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MIT가 뽑은 '2016 최악의 기술'은? 기술IT

VW_Golf_TDI_Clean_Diesel_WAS_2010_8983.JPG » 배출가스조작에 쓰인 소프트웨어 `디피트 디바이스'를 달고 '클린 디젤'을 표방하며 미국 자동차쇼에 등장한 폴크스바겐의 골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실험실이 전부가 아니다…높은 현실의 벽

챗봇 테이, 갤럭시노트7 등 불명예 명단에

두뇌게임 루모시티, 발광식물 프로젝트도

 

올해도 자율주행차에서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놀라운 기술들이 선을 보였다. 그러나 신기술이 반드시 성공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세상에 나오기 전에 실험실에서 그냥 묻혀버리는 기술들이 더 많다. 실험실에서 성공해 큰 꿈을 안고 세상 밖으로 나오더라도, 막상 예상치 못한 현실의 벽에 부닥쳐 쓴맛을 보는 것들도 있다. 도전 자체가 아직은 무모한 경우도 있다. 올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미국의 매서추세츠공대가 발생하는 기술전문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올해 큰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실망과 비난에 휩싸인 ‘2016 최악의 혁신 기술’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트위터 챗봇 ‘테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글리베라’와 함께 삼성의 갤럭시노트7이 불명예스런 명단에 포함됐다.

05408302_P_0.jpg » 인천시 교통환경연구소에서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폭스바겐 경유차 인증시험 재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신문 김봉규

 

<리뷰>가 첫째로 꼽은 것은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디피트 디바이스’(defeat device)다. 폴크스바겐은 애초 성능과 연비를 끌어올리는 배출가스통제장치(AECD)라고 주장했지만, 미 당국의 조사 결과 배출가스를 실제보다 적게 내는 것으로 조작해주는 장치로 드러났다. 실제 배출량이 법정 허용치보다 최대 40배나 많았다. 사건 자체는 지난해 발생했지만, 이에 수반하는 후속처리 비용이 올해 가시화함에 따라 올해의 실패작에 올랐다. 지난 6월 폴크스바겐은 벌금과 함께 47만5천대의 리콜 및 보상비용으로 147억달러(약 18조원)를 지불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 폴크스바겐은 그러나 한국의 소비자들에겐 아무런 보상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05651615_P_0.jpg »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이후 홍보 입간판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신문 박종식 기자


둘째는 지난 8월에 출시됐던 삼성의 스마트폰 최신작 ‘갤럭시노트7’이다. 삼성은 출시 직후 과열로 인한 폭발 신고 건수가 35건을 넘어서자 신속히 리콜 조처를 취했다. 모든 구입자들에게 즉시 전원을 끄고 신제품과 교환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신제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자 아예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그때까지 판매된 250만대 모두에 대해 회수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세계 최초로 홍채 인증 기술을 내장한 갤럭시노트7은 출시 2개월만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도 과열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ch.jpg » 지금은 폐쇄된 챗봇 테이의 트위터계정.

 

셋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적으로 내놓았던 챗봇 ‘테이’(Tay)다. 3월에 나온 테이는 여성 캐릭터로 자기 고유의 트위터 계정도 갖고 있다.  테이에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점점 더 똑똑해지는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그러나 세상에 나온 지 24시간도 안돼 테이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흡연을 자랑하고 섹스를 요구하고 히틀러를 찬양하고, 페미니스트에게 험담을 했다. 테이의 돌출적인 행동에 놀란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로 그 다음날 이 챗봇을 퇴출시켜야 했다. 

 

past.jpg » 루모시티의 두뇌게임의 한 장면. MIT테크놀로지리뷰

 

넷째는 두뇌게임 ‘루모시티’(Lumosity)다. 루모시티는 게임을 하면 멍청해진다는 통념을 깨겠다며 등장한 두뇌게임이다. 퀴즈와 기억력 테스트라는 방식을 통해 게임도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루모시티는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한 심리학 연구팀은 두뇌게임의 효과와 관련한 370여개의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두뇌게임은 뇌 기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루모시티는 미 정부로부터 허위광고 혐의로 2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때였다. 미 정부는 “루모시티는 나이가 들면 인지력이 감퇴한다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에 호소를 했지만, 광고를 뒷받침 할만한 과학은 없었다”고 밝혔다.
 

original.jpg » 투자금 모집이 완료됐음을 알리는 발광식물 프로젝트 화면. 킥스타터


다섯째는 발광식물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식물 만들기 프로젝트는 ‘손수 생물학’(DIY 생물학)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처럼 보였다.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순식간에 약 50만달러를 모았기 때문이다. 발광식물 프로젝트는 전문 연구기관에 소속돼 있지 않은 아마추어 생명과학자들, 이른바 바이오 해커들 사이에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투자금 모집이 끝난 지 3년 반이 지났음에도, 발광식물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5000여명의 후원자들에게 돌려줄 돈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리뷰>는 발광식물 프로젝트는 도리어 “그릇된 약속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고 논평했다.
 

Chomitz3616_JCP5320s.jpg » 유니큐어의 유전자치료제 글리베라.http://www.uniqure.com/careers-contact/photo-gallery.php


여섯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글리베라(Glybera)다. 2014년 유럽에서 사상 처음으로 승인받은 유전자치료제로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다. 이 질환의 정식 명칭은 ‘가계성 지단백지질가수분해효소결핍증(familial lipoprotein lipase deficiency)’이다.  유럽에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200명이 안 될 정도로 매우 드문 질환이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100만달러를 넘는다. <리뷰>는 과다한 비용 부담과 효능에 대한 우려로 그동안 처방 사례가 1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이 치료제를 개발한 네덜란드의 유니큐어(UniQure)는 DNA 대체요법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대신 완벽한 실패작을 내놓은 셈이 됐다고 <리뷰>는 논평했다.
 

apple.jpg » 다양한 디자인의 애플 워치. 애플


<리뷰>는 이밖에 애플 워치,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줄기세포 클리닉도 올해의 실패작 기술로 꼽았다.

애플 워치의 성공 여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지만 <리뷰>는 올 한해 애플워치 판매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평가했다. 스마트 워치 시장 자체가 애초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애플의 경쟁업체들도 스마트 워치 사업을 접거나 연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모토롤라는 모토360의 판매를 무기한 중단했다. 2013년에 맨처음 스마트 워치를 내놓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 페블(Pebble) 역시 이달 들어 스마트 워치의 제조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17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의 뉴스피드도 명단에 올랐다. 이번 미국 대선 기간 중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통해 활개를 친 탓이다. 예컨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것 등이 올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다. <리뷰>는 “가짜뉴스는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에 대한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빌려, 가짜뉴스를 걸러내지 못하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의 한계를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주목한 것은 법의 허점을 틈타 성행하고 있는 줄기세포 클리닉이다. <리뷰>는 "이들은 줄기세포를 쓰면 거의 모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한다"며 "미국에서만 최소한 350개가 넘는 줄기세포 클리닉이 있다"고 전했다. <리뷰>는 그러나 한 줄기세포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줄기세포 클리닉은 인간을 대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승인받지 않은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3189/the-biggest-technology-failures-of-2016/?set=602944

폴크스바겐 스캔들
https://www.technologyreview.com/s/541661/what-the-vw-scandal-means-for-clean-diesel/
갤럭시노트7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2598/samsungs-flaming-phones-will-be-a-slow-burn-for-the-company/

테이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1111/why-microsoft-accidentally-unleashed-a-neo-nazi-sexbot/

루모시티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2540/brain-training-apps-wont-make-you-smarter/

발광식물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1884/why-kickstarters-glowing-plant-left-backers-in-the-dark/

글리베라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1165/the-worlds-most-expensive-medicine-is-a-bust/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