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보수에 매년 수천억원이 든다!
이렇게 시작된 미사일방어 계획은 이후 90년대 말까지 개발비 750억달러를 포함한 수천억달러의 군비를 확충시켰다. 전임자보다 두배의 국방비를 지출한 레이건 시절의 군비 확충은 미국을 세계 최대 채권국에서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시켰다. 전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6.2%에 달하는 군비 지출로 재정이 엉망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주범 중 하나는 소련의 미사일을 무력화하지도, 쓸모없게 만들지도 못한 ‘전략방위구상’이다. 나중에 이를 합리화하는 학자들은 레이건의 군비 증강이 냉전을 종식시켰다는 거짓말까지 덧붙였다.
지난 13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자 예상했던 대로 우리 사회의 군비증강론자들은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군의 미사일방어가 지체된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종속되는 것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 때문”이었다며 “이제는 과감히 미사일방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속셈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제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미사일3(SM3), 패트리엇을 사자는 얘기다. 더불어 이지스함 추가 건조라든가 방공작전통제소, 조기경보레이더도 현대화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의 엑스밴드레이더의 한국 배치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걸 전부 안 한다 하더라도 한국군이 초보적인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최초 비용이 적어도 11조원이다. 2008년 초 국방부가 당시 이명박 당선자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한번 시스템을 구축하면 매년 유지와 보수, 성능 개선에 수천억원씩 잡아먹는 게 바로 미사일방어다.
이렇게 한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책임질 사람도 없다. 30년째 미사일방어를 추진한 미국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징후만 보여도 전투기로 선제공격하는 방안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려면 현 정부 임기 중에 12조원에 이르는 미국제 스텔스전투기 60대는 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정거리가 300㎞를 넘는 새로운 미사일을 도입해야 하고 각종 정밀폭탄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 그러고도 산속의 미사일기지나 이동식 발사대를 전부 제압할 수 없다. 특수부대가 직접 가서 파괴해야 한다. 이걸 정말 하려는 것인가? 시민단체나 중국의 반대가 문제가 아니다. 군사력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무모함이 문제다. 냉전을 종식시킨 것이 아니라 강화한 레이건 대통령의 아주 잘못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