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보수정권이 전쟁에 지는 이유 남북군사력

 / 김종대
북 전략 꿰뚫어볼 통찰력 없이
‘번개사업’에 돈 펑펑 쓴 청와대
안보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군은 연평도 포격사건 사흘 뒤인 2010년 11월26일에 “최고 성능의 무기로 북한의 비대칭 무기에 대응하라”는 이명박 대통령 지침에 따라 ‘번개사업’이라는 무기도입 사업을 추진한다. 국방부와 합참의 검토 절차도 거치지 않고 청와대가 직접 국방사업에 손을 댄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율곡사업 이래 40년 만의 일이었다. 번개사업은 한국군이 운용하는 에이태큼스 미사일, 다연장포 구룡에다 지피에스(GPS) 항법장치를 장착하여 북의 장사정포와 해안포를 정밀타격하는 장비를 도입(L1, L2)하는 사업과 지상기지국의 지피에스 신호 발신을 하는 일명 ‘의사위성시스템’(GBNS) 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방부와 장성들조차 깜짝 놀란 이 극비사업은 올해 6월에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시연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의 완료 시점을 앞둔 지난 4월19일에 이 대통령이 이 무기를 개발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한 것은 의미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업은 우리나라 국방사업의 최대 재앙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5~6월에 번개사업을 ‘부실사업’으로 판정하고 7월에 감사원 담당 국장과 과장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을 직접 방문하여 사업의 부실요인을 개선하라고 통보하였다. 이 사업에는 성능이 우수한 군용 지피에스가 아닌 민간 상용의 지피에스를 적용하였기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지고 북한의 전자전에도 취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방부의 검토 절차 없이 전문성 없는 청와대가 직접 관장한 사업이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에 정보기관은 감사원의 자문에 응한 민간인을 사찰한 데 이어 강도 높게 조사했고, 감사원의 담당과장을 보안조사하여 징계를 받도록 감사원을 압박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 과장은 다른 부서로 전보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

이 사업이 추진되기 두 달 전인 재작년 8월23일에 북한은 사흘간 서해에 지피에스 항법체계를 교란하는 전파방해 공격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 김포공항, 파주 인근의 케이티(KT) 이동통신국, 전자통신연구원, 국토해양부 항행시설과 등에서 피해가 보고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전파방해 공격의 목표는 민간 시설과 장비가 아니라 군 무기체계였다. 군 무기체계가 지피에스 공격을 받으면 교전이 발생했을 때 북한의 표적을 잡기가 불가능해지고 통신장비의 교환기와 전송장비가 교란되어 작전이 불가능해지며 포병 전력도 마비된다.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실제로 2006년에 헤즈볼라는 동일한 방법으로 중동 최강인 이스라엘 공군을 궤멸시켜 국지전에서 승리했다. 당시 헤즈볼라의 기술은 이란의 전자전 기술을 차용한 것이었고, 이란과 북한은 활발한 기술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서해에 전자파 공격이 있고 두 달 뒤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북한 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가 검토되던 불과 며칠 전 북한은 동일한 방식으로 전파공격을 하였다. 가장 확실한 것은 이러한 전파공격에 우리 군은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수십조원 무기체계가 서푼짜리 전자전 장비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은 피터 싱어라는 학자가 예견하는 ‘전쟁기술의 평등화’, 즉 강자와 약자가 구분되지 않는 전쟁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현대 무기를 구식으로 운용하는 데 반해, 북한은 구식 무기를 현대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비교우위가 상쇄되는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고, 북이 암시하는 ‘특별행동’의 핵심이다. 그러나 엉뚱한 곳에 돈을 펑펑 쓰는 대담한 청와대는 이런 통찰력이 없다. 이런 정권하에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들고 스텔스전투기를 산다고 해서 안보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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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