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산업발전 외치며 미국업체 배 불리는 지식경제부 방위산업

 월간 <신동아> 2010년 3월호

 

항공 산업발전 외치며

미국업체 배 불리는 지식경제부


잃어버린 30년


지식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인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는 지난 1월 21일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 2010~2019’를 심의․의결하고 이를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정부가 국내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한 큰 틀의 중장기 정책으로 군수와 민수분야의 항공 산업을 종합적으로 연계한 발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국방예산(10위권) 및 군 보유 항공기(고정익 8위, 회전익 6위), 운항수요(여객 14위, 화물 3위) 등 항공의 시장수요가 충분한 나라다. 이를 감안할 때 선진국 항공업체를 따라잡는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하고, 날로 커지는 민항기 분야의 시장진입을 준비할 적기가 도래했다는 것이 기본계획이 작성된 배경이다. 2020년에 항공 산업은 2000억불 생산, 100억불 수출, 항공기업 300개 육성, 7만개의 고급 일자리 창출 등 괄목할 성장을 이루는 ‘항공 산업의 G7'로 도약한다는 비전이다.

정부가 항공 산업 발전전략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초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한국은 독자적인 항공기 개발의 비전을 그려왔고, 80년대 후반 노태우 대통령이 한국형전투기사업(KFP)를 추진하면서 미래 한국 독자적인 모델의 전투기를 보유한다는 꿈을 잉태한 이래 수없이 많은 청사진과 발전전략이 발표되었다. 아마도 지난 30년 간 발표된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한국형 전투기가 이미 전력화가 끝나고 우주산업이나 민수용 항공분야에서도 항공 강국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쏟아 부은 예산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우리가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 스웨덴, 캐나다, 남아공, 이스라엘 보다 왜 항공 산업에서의 후발주자였는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분야, 예컨대 기계(세계 9위), 자동차(세계 5위), 휴대폰(수출 2위)이 약진하는 동안 가장 많은 국민 혈세가 투입된 항공분야는 아직도 세계 15위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 몇몇이 세계 항공시장을 독식하는 독과점 체제 하에서 세계 15위란 겨우 명함을 내미는 수준이다.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새어 나가고 아직도 ‘선진국 따라잡기’라는 고루한 구호에 머물러 있는지, 지난 ‘잃어버린 30년’에 대해서는 왜 통렬한 반성이나 진단이 없는지부터 설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장 큰 주범이라고 말한다.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만들어도 정권만 바뀌면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뒤흔들어 대는 동안 항공 산업은 ‘도약’이 아니라 ‘추락’이었다. 밥을 짓는데 이 사람 저 사람이 와서 솥뚜껑 열어보는 통에 밥이 설익는 것과 같다. 난립하는 체계조립 항공업체의 난립과 이합집산에 이은 구조조정, 물량 나눠 먹기식의 사업배분으로 인한 체계적인 관리의 부재로 지난 20여 년 간 항공 산업은 극심한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러는 동안 말로는 국내 항공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해 놓고 사실상 외국 업체, 특히 미국의 몇몇 군수산업체에 더더욱 종속되는 현상으로 치달아 국내 항공 산업 육성에 동원되어야 할 국부가 유실되는 현상이 굳어져 왔다. 그 중에서도 항공 산업의 최대 고객인 국방부의 고질적인 ‘미국 의존 - 국내 항공 산업 불신’은 국내 항공 산업 육성계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온 것 아닌지 반성이 요구된다는 여론이다.

이러한 그간의 문제의식을 고려하였는지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에서는 “그간 군 요구사양(ROC)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였던 군용기도 경제성, 수출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개발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군용기에 대한 군의 요구사항보다 항공 산업 발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통해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대통령에게 책임 떠넘기기


그러나 이 기본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핵심 군용기 사업에 대한 정책당국의 지리멸렬한 결정과정을 보면 여전히 계획의 진정성이 의문시된다.

2009년 하반기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한국형 전투기(KFX)사업과 한국형 공격헬기(KAH)와 같은 한국군 핵심 군용기 사업은 일관된 청사진 없이 표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이런 가운데 10여년에 걸쳐 개발해 놓은 T-50이 과연 한국형 전투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지난 정부부터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놓은 기동헬기(KUH)가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경로 자체가 불투명해 진 것이다. 이에 국회 국방위원회나 항공업계는 정부의 조속한 의사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용기 개발 사업이 지리멸렬해지면 국방당국은 필연적으로 외국의 전투기나 헬기를 직구매하는 방향으로 경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식경제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소요군은 차일피일 정책결정을 미루다가 여론의 압력에 밀려 궁여지책으로 “대통령 보고 후에 결정 한다”며 자신들이 이 문제의 결정에서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2010년도 국방예산 결정을 앞두고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 사업을 포함한 중요한 국방정책을 대통령과 의논하기 위해 청와대에 대통령 보고를 신청했다. 12월 7일로 잡힌 대통령 보고는 보고 직전에 10일로 연기되었고, 그나마도 재차 연기되어 12월 하순에 김 장관이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것으로 미루어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2월 말에 아랍에미레이트(UAE) 원전 수주문제에 집중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그 보고마저 취소하였다. 결국 대통령 보고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식경제부는 국방부에 “대통령 재가를 받아오면 개발 예산을 승인해주겠다”는 입장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었던 것. 중요한 국책사업이 대통령 보고를 받지 못해 표류하는 난맥상이 이어지며 누구도 이 문제를 책임 있게 처리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여전히 항공 산업이 ‘주인 없는’ 산업이라는 현실을 잘 드러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국회로부터 터져 나왔다.

결국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군용기 개발 사업에 대한 보고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UAE 방문 일행이 원전 수주로 인한 흥분과 승리감에 취해 보고할 시간을 찾지 못하다가 막상 보고할 만한 시간이 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잠이 들어 외교안보수석이 보고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소식이 국회와 국방부, 지식경제부, 업계에 전해지자 모두 발을 동동 굴렀다는 후문이다.

국가의 핵심 군용기 개발 사업은 항상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과연 한국이 군용기를 개발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느냐 여부는 쉽지 않은 판단이다. 특히 틈만 나면 국내 방위산업을 외면하고 해외 완제기를 직구매하려는 속성을 가진 소요군은 더욱더 개발 사업에 의문을 표시한다. 이럴 때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관료들이 단지 대통령 보고가 되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핵심 군용기 사업에 대한 발전의 의지를 후퇴시키는 바로 그 시점에 항공 산업 발전 기본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항공 역사상 최악의 선택


이러한 ‘혐의’는 ‘완제기 개발 추진현황 및 계획’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 사업에 대하여 계획에서는 2011년 예산확보 후 공격헬기 탐색개발을 추진하되, 기종은 6~8인승 소형 공격헬기를 개발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헬기인 한국형기동헬기(KUH), 일명 ‘수리온’은 한국군이 갖추어야 할 공격헬기의 기본 플랫폼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보다 성능과 사양이 떨어지는 소형 헬기로 한국 육군의 공격 헬기 소요를 충족시키겠다는 뜻이다.

지난 정부 시절인 2005년 1월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한국형 기동헬기(KUH)를 먼저 개발하고, 공격형은 기동형 개발 성공 시점에서 개발을 검토하기로 지침을 정한 바 있다. 기동헬기의 성공여부를 봐 가면서 공격헬기를 개발하겠다는 이 지침에 의해 당연히 기동헬기의 성공은 공격헬기의 개발에 활용되는, ‘KUH 전용 공격헬기’ 개발이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 때문에 작년 7월 31일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수리온 시제기 1호기의 출고식은 기동헬기의 성공적 개발과 더불어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을 예고하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중형 기동헬기를 공격형으로 개조하는 항공 산업 육성정책이 전면적으로 부정되고 성능이 낮은 소형 헬기로 정책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은 뭘까? 이와 관련하여 육군은 유사시 적지 종심을 깊숙이 타격하기 위해서는 고성능(High급) 대형공격헬기를 보유해야 하며, 한국형 공격헬기는 성능이 낮은(Low급) 소형공격헬기로 책정하여 지상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무기로 쓰겠다는 소위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고성능 대형공격헬기는 2008년 4월에 미 육군이 한국에 제안한 ’중고 아파치 판매 제안‘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이 제안이 있고 나서 그해 8월에 한국 국방연구원(KIDA)는 한국형 공격헬기 획득방안을 분석을 하였는데, 여기에서 중고 아파치를 36대 미국에서 직구매하고, 소형 공격헬기 214대를 한국이 개발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보고가 있자마자 불과 한 달만인 9월에 국방부와 합참은 대형공격헬기 소요를 결정하는 등 발 빠르게 아파치 도입을 위한 제반 업무를 수행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중고 아파치 도입이 한국형 공격헬기의 꿈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아파치 판매 제안이 있기 전까지는 한국이 기동헬기 개발 경험을 활용하여 중대형 공격헬기 274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년 3월에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새로운 헬기 획득 방안은 아파치급(AH-X) 36대를 해외에서 직구매하고 소형공격헬기 214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2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변 청장은 9조원이 드는 한국형 공격헬기 자체개발보다 약 4조원이 절감된 5조원으로 2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경제성 없는 국내개발을 고려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면 해외구매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개발 기간과 비용을 추가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2009년 9월호 기사 참조).

그러나 이 보고 직후 미 측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제껏 알려진 것보다 아파치 중고헬기 도입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도입 시기도 잘못 판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육군의 ‘High - Low Mix' 구상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육군의 헬기 확보 방안이 과연 경제적인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타당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미래 한국군 헬기사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호해지면서 2년이 넘도록 검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에는 한국군 헬기가 소형헬기로 명기된 것은 아파치에 대한 미련을 끔까지 버리지 못하는 국방부가 여차하면 한국의 헬기산업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정책의 시선이 국내 개발보다는 해외 직구매 로 선회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아파치에 대한 환상과 집착


육군의 공격헬기를 단일기종이 아닌 2개 기종(아파치 + 소형헬기)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경제적이라는 변 청장의 청와대 보고는 지금 와서 보아도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소형 헬기를 개방하려면 해외에서 민수용 헬기 플랫폼을 도입해서 개조․개발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이미 개발한 수리온과 중복투자가 발생하게 된다. 반면 수리온을 활용하여 무장헬기 개발에 필요한 개발비용과 기간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이익’은 날라 간다. 또한 선진 해외업체 기술이전비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은 불가피한데 그 비용이 총 개발비의 20~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리온을 개발할 당시에도 2.1억 유로, 즉 3600억원이 지급된 바 있다. 이와 같이 헬기사업이 추진될 경우 헬기사업은 기동헬기(KUH) 양산, 소형헬기(KAH) 개발, 아파치(AH-X) 직구매라는 3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인데, 이는 육군의 방위력개선비 3조원의 30% 이상을 매년 쏟아 부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이 되고 한국 항공 산업 기반은 활용가치가 저하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우려마저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사업추진이 강행되는 데는 육군의 헬기운용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고정관념이 있다. 공격 헬기를 통해 적의 종심(從心)을 깊숙이 타격하는 항공작전사령부의 헬기운용에 대한 과도한 임무설정이 그것이다. 미국은 아파치 헬기를 동원한 적시종심작전이라는 고전적 신화를 이미 버린 지 오래다. 2003년 3월 23일 밤, 미 11항공연대 아파치 롱보우 31대가 힐라에 주둔한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의 메디나 사단을 공격하기 위해 전직으로 침투한 순간 공화국 수비대원들은 이미 이에 대비하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롱보우 이동상황을 전파하고 AK 소총과 RPG 로켓포, 23미리 대공포를 쏘아 댄 이라크 군에 1대는 격추되었고 6대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나머지 기체들도 성한 것이 없었다. 반면 전과는 적의 전차 4~5대를 파괴하는 수준에 그쳤다. 완전한 종심작전 실패였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공격헬기에 의한 적지종심작전은 미군의 작전개념에서 소멸되더니 이제는 폐기되었다.

굳이 이런 작전을 모방하여 아파치를 구매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한국군은 이미 공군의 전투기와 지대지미사일, 다련장포, 장사정포 등 종심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현재 육군의 기갑작전 교리 상으로도 이러한 무모한 공격헬기의 단독작전은 타당성이 없고, 공격헬기는 대부분 지상군과 협조된 작전(JAAT, Fire-Eagle)을 수행하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다. 필자는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게 한국 육군이 그처럼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군대라는 점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으나 유사시에는 조종사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육군의 ‘하이로우 믹스’ 개념으로 소형헬기를 개발하게 되면 소형급은 장시간 작전에 필요한 무장과 연료를 탑재할 수 없고,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심한 계곡풍으로 안전성이 크게 제한된다. 전투 효율성과 생존성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임무장비와 무장을 장착해야 하는데, 소형헬기는 그러한 군의 작전요구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여러 이유를 다 떠나 ‘하이로우 믹스’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이나 구소련과 같은 초강대국이나 달성하는 개념이지 전 세계에서 천차만별의 무기를 다 갖겠다는 개념을 채택한 나라가 몇이나 되겠는가? 무분별하게 미군의 작전교리를 모방하다가 굳어진 고정관념이 아니고서야 비좁은 국토에 자원이 제한된 나라가 다목적 단일 기종이 아닌 여러 종류의 무기를 갖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무기의 종류가 많아지면 후속군수지원도 따로 해야 하는 등 운영유지비의 급증이 초래된다. 획득비용보다 더 심각한 것은 헬기 기종의 다양화가 초래할 유지비용의 급격한 상승이다. 그런데 문제점을 과연 기본계획에서 검토하고 정책을 결정한 것인지, 토론은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 방산에 대한 불신이 문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한국군의 핵심 무기체계에 대한 정책수립과 의사결정이 난맥을 겪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군데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5일 김태영 국방장관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무기 획득 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상용구매는 제한하고 정부구매, 즉 FMS 방식으로 구매하겠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가 방위산업의 기반이 취약하던 시절에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하다보니 미 업체로부터 협상을 통해 구매할 능력이 안 되니까 미국정부에 의존한 것이 FMS 제도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방위산업의 체계종합능력이 월등히 신장되어 업체 차원에서 해외의 필요한 부품과 기술과 노하우를 구입하면 하나의 무기체계가 완성되는 중견국가로 도약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구태에 젖은 FMS 도입을 고집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국방 수뇌부가 과연 획득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일단 항공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국내 방위산업체가 이룩한 성과의 기초 위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간단한 원칙이 부정되고 2년 넘게 정책결정의 난맥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드러난 기본계획은 항공 산업 ‘도약’이 아니라 ‘추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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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