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정치논리로 스텔스기 도입 추진 중 무기의 세계

 

정권 말 정치논리로 스텔스기 도입 추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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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전력화 2015년?


‘깡통 전투기’로 알려진 F-35 스텔스 전투기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기자를 만난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반드시 현 정부 임기 중에 구매 계약서에 서명한다는 일정으로 가는 것 같다”며 “정권 핵심부의 구매의지가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다수 언론은 8일 국방부가 국방개혁 과제를 확정하면서 "F-X 3차 사업으로 스텔스기 전투기 전력화 계획을 2015년 이전까지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애초 목표로 했던 2015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도입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2015년 이전 스텔스 전투기 도입이라는 보도는 매우 충격적이다. 향후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은 현재 스텔스 전투기 개발수준, 가용예산, 미국 내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절대 맞출 수 없는 전력화 목표이기 때문이다. D&D의 취재결과 현재 합참의 ‘13~’17 중기군사전력목표기획서(JSOP)와 ‘14~’18‘ 기획서에서는 2020년까지 총 60대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공군 관계자에 의하면 “합참의 기획서에 의하면 스텔스 전투기는 대략 2016년까지 10대, 나머지 50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도입할 장기소요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2015년 이전 전력화라는 보도에 대해 “예산이 절대 부족한 공군은 거의 기절할 지경”이라며 “진의 파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수출 가능한 F-35 모델은 블록C형 인데 2016년까지 개발이 다 될지도 의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합참의 기획문서도 실현되기 어려운 판에 그보다 더 빨리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정체불명의 보도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가히 ‘스텔스 광풍’이라고 부를 만하다. 2015년 전력화가 가능하려면 무조건 올해 안으로 대상기종 선정과 협상이 완료되고 2012년에는 구매계약이 완료하는 등 ‘초스피드’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서 이와 같은 광풍이 일어난 한 가지 배경이 드러난다. 바로 현 정권이 구매계약서에 서명하겠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정권에 왜 계약권을 넘겨주어야 하느냐는 정서가 정권 내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스텔스 전투기 구매에 대한 긴박한 움직임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국방부 내에서는 모든 국방계획 작성이 스텔스 전투기구매 여부에 맞추어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최근 JSOP 수정이나 중기국방계획 작성을 전면 보류하고 있다”며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대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면 여기에 맞춰 기획문서와 중기계획을 수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분명 새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 말하듯이 스텔스기 도입이 남북 간의 긴박한 안보상황 때문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안보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작년에도 국회는 F-X 3차 사업 예산 157억원을 전액 삭감했고, 정부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북한이 도발한 원점과 핵심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스텔스기 도입을 미룬 작년에는 안보위기가 지금보다 더 긴박했는데, 이때도 사업예산 편성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으로 기울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F-X 사업예산은 연구용역비 3억원이 전부다.

예산당국과 국회, 공군이 모두 “시기상조”라는데 스텔스기 도입을 강행하는 당사자는 청와대와 국방부, 그리고 그 지침을 받은 공군 수뇌부인 것으로 보인다. 정작 2015년 전력화가 목표가 아니라 “현 정권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진짜 목표가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산 판단도 엉터리  

 

최근 스텔스기 도입의 배경이 되는 논리 중 하나는 예산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래 공군은 2020년까지 FX 사업비로 9조6000억원을 조달할 방법이 묘연했는데 최근에 8조2000억원이면 조달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판단이 제출되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판단’은 지난 1월 중순에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직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 측으로부터 F-35를 구매하라는 권유와 함께 새로운 구매조건을 전달 받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무렵 방위사업청은 미국의 록히드마틴 관계자와 접촉하여 새로운 구매조건, 즉 가격과 도입 시기, 기술이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을 전달받은 공군은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중기국방계획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 내부 의견을 통합하고 있는 것으로 D&D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그러나 미 측의 파격적 제안이 있었다하더라도 우리 군 당국이 이를 제대로 검증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계속되는 개발비 상승과 성능 상의 문제로 미 공군도 F-35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파격적 제안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의 파격적인 제안을 믿고 사업을 추진하다 낭패를 당한 아파치 공격헬기 도입 실패의 사례가 있다. 2009년 4월에 미 육군은 중고 아파치를 한국에 판매할 경우 대당 기체비용으로 214억원이라는 ‘중고 반값’이라는 파격적 제안을 제시했다. 이에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과 육군은 이를 도입하기로 정책을 결정하였고, 변무근 당시 방위사업청장은 '매우 경제적인 획득방안'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업추진을 건의하였다. 그러나 막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아파치 헬기 성능 충족을 위해서는 데이터링크, 무장능력과 같은 임무장비를 장착하는 추가비용 91억원, 후속군수지원(ILS) 비용 155억원, 그리고 숨겨진 비용을 포함할 경우 대당 가격은 461억원+α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방위사업청의 구매조건 문의에 대한 미 육군의 60쪽에 달하는 답변서가 작년 4월에 방위사업청에 접수되면서 비로소 밝혀졌다.

F-35의 경우는 아파치 헬기보다 더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말 한마디를 믿고 허겁지겁 정책을 결정하는 지금의 모양새는 아파치 구매의 난맥상을 그대로 닮았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도입된 전투기들이 예상도입가보다 낮게 들어온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F-15K 도입을 결정한 2002년에도 애초 4조원이면 가능할 것이라던 사업예산이 5조원을 상회한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또한 F-35는 일부 기종이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개발비로 인해 개발취소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현재 가격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설인데, 정작 국방부는 매우 낙관적인 예산판단을 근거로 이와 같은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국에 F-35 판매를 제안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1월 초 미 해병대용으로 개발 중인 F-35B에 대해 단거리수직이착륙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할 경우 사업 자체를 백지화시켜버리겠다는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 미 의회에서도 F-35에 대한 불신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F-22보다 저렴한 스텔스기를 개발해 예산부담을 줄여보겠다는 당초 의미는 무색해졌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록히드 마틴이 개발비를 한 푼도 보태지 않은 한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F-35를 팔 것이라는 기대는 어떻게든 조기에 F-35를 판매하려는 미 업체의 ‘립 서비스’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록히드 마틴 관계자는 3월 7일 <코리아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포함한 모든 F-35 구매국에 대해 미국과 동일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에 블록 0.5 기체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F-35가 저렴한 가격에 한국에 인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믿을 만 한 것일까. 록히드 마틴은 피스브릿지 사업, T-50 사업 등에서 보듯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싸우는 방법 정립이 우선


스텔스 전투기 도입의 두 번째 근거인 한국군의 ‘능동적 억제전략’, 즉 북한의 방공망을 돌파한 정밀타격 능력 확보의 타당성도 문제다. 전장의 종심이 짧고 조밀한 방공망을 자랑하는 북한의 핵심목표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텔스 전투기가 필요하다. 스텔스 기능은 레이더반사 단면적(RCS)가 얼마나 축소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F-15K의 RCS에 비해 F-35는 100배 이상, F-22는 1000배 이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투기끼리 1:1 가상교전에서 F-22는 F-15, F-16과 144전 전승의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합참의 기획문서에도 “차기 전투기 성능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성능은 스텔스”라고 못 밖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 무기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 무기와 무인항공기 등 스텔스기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새로운 무기 출현도 예견되는 상황이다. 특히 네트워크 중심전(NCW)인 현대전에서는 스텔스 전투기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여러 출처의 감시정찰자산(ISR), 예컨대 이지스 레이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 무인항공기와 제4세대 전투기가 융합된 네트워크 작전이 스텔스 전투기를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월간 <항공> 3월호에서 계동혁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선제적 억제전략이 꼭 스텔스 전투기가 있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략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스텔스 전투기 투기 광풍에 휩싸인 국내에서는 이런 이성적인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오직 스텔스 전투기냐, 아니냐를 두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더 무서운 사실은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주장하면 미래를 준비하는 애국자요, 이를 반대하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여러 대안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직 스텔스 도입으로 질주하는 국방부 전차군단의 독주는 불안하다. 역대 정권이 정권 말기에 전투기 도입 문제로 홍역을 치룬 모양이 그대로 답습되는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91년에 청와대와 국방부는 F-18에서 F-16으로 차기전투기 기종을 변경시키면서 공군과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멀쩡한 공군 참모총장이 F-16에 반대했다고 강제로 전역시키고 국군수도병원에 40일 간 감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02년에 국방부는 F-15K 도입에 반대하는 공군 시험평가단장과 그 전임자 2명을 구속시키고 공군을 배제한 가운데 F-15K 도입을 강행했다. 지금 스텔스 도입에 대해서도 공군 조종사들은 구경꾼에 불과하다. 역대 정권이 전투기 도입을 자신의 전유물로 인식하던 그 모양과 정확히 닮아있다.

무기체계를 결정은 먼저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여기에 맞춰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무기를 사용하는 공군과 국방부 간의 충분한 공감대다. 그러나 이제껏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정권적 차원에서 무언가 업적을 남기려는 독단적 의사결정이 반복되면서 공군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과거사례를 반면교사로 해야 할 것이다. 때아닌 스텔스 광풍은 이러한 당위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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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