록 수립
생산공장 완공
성층권 특성
-25km 부근서 오존층(O3) 밀도가 가장 높다
-성층권 바닥 높이는 위도와 계절에 따라 달라/하한은 적도 부근서 20km까지 높을 수 있으며 겨울에는 극에서 7km까지 낮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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