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백투더퓨처2'의 상상과 현실 사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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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옛날 영화가 있다. 26년 전에 나온 SF영화 <백 투 더 퓨처 2>(Back to the Future, Part II)다. 이유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미래가 바로 2015년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무대가 1985년이니 주인공들은 30년의 미래여행을 떠난 셈이다.
<백 투 더 퓨처>는 평범한 한 소년(마티 맥플라이)이 괴짜 발명가 박사(브라운)를 만나, 그와 함께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자신의 인생과 관련한 모험을 겪는 내용을 그린 오락영화이다. 〈로맨싱 스톤〉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의 지원 아래 만든 것인데, 1편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3부작‘까지 이어졌다. 1985년에 나온 1편은 30년 전으로 돌아간 1955년, 2편은 30년 후로 날아간 2015년, 마지막 3편은 100년 전 서부시대로 돌아간 1885년이 각각 무대로 등장한다.
 

<백 투 더 퓨처 2>는 마티 앞에 30년 후 미래(2015년)로 갔던 박사가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박사는 마티를 데리고 위기에 처한 마티의 미래 아들을 구하러 2015년으로 날아간다. 마티는 아들을 구하고 다시 돌아오는데 그 사이 악당 비프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고 어머니는 비프와 재혼을 하는 사태가 벌어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타임머신을 이용한 비프의 계략임을 안 마티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이 영화의 기본 구상은 극본가인 밥 게일이 아버지의 졸업 앨범을 보고는,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자신이 친구가 되는 상황을 상상해본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런 상상을 실현해줄 수 있는 장치가 바로 타임머신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 속의 2015년과 실제 2015년은 얼마나 같을까?

홀로그래픽을 보고 깜짝 놀라는 마티.PNG

 

 

평판 TV 및 화상통화 장면.PNG

타임머신 ‘들로리안’이 도착한 시점은 정확히 2015년 10월21일. 그들이 도착한 2015년의 마을과 거리는 1985년의 마티가 보기엔 매우 생소한 풍경들이었다. 얼이 빠진 채 구경하고 있는 마티 앞으로 갑자기 큰 상어가 아가리를 벌린 채 덮쳐오고, 마티는 기겁을 한다. 알고보니 영화 <조스〉19편의 홍보 홀로그램(실제 <조스>는 4편까지만 만들어졌다). 마티는 혼비백산했지만 오늘날 홀로그램은 전용 극장까지 생길 정도로 우리한테 익숙해져 있다. 당시의 상상력이 현실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영화 속의 2015년 풍경 중에는 지금 우리들한테 익숙한 것들이 꽤 있다. 예컨대 벽걸이 평판 TV, 구글 글래스를 연상시키는 헤드기어형 디지털기기, 스카이프와 같은 영상통화 시스템, 입체 영화,  ‘애플 페이’를 연상시키는 지문인식 결제 시스템 등이 그런 류에 속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추격신에 등장하는 호버보드(공중에 떠다니는 스케이트보드), 타임머신 연료로 쓰이는 핵융합 에너지 등은 너무 앞서나간 상상이다. 영화에선 또 미국 신문 중 <USA 투데이>만 살아남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 역시 너무 나갔다. 사건 현장을 공중 이동촬영하는 장면은 소형 무인항공기 드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기의 실체는 등장하지 않아 정확히 판별할 수는 없다.

영화 속의 보허보드.PNG

 

10월에 나올 헨더 호버보드.PNG

 

영화에서 마티와 악당들이 추격전을 펼칠 때 탔던 ‘호버보드’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던 관객들의 눈을 확 잡아끌었다. 실제로 이런 보드가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많은 개발자들이 이 영화에 자극을 받아 실제 제작에 도전해 왔다. 하지만 이는 중력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것이어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11년에 가서야 파리 디드로대 연구진이 만든 맥보드(MagBoard)가 자기부상 방식으로 트랙 위에서 보드를 띄우는 실험에 겨우 성공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부양 정도가 낮고, 온도 유지 등의 기술적 문제도 겹쳐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한 동안 뜸하던 호버보드 바람은 지난해 가을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헨도 호버보드’라는 이름의 시제품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역시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했는데, 두 사람이 타도 뜰 수 있을 만큼 부양력이 제법 강하다. 작동시간은 한 번에 15분 정도. 하지만 영화처럼 아무데서나 뜰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기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호버보드와 견줄 바는 못되지만, 조건이 갖춰진 시설에서 오락용 정도로는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제작업체는 투자자들에게 마티가 도착한 2015년 10월21일 당일에 맞춰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영화 속의 자동매듭 운동화.PNG

 

마티가 신었던 하이탑(복사뼈까지 덮는 신발) 형태의 자동매듭 운동화도 호버보드 못잖은 관심을 받은 제품이다. 영화엔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영화에 PPL 광고를 넣었던 나이키가 드디어 올해 이 제품을  ‘파워 레이스’(power laces)란 브랜드로 내놓는다. 나이키쪽은 시판 시기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마티역을 맡았던 마이클 폭스는 한 동영상 댓글을 통해, 그 날짜가 ‘5월15일’이라며 특급비밀을 공개했다. 나이키는 앞서 2011년에 영화 속의 운동화를 재현한 운동화를 한정 시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엔 모양만 똑같았을 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명실상부한 재현품을 내놓는다. 4년전 운동화 판매수익금은 마이클 폭스가 파킨슨병 환자를 돕기 위해 설립한 재단에 기부됐다. 폭스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끝난 이후 파킨슨병 투병생활을 해오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들로리안'.png

 

아에로모빌 3.0.jpg

 브라운 박사와 마티가 시간여행을 떠날 때 이용한, 하늘을 나는 차 ‘플라잉카’는 사정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꽤 남아 있다. 이 분야에선 두 업체가 경쟁중이다. 미국의 테라푸기아와 슬로바키아의 아에로모빌이다. 테라푸기아는 수직이착륙 개념의 플라잉카를 개발 중이다. 아에로모빌은 <백 투 더 퓨처 3>가 나왔던 해인 1990년부터 25년째 플라잉카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3.0버전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상태이다. 하지만 테라푸기아 대표인 칼 디트리히는 앞으로 플라잉카가 실용화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영화속의 연료주입로봇.PNG

 

미 허스키사의 연료자동주입 시스템.PNG

 

영화에서 마티는 플라잉카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연료주입 로봇을 보고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화에서 이 로봇은 자동차를 사방으로 살피면서 점검도 해준다. 이런 로봇 역시 아직은 없다. 다만 미국의 허스키라는 업체가 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자동으로 연료를 주입해주는 로봇을 개발한 상태다. 올해 안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타임머신 연료로 쓰기 위해 미스터 퓨전에 음식 쓰레기를 넣는 장면..jpg

 

브라운 박사가 쓰레기통 속에서 바나나 껍질과 먹다 남은 맥주, 콜라 등을 플라잉카에 주입하는 모습도 인상깊은 장면이다. 이 쓰레기들은 차에 장착된 ‘미스터 퓨전’(Mr. Fusion)이라는 가정용 핵융합반응기 안에서 연료 겸 타임머신 에너지로 바뀐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이런 기기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각국이 핵융합 연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21세기 중반에나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쓰레기에서 자동차 연료를 뽑아내는 기술은 몇몇 지역에서 실용화돼 있다.
 상상력이 실제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는 지금 거의 자취를 감춘 공중전화 부스가 거리의 일상 풍경으로 그려져 있다. 스마트폰은 당시 제작자들로선 상상할 수 없는 제품이었던 탓이다. 스마트폰 세상을 연 스티브 잡스가 얼마나 큰 혁신가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애초 미래를 다루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해 해봤자 예측은 빗나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그래서 그저 재미있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제작하기로 한 이상 터무니없는 장면을 만들 수는 없는 일. 결국 과학기술자들의 자문을 얻어 2015년의 미래 장면들을 그려냈다. 함께 대본을 쓴 밥 게일 역시 “우리는 2015년까지 플라잉 카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위해 필요했다”라고 말한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상의 세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꿈이 담겨 있는 그 상상은 과학기술자에게 새로운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에서 브라운 박사는 마티에게 “우리가 가는 곳에 길은 필요없다”라고 말한다. 이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래는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2015년을 다룬 영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jpg » 영화 <6번째날>의 한 장면.


2015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백 투 더 퓨처 2> 말고도 여럿 있다. 우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은 2000년 개봉작 <6번째 날>이 있다. 영화에서 2015년은 완벽한 인간 복제가 음성적으로 성행하는 사회로 그려진다. 복제 비용은 200만달러. 복제 기술은 이미 2005년에 완성됐다. 불과 15년전 작품인데도 실제와는 무척 동떨어진 묘사다. 하지만 <6번째 날>에 등장하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자동 운전 기술 등은 현실과 잘 맞아떨어진다. 터치스크린이야 이미 보편화돼 있고, 자동운전 기술 역시 제한된 범위 안에서 어느 정도 구현이 돼 있다.
 2005년작 <아일랜드> 역시 인간 복제 문제를 다뤘다. 메릭 바이오테크란 회사가 2014년 마침내 인간복제를 성공시키고, 정부는 이를 통제하기 위해 2015년 우생관련법을 만드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이 진짜 인간에게 장기 등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들의 탈출기다. <아일랜드>가 불과 10년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일랜드> 제작진은 개봉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당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를 보고 시대 배경을 확 당겼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 만든 TV 애니메이션도 있다. 1995년 제작된 26부작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디스토피아 세계를 묘사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서기 2000년에 거대한 운석이 추락해 그 영향으로 인류의 절반이 사라지는 대참사가 일어난 지 15년 뒤의 세상을 그린다. 선택받은 10대 청소년들을 태운 휴머노이드 전사 ‘에반게리온’을 앞세워 괴물체와 싸우는 특수기관을 둘러싼 일화들이 펼쳐진다.
 이밖에 만화가 원작인 2008년 영화 <20세기 소년>에선 15년 전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다는 누명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가, <언더월드> 시리즈의 네번째 <언더월드 4 : 어웨이크닝>(2012년 작)에선 인류가 뱀파이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뱀파이어 숙청에 나서는 이야기가 각각 전개되는데 그 배경 무대가 모두 2015년이다.

 

*이 글은 현대자동차 사보 <모터스라인> 2015년 3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참고

아직도 실현되지 못한 백투더퓨처 장면 10가지

https://www.youtube.com/watch?v=CCHZwqO2-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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