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한국정부 반대로 G20 전 조지워싱턴호 서해진입 좌절 사건내막

 

D&D Focus 2010년 12월호


항모 조지워싱턴 서해 진입은

한국정부 반대로 좌절되었다!


 


대통령 행사에 불참한 국방장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는 왜 서해에 못 들어올까?”

“김태영 국방장관은 왜 자꾸 중국방문 일정을 늦출까?”

현재 한중관계, 한미관계, 미중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다.

지난 10월 19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항모 조지워싱턴호를 10월 20일에 서해로 들여보겠다”는 의사를 김태영 장관에게 전달해왔으나 김 장관은 “G20 행사를 앞두고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서는 곤란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미 서해로 북상 중이던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은 19일에 한국의 “수용 곤란” 통보에 따라 회항한 것으로 본지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은 서해에서 10월 말에 한미연합의 항모강습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김태영 장관의 항모 입항 거부로 훈련 자체도 취소되었던 것으로 본지의 취재에 의해 확인되었다.

그간 서해에서 항모의 출현에 중국의 극렬한 반발을 고려한다면 10월에 서해에 예정대로 훈련이 실시되었더라면 한중관계 역시 상당한 파국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높다. G20 정상회의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훈련 보이콧에 따라 올해 안에 서해에서 미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해상훈련의 성사 여부는 극히 불투명해졌다. 지금까지 한미는 연기된 훈련에 대한 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더불어 중국의 태도에 우리 정부가 영향을 받은 전격적인 “입항 곤란” 통보에 한미동맹에 악영향이 초래되는 반면, 한중관계에는 긍정적 신호가 예상된다.

한편 김태영 국방장관의 연말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항모의 서해진입은 “지금이 타이밍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8월에도 아사히 신문은 "김태영 국방장관은 당초 이달(8월) 중국을 방문해 량광례 국방부장과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의 양국간 군사협력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방중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서해 훈련의 미 항모 참가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신문은 “방중 일정을 확정지을 무렵인 8월 5일에 미 국방부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서해에서 추가로 실시하며, 조지워싱턴호를 참가시킬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의 취재결과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애초 11월에 중국을 방문하려던 김 장관은 12월로 방중 일정을 또 늦췄다. 10월 말에 미 국방부가 “서해에 항모 파견 방침”을 밝히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항공모함의 서해진입 문제는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 한․미의 풍향을 가늠하는 ‘태풍의 눈’이다. 항모의 서해 진입은 “북한에 대한 경고”를 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천안함 후속조치 일환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이미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본지는 국방부에 사실관계로 질의하였으나, 국방부는 양 장관 간의 19일 협의사실에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면서 “한․미 간 수시로 진행되는 협의내용에 대하여 구체적 의사를 밝히는 것은 외교적 관례와 한․미 간 신뢰유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8월부터 서해에 들어오겠다고 공언되던 조지워싱턴호가 가까운 남중국해에 석 달이나 머물러 있었는데도 11월 말인 현재까지 서해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일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올해 8월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양국군의 해ㆍ공군 훈련이 계획 중"이라며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 훈련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이래 벌써 석 달이 더 지났다.

미 항공모함의 서해에서의 문전박대는 9월에 처음 벌어졌다. 당초 9월 6일부터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미연합 대잠수함 훈련이 태풍 ‘말로’ 북상으로 전격 취소되었다. 이당시 “미 항공모함은 이 훈련에 한국으로 들어올 계획은 없다”고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돌연 조지워싱턴호가 북상하기 시작했고, 9월 4일에 서해로 들어오던 항공모함은 한미연합훈련 취소 결정과 함께 필리핀으로 항로를 바꿔 6일에 마닐라 항으로 들어간다. 한편 연기된 대잠 훈련이 9월 하순으로 정해진 9월 9일에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돌연 “조지 워싱턴호는 서해에서 다시 훈련에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훈련은 중국을 모욕하거나 중국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9월 10일에 미 7함대사령관 존 버드 중장이 이임사를 하는 도중 “항모 조지워싱턴이 필리핀을 떠났고 구축함 2척과 핵잠수함 1척이 작전을 위해 서해로 향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항모의 서해 진입으로 미국이 방침을 바꾸고 전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 소식은 한국정부에 청천벽력이었다. 이 때 외교, 국방 라인이 각기 움직이며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적절히 차단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이어 10월 20일에 재차 들어오려던 계획도 19일에 우리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조지워싱턴호는 서해를 코앞에 두고 9월과 10월, 두 번이나 문전박대 당한 것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항모의 서해 진입이 좌절되고 난 지 일주일 후인 10월 29일 경에 “서해로 항공모함을 파견할 것”이라고 공언하였고, 11월 4일(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과 8일(게이츠 장관)이 재차 이를 확인하는 발언을 하는 등 계속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연이은 미국의 항모 파견 방침에 한국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G20 때문에 곤란”


기자는 10월 19일 오전 10시에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방산업 G7 발전전략」을 보고하는 자리에 김태영 국방장관 대신 이용걸 차관이 대신 참석한 것을 이상히 여기고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그 이유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김태영 장관이 10시 미래기획위원회 회의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당수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한미관계에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둘러대다가 “사실은 항공모함 서해 진입 문제로 미국과 협의하느라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한미 간에 항모 서해 진입에 대한 협의는 10시 보고회의 직전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우리정부가 미 항모의 서해진입을 총력으로 저지하는 모습은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직관과 위배된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군합동조사단 발표(5월 20일)에 이은 외교, 통일, 국방장관의 대북 7대 조치 발표(5월 24일 발표) 때는 대북 군사적 조치의 일환으로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연습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곧이어 “서해에서 미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군사연습이 개최된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린 당사자는 다름 아닌 우리 정부다. 이때까지 미국정부의 태도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군사라인을 통해 미국에 항모를 요청했을 때 미 태평양사령부는 매우 반색하며 “오겠다”는 입장을 한국에 전달해왔다. 이를 믿고 우리 정부가 미 항모가 참여하는 훈련이 임박한 것처럼 홍보하였으나 정작 미 국방부는 6월이 되도록 항모를 보낸다는 입장을 우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거꾸로 미 국방부는 “항공모함은 1년 스케줄이 다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갑자기 이를 변경하여 한반도에 투입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미연합사와 주미 한국대사관 등을 총동원하여 미국에 항모 파견을 요청하는 외교를 전개하였음에도 요지부동이었던 미국이다. 급기야 6월 3일부터 이틀 간 개최된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게이츠 장관에게 거듭 이를 요청하자 게이츠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마침 싱가포르에 와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게이츠 장관을 따로 만나 이 문제를 부탁했는데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점에 항모 조지워싱턴호는 극심한 혼선을 겪고 있었다. 항공모함을 서해로 보내고 싶어 하는 태평양사령부는 게이츠 장관의 승인이 떨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 국방부와 6월 7일 경에 서해에서 합동훈련을 하기로 하고 일본 요코스카에 정박 중이던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을 출항시켰다. 그러나 게이츠가 이를 허락하지 않자 서해로 향하던 항모는 4일 요코스카로 되돌아갔다.  

한국에 오려는 태평양사령부와 이를 막는 게이츠 간의 갈등이 심화되던 6월 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이 대통령이 직접 요청을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오바마가 “보내 주겠다”고 나오면서 항모의 한반도로 파견이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신중한 행보를 취하면서 서해가 아닌 동해로 오는 것으로 절충되었다. 미국은 당시 “6월 9일 유엔안보리에서 중국의 협조로 이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마당에 중국과 각을 세우기는 곤란하다”며 서해로 와 달라는 한국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다. 7월 25일부터 동해에서 개최된 ‘불굴의 의지’ 훈련이 그것이다. 7월말까지 한국에서 훈련을 마친 조지워싱턴호는 곧장 남중국해로 가서 맥케인 구축함 등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연합훈련을 한다.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항공모함은 핵전쟁 대비용


미국은 8월부터 전방위적인 대중 강경 모드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조지워싱턴호 역시 서해로 들어오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다. 8월부터 미․중 간에는 서해 항모의 서해 진입의 정당성을 둘러싼 성명전이 연이어 벌어졌다. 5일에 국방부의 항모 파견방침에 중국의 「인민일보」는 9일에 “조지워싱턴호는 어떤 파워를 과시하려 하나”는 시평에서 “왜 (미국이) 도리에서 어긋나며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냉전적인 사고를 가진 패권주의의 부활인 것이지, 다른 국가를 불안케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실력초과에 대한 불확신인지” 미국에 묻는 형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자 곧바로 미국의 반론이 이어졌다. 9일에 미군과의 대화에서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우리는 (중국이) 확장해 놓은 영해에 대한 어떤 견해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공해를 항상 지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지난해 10월에도 항공모함이 서해에서 작전하였고, 또 다시 거기에서 작전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러는 동안 정작 항모의 서해 파견을 요청한 우리 정부는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은 이미 이 시기에 항모의 서해 진입에 대한 작전계획을 준비해 놓고 한국정부와 훈련 시기만을 조율하고 있었다. 

한편 항공모함의 서해진입이 단순히 천안함 이후 초래된 긴장국면에서 북한에 대한 일회성 경고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군사적 목적이 있는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미국이 중국의 영해개념을 부인하고 서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주장하는 한 항모의 서해진입은 ‘미․중간의 해양 패권 경쟁’이라는 거시적 맥락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전혀 원하지 않는 바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항공모함의 전개는 우리가 미국에 요청하여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확장된 억제력(extended deterrence)'의 핵심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확장된 억제력이란 북한이 핵,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로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핵우산을 핵심으로 한 포괄적인 억제력을 한국에 제공한다는 의미다. 이 개념이 한미 간에 합의된 이명박 정부에서 작년 10월에 처음으로 항공모함이 서해에 출동했다. 여기에서 항공모함의 군사적 역할에 대해 합참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항공모함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로 한국을 공격했을 때, 해상에서 북한을 핵으로 응징․보복하는데 필요한 핵심 전력이다. 지상에서는 미국의 핵무기가 북한을 타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핵무기의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비핵국가다. 이럴 경우 서해나 동해에 배치된 미국의 항공모함에서 북한에 대한 보복 핵공격을 감행해야 하고, 이럴 경우 항공모함 전단이 필요하다. 결국 북한에게는 한미 간에 합의된 확장된 억제력이 실체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항공모함의 핵 투발수단을 실로 다양하다. 보통 항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8척의 구축함, 2~4척의 잠수함, 4척의 순양함, 2척의 호위함 등이 따라붙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작전의 양상에 따라 그 때 그 때 다르다. 항모 자체뿐만 아니라 호위 전단이 핵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무기들이다. 미국이 냉전 당시 개발, 실전배치한 경량화 핵탄두들의 경우 크기가 대단히 작고 폭발력도 다단계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형 폭격기가 아니라 소형의 전폭기, 무인기에 탑재하여 사용이 가능하도록 다양화시켰다. 무게 자체도 민간 항공기나 헬리콥터에도 탑재가 가능할 정도다. 예를 들어 1961년 개발된 B-61 경량 수소폭탄의 경우 탄두를 조정해서 위력을 0.5킬로톤에서 350킬로톤까지 조정이 가능하면서도 중량이 겨우 317kg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군이 운용한 거의 모든 종류의 전폭기에서 핵무기 운용은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 영토에 핵을 배치할 수 없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2격’으로서 핵 억제력을 과시하려면 항공모함 전단이 긴요해진다. 이와 같이 ‘확장 억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작전계획을 최근 한미 양국은 새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핵 억제력을 과시하려면 동해에서도 충분한데 구태여 중국을 자극하는 서해를 고집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 이에 대해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서해로 항모가 들어가겠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중국의 반발로 취소한다면 향후 미국이 중국을 관리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라며 “이는 이미 미․중 간에 ‘치킨 게임(chicken game)'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미국은 항모를 서해로 보내겠다며 중국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본지 이번호 문정인 교수 인터뷰 기사 참조).

그렇다면 미중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을 초래할 항공모함에 대한 초대장을 우리 정부가 보내놓고 이제 와서 들어 올까봐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불과 한 두 달 후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말을 바꾸는 정부의 태도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중장기적 안목의 철학과 전략이 없이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위기관리를 한 결과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번갈아 가며 살피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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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